무소유 공동체 산안마을 주민과 어린이들이 5일 경기도 화성시 경기도사격훈련장에서 연 ‘거저축제’의 딸림행사로 진행된 OX퀴즈에 참가해 문제를 맞춘 뒤 환호하고 있다. 화성/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9돌 창간특집] ① 공동체운동 ‘위기는 없다’
학생 운동, 시민 운동, 여성 운동, 노동 운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운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1970년대부터 시작해 80년대, 90년대를 거치며 성장해 온 우리 사회의 ‘운동’이 조금씩 시민들한테서 외면당하고 그에 따라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 운동은 그 반대다. 관련 단체도 계속 생겨나고 성공한 ‘운동’의 본받기도 활발하며 활동가 수도 계속 늘어난다.
공동체 운동이 더욱 힘을 받게 하는 것은 참여자들의 만족감이다.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과 자연까지 모두 함께 살리는 ‘살림의 운동’이라는 점이 큰 매력이다. 진화하는 공동체 운동의 역사와 현황을 짚어보고 농촌과 도시에서 벌어지는 공동체 운동의 현장을 찾아가 봤다. 편집자
피곤 시달리던 직장인 김효원씨
“돈 없어도 행복해야 사람 살리는 사회”
깨달음 얻고 ‘공동체운동 전도사’로 김효원(43)씨는 어린이날인 5일 두 딸과 함께 경기도 화성시에서 열리는 초록축제에 참여했다. 올해로 두 번째다. 초록축제는 모든 것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행사다. ‘돈이 필요없는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무소유 공동체 산안마을이 나눔이 주는 풍요와 자유를 체험할 수 있도록 1986년부터 열어 온 ‘거저 축제’에 지역 단체들이 참여하면서 화성시의 대표적인 연례 행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 김씨는 두 아이가 자라 산안마을이 꿈꾸는 그런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해주기를 바란다.
김씨는 요즈음 공동체 운동을 만나는 재미에 푹 빠졌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쇼핑과 외식을 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2005년 봄, 그는 몸에 이상한 증세가 생겼다. 늘 피곤하고 주말에 집에서 줄곧 누워서 지낼 정도로 쉬어도 피로는 풀리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고교 동참 모임에서 만난 친구가 유기농산물을 먹어보라고 권했다. 그해 6월 김씨는 그 친구의 소개로 한살림 회원으로 가입했다. 알고보니 한살림은 농산물 판매회사가 아니라 유기농산물 도·농 직거래 운동을 펴는 단체였다. 원주의 정신적 스승인 무위당 장일순의 가르침에 따라 86년 시작된 한살림 운동은 현재 회원 수 13만 가구에 지난해 농산물 교류액만 9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자랐다. 김씨는 한살림과 비슷한 운동을 하는 생활협동조합도 알게 됐다.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생협 운동은 생협전국연합회와 한국생협연합회라는 두 큰 단체로 이뤄져 있다. 생협전국연합회는 2005년 말 현재 회원 생협 65곳에 회원 수 14만2천여명과 이용액이 1천억원을 넘었고, 한국생협연합회도 회원 생협 62곳에 회원 3만여명을 자랑한다. 이용액도 600억원 정도다. 먹거리·병원 치료서부터 육아·교육까지 ‘함께해요’
“모두가 ‘큰 하나’로 여길 때 행복은 ‘거저’ 오는 거랍니다”
김씨는 생협을 접하면서 ‘이상한 병원’도 알게 됐다. 의료생협. 조합원들이 돈을 모아 병원을 짓고, ‘뜻있는 의사’가 함께 참여해 운영하는 병원이다. 병원이 의사 개인의 사업장이 아닌 만큼 이 병원에는 불필요한 검진이나 처방이 없다. 의사는 양심적으로 친절하게 환자를 대하고 치료보다는 예방에 관심이 많다. 김씨는 요즈음 친절하고 믿음이 가는 의료진들을 만나는 게 좋아 병원에 가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경기도 안성에서 시작된 의료생협은 인천·안산·서울·대전·원주·전주·울산 등에도 만들어졌고, 2005년에는 서울 상계동에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함께걸음 의료생협도 생겼다.
김씨는 한살림 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교육 제도도 알게 됐다. 공동육아와 대안학교가 그것이다. 내 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를, 이기적 경쟁관이 아닌 공동체적 품성을 지닌 아이로 키우자는 공동육아는 김씨에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줬다. 1978년 ‘해송어린이 걱정모임’이라는 작은 모임에서 비롯된 공동육아는 서울·과천·성남·고양·안양·의정부·파주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대구·춘천·원주·강릉 등 전국에 공동육아 어린이집 57곳이 만들어질 정도로 퍼져나갔다.
입시, 경쟁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행복한 삶을 꿈꾸는 아이들을 길러내고자 하는 대안학교도 많이 만들어졌다. 대안학교는 ‘더불어 사는 위대한 평민’을 키우고자 58년 문을 연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가 시작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많은 학교들이 설립되어 지금은 초등학교 31곳, 중학교 14곳, 고등학교 21곳 등 전국 곳곳에 여러 형태의 대안학교들이 만들어졌다. 김씨는 두 딸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씨는 공동체 운동의 하나인 지역화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레츠(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라고 불리는 지역화폐는 돈 대신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하는 제도로, 서울·대전·과천 등에서 실험이 진행 중이었다.
공동체 운동에 관심을 두면서 김씨는 다양한 공동체 모임에도 눈길이 갔다. 경기 화성시의 산안마을을 비롯해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성미산마을, 전남 장성의 한마음 공동체, 전북 부안의 변산공동체, 전북 남원 실상사 부근의 들녘 공동체, 경남 산청의 민들레공동체, 경북 울진의 방주공동체, 충북 괴산의 솔뫼농장 등. ‘자비의 사회화’를 내걸고 보살행을 수행으로 살고 있는 정토회, 사회복지사업이 주된 활동인 다일공동체,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일궈가고 있는 자유학교 물꼬 등도 알게 됐다.
김씨는 요즈음 공동체 운동의 전도사가 됐다. 그는 사람들에게 묻고 스스로 답한다. “여러분, 지금 행복하세요? 도대체 왜 우리가 사는 세상은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요? 공동체 운동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거랍니다.”
그렇다면 행복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김씨는 공동체라는 이름 안에서 그 답을 찾았다고 했다. 공동체(共同體)라는 말은 모두 한몸이라는 뜻이다.
“모두가 모두를 ‘큰 하나’로 여긴다면 자신이 좀더 많이 가지려고 남이 가진 것을 뺏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한다면 굶어죽는 이나 몸이 아픈데도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이들도 없을 것입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돈 없어도 행복해야 사람 살리는 사회”
깨달음 얻고 ‘공동체운동 전도사’로 김효원(43)씨는 어린이날인 5일 두 딸과 함께 경기도 화성시에서 열리는 초록축제에 참여했다. 올해로 두 번째다. 초록축제는 모든 것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행사다. ‘돈이 필요없는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무소유 공동체 산안마을이 나눔이 주는 풍요와 자유를 체험할 수 있도록 1986년부터 열어 온 ‘거저 축제’에 지역 단체들이 참여하면서 화성시의 대표적인 연례 행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 김씨는 두 아이가 자라 산안마을이 꿈꾸는 그런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해주기를 바란다.
김씨는 요즈음 공동체 운동을 만나는 재미에 푹 빠졌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쇼핑과 외식을 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2005년 봄, 그는 몸에 이상한 증세가 생겼다. 늘 피곤하고 주말에 집에서 줄곧 누워서 지낼 정도로 쉬어도 피로는 풀리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고교 동참 모임에서 만난 친구가 유기농산물을 먹어보라고 권했다. 그해 6월 김씨는 그 친구의 소개로 한살림 회원으로 가입했다. 알고보니 한살림은 농산물 판매회사가 아니라 유기농산물 도·농 직거래 운동을 펴는 단체였다. 원주의 정신적 스승인 무위당 장일순의 가르침에 따라 86년 시작된 한살림 운동은 현재 회원 수 13만 가구에 지난해 농산물 교류액만 9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자랐다. 김씨는 한살림과 비슷한 운동을 하는 생활협동조합도 알게 됐다.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생협 운동은 생협전국연합회와 한국생협연합회라는 두 큰 단체로 이뤄져 있다. 생협전국연합회는 2005년 말 현재 회원 생협 65곳에 회원 수 14만2천여명과 이용액이 1천억원을 넘었고, 한국생협연합회도 회원 생협 62곳에 회원 3만여명을 자랑한다. 이용액도 600억원 정도다. 먹거리·병원 치료서부터 육아·교육까지 ‘함께해요’
“모두가 ‘큰 하나’로 여길 때 행복은 ‘거저’ 오는 거랍니다”
무소유 공동체 산안마을 주민과 어린이들이 5일 경기도 화성시 경기도사격훈련장에서 ‘거저축제’를 열어 각자 가져온 재료를 한 데 모아 만든 비빔밥이 완성되기를 즐거운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화성/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축제 후 참가자들의 메모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