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24일 직장갑질119에서 제공받은 ‘프리랜서 갑질’ 사례를 보면, 다양한 곳에서 갑질당하는 프리랜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두 회사가 개인과 근로계약이 아닌 프리랜서 도급계약을 맺은 경우다.
한 미술학원 강사는 학원 쪽과 3년 전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평일 8시간, 주말엔 12시간 동안 일을 했다. 업무내용은 학원장 지시를 따랐다. 학원장은 매달 나중에 줄 퇴직금 명목으로 26만여원을 떼고 급여를 주는가 하면 2년차부터는 계약서 작성을 미뤘다. 부당하다고 생각한 학원강사는 다른 동료 4명과 함께 소송을 고민 중이다.
한 방송사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3년째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매일 새벽 5시에 방송사로 출근해서 6~10시간 동안 일을 하고 있다. 휴가를 전혀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등의 이유로 근무를 빠지면 방송사가 그만큼을 월급에서 빼고 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방송사가 비정규직 보도를 하는 걸 보면 헛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뒤 매일 5시간 사무실로 출근해 유명 스포츠용품을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일을 하던 30대 여성은 사장의 욕설과 막말에 지쳐 보름 만에 회사를 그만둔 뒤 직장갑질119에 전자우편을 보냈다. “계약서 효력으로 임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이런 갑질 문제가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누군가가 프리랜서인지 노동자인지 판별하는 기준은 대법원이 2006년 “학원강사도 노동자”라며 내놓은 판례에 제시돼 있다. 첫째, 종속적인 노동관계다. 회사가 일하는 사람의 업무내용·노동시간·노동장소를 정하고 회사 소유의 작업도구를 쓰게 하면 프리랜서가 아니라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 제3자를 데려다 일을 시킬 수 없거나 일의 결과로 발생한 이윤이나 손실이 오로지 회사의 것인 경우에도 프리랜서로 보기 힘들다. 고정급이 있고 근로소득세를 회사가 원천징수하고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하는 경우에도 노동자로 간주하는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런 부분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해서 노동자성을 부인해선 안 된다고 본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노동자성을 부인하기 위해 일부러 이 대목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의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기업이 프리랜서라며 자율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개별 도급계약을 개인과 맺다 보니 노동법 보호도 받지 못하고 열악한 지위에 놓이게 돼 온갖 갑질이 횡행하는 구조가 됐다”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연재멈춰, 직장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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