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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선호 #평택항 #2030…“나였을 수도 있다”

등록 2021-05-10 17:03수정 2021-05-16 20:42

300㎏ 컨테이너 깔려 숨진 이선호씨 비극에
“노동안전” 요구 SNS에서 확산
청와대 청원 3일 만에 9만명 넘어
10일 인스타그램에 이선호군을 추모하며 노동안전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 동참을 촉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10일 인스타그램에 이선호군을 추모하며 노동안전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 동참을 촉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선호 #평택항 #안전’

직장인 이정훈(35)씨는 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일하다 300㎏이 넘는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이선호(23)씨의 이야기를 기사로 접하고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인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글과 함께 ‘#이선호 #평택항 #안전’이라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그는 “위험한 작업임에도 안전장비, 관리자, 신호수 등 안전조치가 미흡해 발생한 사건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문제”라며 “이선호씨를 위한 국민청원에도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씨의 죽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그를 추모하고, 노동안전을 요구하는 2030 청년들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군 전역 뒤 학비와 생활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황망하게 스러진 또래 이씨의 죽음에 “나였을 수도 있다”는 분노가 터져 나온다.

10일 <한겨레>가 청와대 청원에 동참한 2030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20대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다 참사를 당했다는 점에서 “남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일로 산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대학생 김하늘(20)씨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대학생이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해서 더 와 닿고 마음이 아팠다”며 “2021년에도 사람이 깔려 죽고, 끼어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산재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제대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거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게 덮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윤정(24)씨는 “아무래도 또래 노동자의 죽음이나 크게 다치는 이야기를 접하는 걸 보면서 내 일처럼 느껴지는 게 있다”며 “주변 친구들도 공장에서 알바를 하면 위험한 일에 노출된다고 한다. 안전 기준 같은 체계가 여전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씨가 사고를 당했는데도 현장 관리자들이 119 신고보다 윗선 보고를 우선시했다는 논란에 분통을 터트렸다. 대학생 권혁진(20)씨는 “사람이 다쳐 쓰러져 있는데도 윗선에 먼저 보고를 했다는 논란이 우리 사회에서 사람의 목숨을 최우선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며 “기업의 입장에서 업체 평판, 나아가 돈과 관련된 것들이 생명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실이 너무 잔인하다”고 말했다. 그는 화력발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위험한 작업을 강요받았다던 친구 이야기를 꺼내며 “친구 역시 이런 (이선호씨와 같은) 시스템에서 일해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회사에서 경찰이나 소방서 신고보다 내부 보고를 강조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경험을 털어놓는 이도 있었다. 성아무개(20)씨는 “3개월 전 회사에서 상사에게 폭행을 당해서 112에 신고했는데 회사에선 왜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해 일을 키웠냐고 나무랐다”며 “이씨가 깔린 사고 현장을 보고도 119 신고를 하지 않고 상부에 보고했다는 사건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산재 사고를 보며 이들은 누구든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 않고 돈 버는 세상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싶다.”(권혁진) “산재사고는 청년은 청년이라고 중년은 중년이라고 벌어지면 안 된다. 자꾸 같은 사고들이 반복되는데 그때마다 대기업은 책임을 회피하고 하청업체는 개인의 잘못을 강조한다.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김하늘)

이씨의 죽음을 추모하며 산재사망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노동안전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글은 게시된 지 3일 만에 9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이 시간에도 많은 청년, 중장년들이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고 있다”며 “자신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고자 일하다 목숨을 잃은 이선호씨의 죽음을 더욱 알리며 산재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청원 이유를 썼다.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 갈무리

이재호 강재구 기자 ph@hani.co.kr

▶바로가기: 300㎏ 철판에 깔린 ‘삶의 희망’…재훈씨는 정신을 잃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994182.html

300㎏ 철판에 깔렸다, 장례도 못 치른 23살 ‘죽음의 알바’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9940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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