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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 순간] 일감 사라져 무급휴직…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등록 2020-08-28 07:59수정 2020-08-28 10:48

코로나발 고용불안
고현수(가명)씨가 운행이 많이 줄어든 인천공항 계류장을 바라보고 있다.
고현수(가명)씨가 운행이 많이 줄어든 인천공항 계류장을 바라보고 있다.

인천공항 탑승수속 카운터 등에서 일하는 고현수(가명)씨가 아침 9시께 출근을 하기 위해 공항철도 열차를 탔다. 예년 같으면 휴가철을 맞아 인천공항 이용자들로 북적였을 열차 안은 승객들이 충분히 거리를 두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인천국제공항터미널 안은 이용객보다 직원이 더 많다. 탑승수속 카운터는 대부분 닫혀 있고, 문 닫은 상점도 많다. 고씨에게는 평소 일하던 탑승수속 카운터 업무 대신 두편의 화물기 관련 서류를 전달하는 업무가 주어졌다. 오후 2시가 안 되어 일이 끝났다. 회사는 남은 업무 시간에 대해 강제로 반일 휴가를 지정했다.

고현수씨가 공항철도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고현수씨가 공항철도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고씨는 국내외 항공사들의 여객운송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의 노동자다. 코로나19 사태로 이 회사의 직원들은 3월 초부터 순환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연차를 다 쓰지 못할 정도로 일이 많았던 고씨는 무급휴직 초기 재충전의 기회로 삼자며 마음을 다독였다. 그러나 2주일로 시작한 무급휴직은 두달 가까이 연장됐다. 5월 초부터는 회사가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포함되면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덕에 월급의 70%를 받고 8월 초까지 유급휴직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정상 급여를 받지 못한 지 5개월이 지나가면서 고씨는 적금을 깨고 집 주변의 초등학교 방역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탑승객이 거의 거의 없어 문을 닫은 탑승수속 카운터.
탑승객이 거의 거의 없어 문을 닫은 탑승수속 카운터.

공공운수노조는 고씨와 같이 무급·유급휴직 상태에 있거나, 실직한 인천공항·항공·면세점 노동자가 2만8167명(5월31일 기준)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8월20일 고용정책심의회를 열어 오는 9월15일에 종료되는 여행업·항공업 등 8개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60일 더 연장하고 4대 보험 납부유예 및 처벌면제를 6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사용자 고용유지지원금 의무 신청 제도’가 이 결정에 포함되지 않은 탓에 공공운수노조는 “고용유지지원금 대상 사업장이라도 기존 월급의 70%를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중에서 10%를 회사에서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담금을 피하려 사업자가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으면 9월부터 대규모의 대량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씨가 다니는 회사도 직원들에게 ‘2월부터 적자로 전환되어, 지금의 유급휴직 제도 유지 시, 작년의 31배에 달하는 55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측된다’며 ‘유급휴업 제도를 무급휴업 고용유지지원 제도로 전환한다’는 안내문을 보냈다. 고씨도 두달 남짓한 순환근무가 끝나면 10월부터는 무급휴직이 예정되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텅빈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면세점 이용객은 거의 없고 면세점과 인천공항직원들만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텅빈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면세점 이용객은 거의 없고 면세점과 인천공항직원들만 보인다.

고현수씨는 “항공업계에서 처음 직장을 잡아 경력을 쌓았다. 업계가 극심한 불황이라 이직이 불가능하다. 동료들도 일용직 노동과 쿠팡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겨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다들 실직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고 고용불안을 호소하며 “회사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고 정부의 지원으로 고용유지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부공사를 하고 있는 제1여객터미널 가림막에 ‘다시 만나자’라는 문구가 새겨져있다.
내부공사를 하고 있는 제1여객터미널 가림막에 ‘다시 만나자’라는 문구가 새겨져있다.

사진·글 인천공항/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20년 8월 28일자 [이 순간] 지면
2020년 8월 28일자 [이 순간]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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