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삼성에버랜드 노동조합 와해 사건으로 피해를 본 노동자들에게 “상당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안 후보자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 피해자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 당시 사측의 부당 노동 행위로 인해 피해 입으신 분들에 대해 저도 상당히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가 중부고용노동청장 시절이던 2011년 법원 판결로 드러난 에버랜드 노조와해 시도를 미리 파악하고 감시했어야 했다는 질의에 대해서는 “초기 단계에서 조사를 하면서 증거 확보라든지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에버랜드는 복수노조가 허용되기 직전인 2011년 6월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을 악용해 ‘민주노조’의 활동을 막기 위해 회사 쪽과 가까운 이른바
‘유령노조’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 후보자는 같은해 중부고용노동청장 신분으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민주통합당)이 ‘에버랜드 회사 쪽에서 만든 노조가 유령노조라고 보인다. 위원장이 누구고 간부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질의하자, “일반적인 경우라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서면으로 “(해당 노조가) 노조활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답한 바 있다.
당시 삼성그룹의 노조 탄압을 당한 삼성지회가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9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자가 노동법을 지킬 장관으로서 자질과 시각에 중대한 문제가 드러났기에 임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안 후보자가 중부고용노동지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삼성에버랜드 어용노조에 대해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이라는 종합감사 보고서를 제출하는 바람에 지난 10년 동안 금속노조 삼성지회가 단체교섭권을 빼앗기고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공작을 견뎌야 했다”며 “삼성의 반노조 불법 행위에 동참한 관료를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을 19만 금속노조 조합원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안 후보자의 ‘유감’ 발언에 대해서도 “피해 당사자인 금속노조 삼성지회 조합원에 대한 사과가 아니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유감이라는 말로 둘러대는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자는 삼성그룹과 이마트가 노조 와해 작전과 노조 활동 봉쇄에 열을 올리던
2011~2012년 내부적으로 작성한 ‘명절 선물 대상자’ 리스트에 올라 있었던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중부고용노동청장 시절 노동부로부터 경고를 받은 사실을 해명하며 “이마트로부터 선물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 받은 사실 없다고 소명했다”며 “고위 공직자로서 언론의 논란이 되는 것은 품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정부의 청년 고용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먼저 안 후보자는 모두 발언에서 “청년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 기회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에이아이(AI)·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의 체계적인 인재양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박덕흠 무소속 의원이 ‘노동부가 내놓은 일자리 정책에 청년들이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정부가 나름대로 청년 대책을 만들면서 여러 가지 방면에서 실적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코로나 이후에 민간기업의 일자리 창출 여력은 줄었고, 청년들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청년정의당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일부 기업이 청년디지털일자리 사업 지원금을 부정수급한 사례를 문제 제기한 데 대해 “부정수급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조사해 문제가 있다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과 산업재해 사고사망 감축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안 후보자는 중대재해법의 시행령 제정에 관해 경영계에서 “과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경영계의 우려와 주장에 대해 알고 있다”며 “다만 법 제정 취지 등을 볼 때 부합하지 않는 면도 많기 때문에 시행령이 마련되면 노사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은 내년 법 시행 이전에 중대재해법 제정 취지에 맞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포스코에 대한 대책을 두고는 “안전 여력,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의 투자를 소홀히 하는 기업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인식이 변화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준용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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