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반도체 공정의 직업병 논란을 세상에 처음 알린 고 황유미 씨의 11주기인 지난 3월 6일 오후 고 황유미 씨와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행진에 참가한 이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출발해 서초동 삼성전자 앞 반올림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맨 앞은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삼성전자 반도체와 엘시디(LCD)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암 등에 걸린 노동자 모두가 보상을 받게 됐다. 해당 사건의 양쪽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 지킴이’(반올림)는 이날 나온 중재위원회의 안을 모두 수용할 뜻을 밝혔다. 이로써 10년 넘게 사회적 논란을 빚어 온 ‘삼성 백혈병 문제’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는 1일 최종 중재판정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주요 내용을 보면, 1984년 5월 삼성전자 최초의 반도체 양산라인인 기흥공장 준공 이후 반도체와 엘시디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전·현직 삼성전자 노동자는 물론 사내협력업체 노동자 가운데 희귀·난치질환에 걸린 이들은 모두 보상 대상에 넣었다. 향후 발병까지 고려해 2028년 10월을 1차 시한으로, 이후엔 10년마다 다시 정하기로 했다.
지원대상이 되는 질병의 범위는 백혈병·폐암 등 지금까지 해당 사업장에서 논란이 된 거의 모든 암이 포함됐다. 다른 희귀질환과 유산 같은 생식질환, 자녀에게 유전된 질환도 보상 대상으로 삼았다. 보상 금액은 질병의 종류에 따라 암의 경우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지원하고, 희귀질환과 자녀질환은 첫 진단 때 500만원을 지원키로 하는 등 반올림 쪽이 애초 요구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선에서 결정됐다. 이런 지원보상을 담당할 기관은 삼성 쪽과 반올림이 합의를 통해 선정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삼성 쪽 자체 보상안을 따르지 않고 반올림 쪽에 계속 남은 피해자 53명의 경우엔 기존 삼성전자 보상규정과 이번 중재안 가운데 피해자가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보상과 함께 논란의 한 축인 삼성전자의 사과는 회사 쪽이 반올림 피해자와 가족을 초청해 기자회견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직접 낭독하는 방식으로 하게 됐다. 마지막 쟁점인 재발방지 관련 대책으로는 삼성전자가 500억원의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을 출연해 전자산업을 비롯한 산재취약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중대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쓰도록 할 계획이다. 조정위원회는 11월이 가기 전까지 삼성과 반올림이 협의한 날에 협약식을 열라고 주문했다.
지난 7월24일 조정위원회 결정을 조건없이 따르기로 한 삼성전자와 반올림 쪽은 이번 중재안을 받아들일 방침이어서 별다른 논란 없이 중재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중재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애초 중재안을 조건없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만큼 잘 따르겠다”고 말했다. 반올림의 공유정옥 활동가도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 7월 무조건 합의하겠다고 했으니 합의가 된 부분은 이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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