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상암동 사옥.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서양원·이하 편협)가 10일 <문화방송>(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통보를 언론자유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하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편협은 국내 신문·방송·통신사의 편집인과 보도국장(본부장), 논설주간 등 최고 보도책임자가 속한 언론단체다.
편협은 이날 긴급 성명에서 대통령실의 이번 조처와 관련해 “권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을 막은 것은 언론자유를 명백히 탄압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전용기 이용 비용은 각 언론사가 부담한다. 시혜가 아니다. 그럼에도 전용기 탑승을 마치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특혜인 양 착각하는 대통령실의 부정확한 사고를 우선 지적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또 “언론은 사실을 근거로 권력을 감시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을 소명으로 삼는다”며 “윤석열 정부는 언론이 본연의 소임을 다하도록 취재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윤 대통령은 엠비시(MBC)에 대한 취재제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원로 언론인들도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현업 언론인의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어 “이번 사안을 목도하면서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철학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 벌어지는데 막는 참모가 한 사람도 없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불행이자 대통령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고 개탄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와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새언론포럼, 자유언론실천재단 등 5개 원로 언론인 단체는 이날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철학은 도대체 무엇인가’ 제목의 성명에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 욕설 비속어 파문 때문에 엠비시를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서) 제외시켰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유감이지만 참으로 ‘속 좁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일로 예정된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엠비시 취재진이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서 제외된 뉴스를 접한 우리 원로 언론인들은 이 문제가 단순한 해프닝으로 조속히 끝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언론자유를 위해서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도 국익을 위해서도 잘못된 결정은 마땅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업 언론인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이들은 “이번에 엠비시를 제외시키면 다음엔 케이비에스(KBS), 에스비에스(SBS)를 제외시키지 말란 법이 없다”며 “이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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