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 한국방송 제공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7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박 후보자의 과거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경력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 일각에선 박 후보자가 이 단체 회장을 맡은 시기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법조 로비가 집중적으로 펼쳐졌던 시점인 데다, 박 후보자와 함께 이 단체를 이끌던 집행부의 일부가 김씨와의 돈거래로 언론사를 그만둔 만큼 박 후보자 또한 김씨와 어떤 관계였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조언론인클럽은 법원과 검찰, 헌법재판소 등을 담당했던 전·현직 법조 출입기자의 모임이다. 이 단체 누리집에 나오듯 외신이나 환경, 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전문기자 모임이 존재하지만, 검찰 등 특정 출입처를 중심으로 심지어 출입처를 떠난 기자까지 모여 단체를 꾸린 것은 법조언론인클럽이 처음이었다.(2017년 10월30일, 7대 회장 인사말 참고) 이에 언론계 안팎에선 이 단체가 ‘법조-언론 카르텔’의 연결고리 노릇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법조언론인클럽은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뒤 언론에 부쩍 자주 등장했다. 2007년 5월 출범한 이 단체는 그동안 모두 9명의 회장을 배출했는데, 그 가운데 박 후보자를 포함해 세 명이 현 정부 출범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나 공영방송 사장으로 임명됐거나 임명을 앞두고 있다.
먼저 지난 8월 서울시가 임명한 박노황 티비에스(TBS) 이사장은 법조언론인클럽 4대 회장 출신이다. 박 이사장은 연합뉴스에 기자로 입사해 법조팀장과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2011년 5월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맡았다. 티비에스 이사장 취임 이후에는 제작진의 반대에도 시정 홍보 방송 성격의 프로그램 ‘서울, 마이 소울’을 신설하는 등 내부 구성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9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위촉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야권 추천 심의위원의 퇴장 속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류 위원장은 취임 이후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인터넷 언론 심의를 강행하고, 조·중·동 등 보수 신문 인터넷판이 심의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선 그때그때 입장을 바꾸는 등 잇단 논란을 일으켰다. 류 위원장은 6대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출신이다.
박민 한국방송 사장 후보자는 박 이사장과 류 위원장에 이어 8대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냈다. 박 후보자가 이 단체 회장을 지낸 시기는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월로, 김만배씨의 법조 로비 및 언론인 등과의 돈거래가 집중된 기간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민 후보자가 회장으로 있던 법조언론인클럽이 김만배씨의 집중 로비 대상이었던 것이 확인됐다”며 “박 후보자가 당시 법조언론인클럽 부회장으로 선임했던 김아무개 ㅎ일보 사회부장은 2020년 5월 김만배씨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나 소속사가 지난 1월 사과문을 게재했고, 또 다른 부회장 이아무개 ㅈ일보 논설위원은 법조언론인클럽에 몸담고 있다가 2021년 5월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 최고위원은 “본인이 선임한 핵심 집행부들이 김만배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넘어 정작 회장이었던 박 후보자는 김씨의 로비 대상이었을까? 만일 아니었다면 왜 회장만 빠졌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후보자는 6일 자신이 선임한 법조언론인클럽 집행부의 일부가 김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고 최고위원의 서면질의에 “(법조언론인클럽) 부회장단은 7~8명에 이르며 각 언론사에 추천을 의뢰해 선임된다”며 “(금품수수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언론인은 품위를 지키며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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