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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 순간] 처우는 절반 손배는 곱절…노동자 겨누는 ‘손배폭탄’

등록 2020-12-11 10:27

2020년 11월 손배소 사업장 23개, 소송 58건, 소송액 658억원에 이르러
최근 비정규직·특수고용·무노조 노동자 옥죄는 수단으로 손배·가압류 쓰여
국회와 정부, 입법과 정책으로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이들 문제 해결해야
지난해 정규직 전환을 두고 대량 해고를 당했던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박순향씨는 지난 10월 일터로 돌아왔지만, 회사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김천 본사에서 농성을 벌였던 박씨와 노조원들에게 점거농성 과정 중에 현관문, 화분, 집기 등이 파손됐다며 1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박씨는 “화분 하나가 부서졌고, 현관문은 전기센서에 이상이 생긴 것에 불과한데, 공사가 무리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박순향씨는 요금수납 업무가 아닌 고속도로 일대 청소 담당으로 복직한 상태다. 사진 속 숫자는 빔프로젝트 불빛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난해 정규직 전환을 두고 대량 해고를 당했던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박순향씨는 지난 10월 일터로 돌아왔지만, 회사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김천 본사에서 농성을 벌였던 박씨와 노조원들에게 점거농성 과정 중에 현관문, 화분, 집기 등이 파손됐다며 1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박씨는 “화분 하나가 부서졌고, 현관문은 전기센서에 이상이 생긴 것에 불과한데, 공사가 무리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박순향씨는 요금수납 업무가 아닌 고속도로 일대 청소 담당으로 복직한 상태다. 사진 속 숫자는 빔프로젝트 불빛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정규직 노동자였던 엄길정씨와 동료들에게 각각 20억원, 5억원,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엄길정씨는 2010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장점거 파업에 함께했다, 회사로부터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했다. 손해배상 지연이자만 1일 109만5890원에 이른다.
현대자동차는 정규직 노동자였던 엄길정씨와 동료들에게 각각 20억원, 5억원,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엄길정씨는 2010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장점거 파업에 함께했다, 회사로부터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했다. 손해배상 지연이자만 1일 109만5890원에 이른다.
유성기업은 ‘노조파괴’ 과정에서 도성대씨와 동료 노동자들을 상대로 4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10억1500여만원과 지연이자 20%를 인정했다. 현재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과 임원, 창조컨설팅 대표, 현대자동차 임원까지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회사는 손배소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유성기업은 ‘노조파괴’ 과정에서 도성대씨와 동료 노동자들을 상대로 4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10억1500여만원과 지연이자 20%를 인정했다. 현재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과 임원, 창조컨설팅 대표, 현대자동차 임원까지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회사는 손배소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정욱씨는 지난해 10년 만에 복직했지만, 손배 가압류로 반토막난 첫 월급봉투를 받아들어야 했다. 경찰이 2009년 쌍용차 파업 당시 진압장비 파손 등 피해를 입었다고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으로 가압류한 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경찰과 회사가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지연이자를 합쳐 현재 10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정욱씨는 지난해 10년 만에 복직했지만, 손배 가압류로 반토막난 첫 월급봉투를 받아들어야 했다. 경찰이 2009년 쌍용차 파업 당시 진압장비 파손 등 피해를 입었다고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으로 가압류한 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경찰과 회사가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지연이자를 합쳐 현재 10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 에이지씨(AGC)화인테크노 비정규직 노동자 차헌호씨와 동료 노동자들은 2019년 해고에 항의하며 공장 앞 도로에 래커로 글씨를 썼는데, 회사는 도로 재포장 공사를 하느라 재산 피해를 입었다며 52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 에이지씨(AGC)화인테크노 비정규직 노동자 차헌호씨와 동료 노동자들은 2019년 해고에 항의하며 공장 앞 도로에 래커로 글씨를 썼는데, 회사는 도로 재포장 공사를 하느라 재산 피해를 입었다며 52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0년 만에 어렵게 일터로 돌아왔지만 손배 가압류로 반토막난 월급봉투를 받아야만 했습니다.”(김정욱 쌍용차 노동자), “2011년 회사가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지연이자까지 더해 22억원이 넘었습니다. 매일 약 55만원의 지연이자가 붙고 있죠.”(도성대 유성기업 노동자), “김천 본사 농성 중에 화분이 부서졌고, 현관문 전기센서에 이상이 생겼는데, 공사가 1억원이라는 무리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박순향 전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회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함께한 정규직 노동자 및 상급단체 활동가에게 생산 중단으로 손실이 발생했다며 2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엄길정 현대차 해고노동자), “부당해고에 항의하며 공장 앞 도로에 래커로 글씨를 썼는데, 회사가 도로 재포장 공사를 하느라 재산 피해를 입었다며 5천만원을 청구했습니다.”(차헌호 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

김정욱·도성대·박순향·엄길정·차헌호. 이들 다섯 노동자는 사는 곳도 일터도 나이도 다르지만 공통된 한 단어로 묶인다. ‘손해배상(손배)·가압류’. 이들은 파업 이후 회사나 정부가 제기한 손배·가압류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 지원단체인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에 따르면 2020년 11월 현재 손배소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은 23개, 손배소는 58건, 소송액은 658억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에는 비정규직·특수고용·무노조 노동자 등 약한 위치의 노동자를 옥죄는 수단으로 손배·가압류가 쓰이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사회권위원회 등 국제기구는 2017년에 이미 노동자들의 쟁의 행위에 대한 한국의 손배·가압류 제도가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해결을 촉구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이와 관련해 2022년까지 국제기구에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 손배·가압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은 노동 3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처사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고달픈 싸움에서 승리하고도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수십억에 달하는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감당하지 못해 가족을 잃기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국회와 정부가 입법과 정책으로 손배·가압류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손을 잡아줘야 할 때이다. 19·20대 국회에서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한 손배·가압류 남용을 막기 위한 법안은 현재 21대 국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울산 평택 천안 아산 구미/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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