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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언론의 힘? 부동산 광고의 힘? / 김용창

등록 2006-09-06 18:21

김용창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김용창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여러 형태의 정치·사회·군사 조직만이 아니라 온갖 행위 방식들, 생각하는 습관들, 지식 체계들 속에서 일상적으로 작용하는 무형의 유동적인 흐름을 권력이라고 보았다. 신체에 대한 잔인한 고문과 가혹한 폭력, 사상 검열 등과 같은 방법으로 권력의 존재를 한껏 과시하던 시대를 우리가 벗어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푸코가 말하는 권력에 시달리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인간을 지배하는 기술과 전략이 매우 정교하고 그 존재를 알 수 없게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부동산을 둘러싼 권력은 겉으로 드러나는 재산소유 여부만이 아니라 언론의 부동산 이야기 전개방식이 갖고 있는 편향성에서도 찾아야 한다. 우리도 모르게 의식세계를 지배하고 행동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광고통계조사기관(KADD NMR)의 집계를 보니 올해 상반기 광고시장에서 건설·부동산 업체들이 텔레비전 광고로 972억원, 신문광고로 1362억원을 지출하였다. 그리고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광고시장 규모는 7조539억원으로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4대 매체(티브이, 신문, 잡지, 라디오) 기준으로 건설·부동산 업종은 3416억원으로 7.5%를 차지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초에 분석한 자료(2005년 3~5월)로는, 주요 중앙일간지의 전체 광고지면 가운데 부동산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22% 안팎이며, 전체 신문지면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심한 경우 부동산 광고가 전체 광고지면의 50%에 육박하는 날도 있다. 경제신문은 그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광고의 유형에서도 이들 주요 중앙일간지는 전면광고와 같은 대형 광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면 마지막 면에 컬러 전면광고를 실을 경우, 부가세를 제외한 기준광고료는 1억원을 넘는다. 공식적인 광고뿐만 아니라 기사 형태로 위장한 광고도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 일간지에서 건설·부동산 부문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광고시장을 몇몇 대형 광고주와 건설·부동산 업계가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그냥 떠도는 헛된 말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는 말하지 않아도 뻔한 것이며, 그러한 이야기 방식이 매일매일 우리의 의식세계를 무의식적으로 지배하고, 당연한 진실처럼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다. 부녀회도 조롱하는 작금의 시장원리와 공급확대라는 주장을 단순하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가지는 사회경제적 폐해를 고려하면, 총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개별자본의 이해에 반하는 정책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것이 최소한의 자본주의 국가 성격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광고연맹의 광고원칙에는 광고가 진실만을 제공해야 하고, 공중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는 ‘중요한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건설·부동산 관련 비리를 보도할 때 광고가 아닌 기사에서조차 해당 업체를 밝히지 못하고 머리글자로 얼버무리는 것을 수없이 본다. 선거에서 막걸리 한 사발, 갈비탕 한 그릇 얻어먹고 유권자들이 혼쭐나는 세상이다. 그런데 언론과 광고의 관계는 더 크게 먹고 합법적으로 위장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로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언론의 부동산 보도가 갖는 힘의 근원은 ‘진실과 사실의 힘’이라기보다는 부동산 광고의 힘이다.

김용창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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