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낮 <시사저널>노조원들은 편집국이 입주한 서울 충정로 청양빌딩 앞에서 사쪽의 직장폐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철흥 노조 위원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사쪽, 언론단체 중재 거부
노조 사옥앞 천막농성 돌입
여당 진상조사위 꾸리기로
노조 사옥앞 천막농성 돌입
여당 진상조사위 꾸리기로
서울문화사가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사장 금창태) 파업 사태가 수렁 속에 빠져들었다. 노조(위원장 안철흥) 기자들의 제작 거부로 외부 필진이 대체 제작 중인 〈시사저널〉은 사쪽이 22일 직장폐쇄를 선언하면서 편집국도 세 곳으로 쪼개졌다. 서울 충정로 사옥 편집국 출입이 통제되자 파업 중인 노조원들은 사옥 앞 인도에 24일부터 천막을 치고 임시 편집국을 설치해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실제 잡지는 용산 서울문화사 사옥의 또다른 편집실에서 외부 편집위원들이 만들고 있다.
〈시사저널〉은 5일 파업이 시작된 뒤 나온 899호, 900호, 901호가 모두 자사 기자들이 빠진 채 제작됐다. 〈중앙일보〉 〈일간스포츠〉 등의 기자와 〈중앙일보〉 출신의 전직 삼성 비서실 간부, 외부 전문가 등의 글로 지면이 채워졌다. 특히 기존 잡지 색깔과 다른 보수 논객, 필진의 기사들이 주로 면을 채워 잡지의 정체성과 관련한 논란도 일고 있다.
언론인 김영호씨는 “75년 동아 조선 자유언론수호투쟁위 결성 당시 기자들이 편집국 밖으로 내쫓긴 적은 있으나, 편집국을 폐쇄한 것은 아니었다”며 “불명예스런 신기록”이라고 말했다. 고종석 〈한국일보〉 객원논설위원은 18일치 칼럼에서 “대체제작된 〈시사저널〉이 인류의 신체를 취해 지구에 번식하는 공상과학 소설의 외계생물 같아 섬뜩하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자본의 우위가 더할 나위없이 확고해졌음을 새삼 확인시켰다”고 지적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24일 시사저널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정청래)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언론사가 편집권 침해 논란 끝에 직장폐쇄가 된 건 사상 초유의 사태로 방관하면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노조는 사쪽이 외부 인사들을 끌어들여 잡지를 만든 행위를 노동부에 고발했고, 19일에는 언론인, 연예인 초청 파업 문화제도 열어 여론 싸움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쪽은 앞서 대체인력이 제작한 시사저널을 ‘짝퉁’ 등으로 비판한 〈오마이뉴스〉와 서명숙 전 편집장, 고재열 자사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양쪽의 감정대립 속에 22개 시민, 언론 단체 중심으로 구성한 공동대책위원회의 중재노력은 지난주 경영진의 면담 거부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편집권은 편집인 것…노조와 대화는 계속”
박경환 ‘시사저널’ 상무 〈시사저널〉 경영진이 23일 파업 뒤 처음으로 〈한겨레〉와 통화를 통해 자신들의 구체적인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사쪽 협상 대표인 박경환 상무와의 일문 일답이다. - 직장폐쇄 조처를 취한 이유는? = 사내 질서를 세우려는 것이다. 노조 뜻대로 안 된다고 회사를 비난하고 사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언사를 맘대로 한다. 이번 조처는 부분 직장폐쇄다. 업무 복귀의 뜻이 있다면 들어와 일할 수 있다. 노조와 계속 대화할 것이다. - 편집권 독립 주장을 수용할 뜻은 없나? = 그건 경영권 문제다. 노조가 단체협약(단협) 사항이라고 요구하며 파업한 것은 그래서 불법이다. 편집권은 편집인에 있다. 징계 철회도 인사권 문제다. 회사는 초지일관 편집권 등 모든 문제를 내부에서 풀자는 원칙을 지켜왔다. 편집권도 단협이 아닌 노사 공정보도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풀 수 있다. 지난해 6월 삼성 관련 기사 삭제도 기사를 보완해 다음주에 다시 내라는 뜻으로, 전면 삭제 요구가 아니었는데, 이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 기자들이 빠진 잡지 지면에 대해 우려가 높다. = 잡지 발간이 중단되면 회사 전체가 공멸하는 것이다. 노조가 외부 기고중단을 요구하는 건 업무방해 아닌가. 글감을 구하기 어렵지만 계속 낼 것이다. 내용이 전보다 좋다는 의견도 있고, 독자 감소 등의 타격도 별로 없다. 언론단체들은 중재보다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일단 지켜봐달라. 노형석 기자
“편집권은 편집인-기자 등이 공유하는 것”
안철흥 노조 위원장
〈시사저널〉 노동조합의 안철흥(43) 위원장은 2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회사쪽이 사업장을 폐쇄한 것은 노조와 대화 창구를 닫겠다는 의미”라며 “사옥 앞에 설치한 천막은 〈시사저널〉 노조의 임시 사무실이자 철야 농성장이며 동시에 노조원들이 회사쪽에 대화를 요구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회사쪽의 직장폐쇄에 대해 그는 “직장폐쇄는 노조가 비노조원들의 업무를 방해했을 때 회사가 방어적으로 취하는 조처인데, 시사저널 노조는 지금까지 업무를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를 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편집권은 편집국 또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인, 발행인, 기자들이 공유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그동안 지켜져온 이런 균형추가 무너진 사건으로, 언론으로서 정체성이 훼손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해결방안 역시 편집권과 경영권 사이의 균형에서 찾았다. 그는 “회사쪽은 노조가 임금·근로조건 이외의 내용을 협상 대상으로 내거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지만, 편집권은 기자에게 가장 필수적인 근로조건”이라며 “노사 합의를 통해 편집권이 회사쪽의 일방적인 권한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편집권은 편집인 것…노조와 대화는 계속”
박경환 ‘시사저널’ 상무 〈시사저널〉 경영진이 23일 파업 뒤 처음으로 〈한겨레〉와 통화를 통해 자신들의 구체적인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사쪽 협상 대표인 박경환 상무와의 일문 일답이다. - 직장폐쇄 조처를 취한 이유는? = 사내 질서를 세우려는 것이다. 노조 뜻대로 안 된다고 회사를 비난하고 사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언사를 맘대로 한다. 이번 조처는 부분 직장폐쇄다. 업무 복귀의 뜻이 있다면 들어와 일할 수 있다. 노조와 계속 대화할 것이다. - 편집권 독립 주장을 수용할 뜻은 없나? = 그건 경영권 문제다. 노조가 단체협약(단협) 사항이라고 요구하며 파업한 것은 그래서 불법이다. 편집권은 편집인에 있다. 징계 철회도 인사권 문제다. 회사는 초지일관 편집권 등 모든 문제를 내부에서 풀자는 원칙을 지켜왔다. 편집권도 단협이 아닌 노사 공정보도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풀 수 있다. 지난해 6월 삼성 관련 기사 삭제도 기사를 보완해 다음주에 다시 내라는 뜻으로, 전면 삭제 요구가 아니었는데, 이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 기자들이 빠진 잡지 지면에 대해 우려가 높다. = 잡지 발간이 중단되면 회사 전체가 공멸하는 것이다. 노조가 외부 기고중단을 요구하는 건 업무방해 아닌가. 글감을 구하기 어렵지만 계속 낼 것이다. 내용이 전보다 좋다는 의견도 있고, 독자 감소 등의 타격도 별로 없다. 언론단체들은 중재보다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일단 지켜봐달라. 노형석 기자
“편집권은 편집인-기자 등이 공유하는 것”
안철흥 노조 위원장
안철흥 노조 위원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