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신임 한국방송(KBS) 사장이 14일 서울 한국방송 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드는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가 ‘더 라이브’ 등 일부 프로그램 강제 폐지와 출연진 교체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과 관련해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을 방송법·노동조합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21일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도 신청할 예정이다. 박 사장이 지난 13일 한국방송 사장에 취임한 지 일주일 만이다.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20일 한국방송 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민 사장은 방송법과 한국방송 편성규약, 단체협약을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강성원 한국방송본부장은 “저희가 그간 내부 투쟁을 통해 쌓아온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라며 “위법 행위를 조목조목 밝히고 법리적 책임을 끝까지 물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12일 저녁 라디오센터장 내정자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 제작진에게 진행자 교체 및 특집 프로그램 편성을 지시한 점, 이 내정자가 ‘
사장의 뜻’을 언급한 점, 박 사장이 임명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진우 라이브 관련 질의에 “조치하겠다”라고 답변한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박 사장이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 4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KBS)본부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방송 노조 회의실에서 박민 사장 고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아울러 노조는 박 사장 취임식 날 아침 갑작스럽게 더 라이브를 편성 삭제한 뒤 결국 폐지한 일, ‘뉴스9’ 앵커를 교체한 일 등을 꼽으며 편성규약 및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방송법에 따라 제정된 한국방송 편성규약 6·7조는 제작 책임자가 방송 수정 등 사안에 관해 실무자의 의견을 듣고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법무법인 새날의 정명아 노무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부당노동행위로 볼 위반 사항이 다수 발생했기 때문에 한국방송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고용노동부에 신청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특별근로감독 제도는 노동부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감독관을 파견해 점검하고 위법 행위 등을 발견할 경우 형사 사건으로 전환하고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한 제도다.
정 노무사는 편성규약 및 단체협약 미준수가 방송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저해하는 위법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2012년 문화방송(MBC) 파업’에 대해 정당한 파업이라는
최종 판결을 내리면서 “방송 공정성은 방송의 결과가 아닌 제작·편성 과정에서의 민주적 의사결정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사용자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것은 위법 행위”라고 판시한 바 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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