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9월12일자 1면 머릿기사.
조선·동아 ‘비싼집이 죄? 왜 6억원이 기준이냐’ 입맞춘 공격
공시지가로 6억원이 넘는 집을 가진 사람들의 세금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12월부터 종부세를 내야 하고 양도소득세, 재산세 등의 부담이 커졌다. 6억원 넘는 집을 사려고 할 때 예전처럼 은행 대출로 상당액을 충당할 수도 없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되고, 담보인정비율(LTV)도 40%로 제한되는 등의 대출 규제를 받고, 자금조달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6억원 이상의 주택을 사려면, 자신의 돈이 대부분이어야 한다.
‘집값 6억원’이 부동산시장에서 ‘부자’의 잣대가 된 것이다. 6억원을 모으려면, 연봉 3000만원 직장인이 20년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하며, 30살에 직장생활을 시작한다면 50살이 되어서나 만져볼 수 있는 돈이다. 유산이나 일확천금의 기회가 없는 평범한 사람이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6억대의 자산가가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6억원’이 ‘서민’을 대표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정부가 종부세 부과 대상의 기준을 애초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자 이들 언론은 ‘서민들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며 ‘세금 폭탄론’을 들고 나왔다. <조선> <동아> 등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부터 최근까지 강남 30평형대 아파트 소유자와 다가구 보유자가 실수요자이거나 평범한 중산층이라고 주장해왔다.
12일 동아일보는 ‘6억원’이라는 기준이 1999년 9월 양도세를 물리는 고급 주택의 기준을 ‘전용면적 50평 이상, 실거래가 6억원 초과’로 정한 것이라며, 물가나 경제사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편의적으로 쓰고 있다며 ‘잣대’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동아 “한국엔 ‘6억 넘은 죄’가 있다”, 조선 “6억집 산 사람 탈세범 취급”
<동아일보>는 12일 1면 머릿기사로 ‘6억원 잣대’의 문제점을 크게 보도했다. ‘한국엔 ‘6억 넘은 죄’가 있다’ 기사는 강남 31평 아파트 소유자 안아무개씨의 예를 들어 “종부세 부담이 늘어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고, 이 집을 담보로 역모기지론에 들려고 해도 공시가격이 6억원이 넘어 가입할 수 없다며 ‘6억원 넘은 죄’로 고통받고 있다”며 아주대 현진권 교수의 말을 인용해 “‘집값 6억원’이 한국 사회에서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기준으로 굳어지고 있다. 부유층에 대한 현 정부의 ‘감정’까지 실린 듯한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유사한 기사를 내보냈다. 전날 <동아일보>의 기사에 이어 13일 <조선>은 2면에서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실었다. ‘전업주부에 증여세…6억 집 산 사람은 탈세범 취급…한국은 부동산규제 시험장?’ 기사에서 “백화점식 부동산 규제”가 서민 전세난 촉발과 지역별 양극화 심화, 건축경기 위축, 내 집 마련 수요 위축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달 말부터 강남 등 22개 지역의 6억원 이상 주택거래자에 대해 자금조달계획서와 실입주 여부를 신고하도록 했는데, 이는 주택 취득 자체를 범죄시하는 것”이라며 “보유세를 올렸어도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한 정책 부작용으로 강남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6억원 이상 주택 대출 규제는 중산층도 집 사지 말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다주택자 세금 무거워 서류상 이혼…위헌소송 감”
조선일보는 이에 앞서 12일 경제면에서 ‘부부합산 다주택 중과세’가 ‘가정파괴의 원인’인 인상을 주는 기사를 실어, 종부세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날 ‘[모닝커피] “다주택 중과세 무서워” 위장이혼 잇단 문의’ 기사는 “6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팔려고 하는데 세금이 너무 무거워 ‘서류상 이혼’을 고려해 상담하거나 이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의 말을 따 “부부 합산과제가 위장이혼 등 부작용을 일으킬 경우 위헌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6억원’이라는 기준 때문에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평범한 가정이 파괴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금 회피 목적으로 ‘위장이혼’을 하려는 다주택자에 대한 비판을 하는 대신, “부부 합산과제가 위장이혼 등 부작용을 일으킬 경우 위헌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소개한 것이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합의로 통과시킨 부동산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위장이혼’을 감행하는 반사회적 행태에 대한 비판은 전혀 소개되지 않았다. ‘부동산 부자’를 위한 신문의 논조가 선명한 대목이다.
“6억원 이상이 부자가 아닌가?”
“비싼 자산가치에 대한 세금 부과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당연” 논란의 핵심은 ‘6억원’이 부자의 기준이 될 수 있냐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30억원쯤 있어야 부자’라고 여긴다는 조사도 있고, ‘6억원 고가주택’ 기준이 1999년에 나온 것이어서 부자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게 조선·동아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강남 등지의 30평형대 아파트가 9억~10억원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평범한 서민이 6억원의 집을 마련하는 것이나 강남에 집 한 채 사는 것은 부동산 규제대책을 떠나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을 두고 왜 6억이냐, 7억이 아니냐 라고 하면 사실상 세금을 매길 수 없는 것 아니냐”며 “6억 정도를 고가주택의 기준으로 본 것이고, 서울 강남에서는 6억원대 아파트가 흔하다고 하지만, 지방에 가면 거의 볼 수 없다. 강남 아파트 1채 팔아서 지방 아파트 여러 채 살 수 있는 게 현실 아니냐”고 말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통상학부 교수는 “1천만원대 쏘나타 중고차를 갖고 있어도 1년 세금이 30만~40만원 아니냐. 부동산 자산가치에 비하면 수십억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 아니면 보유세나 종부세 부담률은 높지 않은 편”이라며 “6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가진 사람 1.2%가 부자가 아니라 ‘서민’이라면, 나머지 98.8%는 뭐라고 해야 하나.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은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6억원 이상 부동산 소유자는 얼마나 될까. 정부의 각종 자료를 보면, 전국 1301만여채 가운데 1.2%인 15만9천여채만이 종부세 부과대상인 6억원 이상 주택이며, 3억~6억원 주택 소유자도 전체 가구의 5.2%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92.9%가 3억원 미만이다. 6억 이상이 ‘서민’? 실제로는 1.2%인데… ‘1.2%를 위한 신문’ 정부의 6억원 기준과 보유세 강화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11억원(시가 13.7억원 수준)인 고가주택의 2005년 보유세는 296만원으로 실효세율이 0.21%에 그친다. 아반떼승용차(시가 1400만원)의 보유세 27만원(실효세율 2.0%)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인 것이다. 종부세의 실효세 부담율도 2005년 기준 0.15%에서 2009년 1% 수준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현행 자동차 보유세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반면 과세 기준금액 6억원 이하인 서민 주택은 현행 과세체계가 유지돼 큰 변동이 없고, 부동산 규제대책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종부세를 무는 사람은 6억원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선택받은 부자 1.2%’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선·동아의 12, 13일 보도에는 강남 31평 아파트 소유자와 다주택 보유자가 ‘서민’인 양 호도되고 있다. 이들 신문이 ‘1.2%를 위한’ 신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건설교통부의 2006년 공시지가 조사결과 국내에서 제일 비싼 집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한남동 자택이다. 공시지가가 85억2000만원이다. 두 번째로 비싼 주택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동작구 흑석동 주택으로, 공시가격만 71억7000만원이다. 사용하는 토지면적이 수천평에 이르는 ‘서울 속의 대저택’으로 통한다.
종부세·양도세 중과 등은 한나라당도 요구하고 동의 아래 ‘국회 통과’
그동안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부동산값 폭등과 불로소득의 한 원인이었다. 좁은 국토의 제한된 부동산이 일부 세력에 의해 ‘돈 놓고 돈 먹기’ 판으로 변질되면서, 사회의 공공자산이 부동산이 불로소득의 원천이 되다시피했다. 이 배경에는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낮은 세율과 ‘절세’란 명목으로 포장되어온 편법적 관행이 있었다.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인한 부의 축적은 숱한 사람들의 근로의욕 상실로 이어졌다. 종합부동산세는 이런 비정상적인 경제질서를 바로잡아 근로의욕과 경제정의를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으로 도입된 것이다.
게다가 종부세 (세대별 합산) 과세나 2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한나라당 부동산대책특위에서 먼저 들고 나왔던 사항이고, 한나라당의 동의 로 국회를 통과한 법률이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종부세 실효세율 1%로 강화하라”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부동산값 안정을 위해 종부세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종부세가 ‘부자’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세금이 아니라 잘못된 부동산 조세 체계를 바로잡고, 불로소득에 대한 정당한 부과라고 보기 때문이다. 강남·서초·송파·분당 등 부동산값 급등지역의 경우 주거환경과 교통, 교육 및 문화 환경 등 국가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에 힘입은 바가 크기 때문에 이에 상응한 납세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다. 또 이들은 보유세 부담이 높아지면 강남을 중심으로 한 다주택 소유가 줄어들 수 있어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토지정의시민연대 고영근 부장은 “강남 부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세금부담이 늘어 저항이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정부 정책은 불로소득에 비해 세금이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자는 것”이라며 “사회적 인프라 때문에 집값이 상승했고, 이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개인이 점유하겠다고 재산권 침해를 운운하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이며 사회공동체를 부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하는 8ㆍ31 대책도 2019년에 가서야 보유세 부담률이 0.61%로 선진국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6억원 기준의 위헌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지만, 미국의 경우 보유세가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1% 이상인 등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외국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다”고 말했다.
전강수 교수는 “외국에서는 종부세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선진국의 경우 보유세 중심으로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보유세가 올라 서민들이 부담하는 세금도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감내할 수준이며 자산가치에 대한 정당한 과세라는 점에서 봐야 하며, 보유세 강화 쪽으로 세제 개편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조선일보 9월13일자 2면.
“비싼 자산가치에 대한 세금 부과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당연” 논란의 핵심은 ‘6억원’이 부자의 기준이 될 수 있냐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30억원쯤 있어야 부자’라고 여긴다는 조사도 있고, ‘6억원 고가주택’ 기준이 1999년에 나온 것이어서 부자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게 조선·동아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강남 등지의 30평형대 아파트가 9억~10억원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평범한 서민이 6억원의 집을 마련하는 것이나 강남에 집 한 채 사는 것은 부동산 규제대책을 떠나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을 두고 왜 6억이냐, 7억이 아니냐 라고 하면 사실상 세금을 매길 수 없는 것 아니냐”며 “6억 정도를 고가주택의 기준으로 본 것이고, 서울 강남에서는 6억원대 아파트가 흔하다고 하지만, 지방에 가면 거의 볼 수 없다. 강남 아파트 1채 팔아서 지방 아파트 여러 채 살 수 있는 게 현실 아니냐”고 말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통상학부 교수는 “1천만원대 쏘나타 중고차를 갖고 있어도 1년 세금이 30만~40만원 아니냐. 부동산 자산가치에 비하면 수십억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 아니면 보유세나 종부세 부담률은 높지 않은 편”이라며 “6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가진 사람 1.2%가 부자가 아니라 ‘서민’이라면, 나머지 98.8%는 뭐라고 해야 하나.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은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6억원 이상 부동산 소유자는 얼마나 될까. 정부의 각종 자료를 보면, 전국 1301만여채 가운데 1.2%인 15만9천여채만이 종부세 부과대상인 6억원 이상 주택이며, 3억~6억원 주택 소유자도 전체 가구의 5.2%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92.9%가 3억원 미만이다. 6억 이상이 ‘서민’? 실제로는 1.2%인데… ‘1.2%를 위한 신문’ 정부의 6억원 기준과 보유세 강화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11억원(시가 13.7억원 수준)인 고가주택의 2005년 보유세는 296만원으로 실효세율이 0.21%에 그친다. 아반떼승용차(시가 1400만원)의 보유세 27만원(실효세율 2.0%)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인 것이다. 종부세의 실효세 부담율도 2005년 기준 0.15%에서 2009년 1% 수준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현행 자동차 보유세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반면 과세 기준금액 6억원 이하인 서민 주택은 현행 과세체계가 유지돼 큰 변동이 없고, 부동산 규제대책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종부세를 무는 사람은 6억원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선택받은 부자 1.2%’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2동 국립묘지 뒤편에 자리잡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자택. 높은 벽과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거대한 성과 같은 모습을 이루고 있다. 이 집은 2005년 건교부 발표 전국공시지가 71억7000만원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한남동 자택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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