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해고자 인도원정 투쟁 기자회견’에서 김득중 지부장(왼쪽 두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9년째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의 건강이 해마다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해고자 중 미복직자 1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응답 106명) 결과를 보면, “건강상태가 전반적으로 나쁘다”는 대답이 84명(79.2%)이나 됐다. 5명 중 4명이 자신의 건강악화를 하소연한 셈이다. 특히 이런 수치는 2년 전인 2015년 6월 같은 설문 조사 때의 39.5%보다 갑절이나 급증한 것이다. 해고자의 아내·자녀·부모 등 가족의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도 “나쁘다”가 응답자의 76.4%(81명)를 차지해 해고 당사자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앞서 2015년 6월 김승섭 고려대 교수(보건과학)가 쌍용차 해고자 170여명을 대상으로 한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를 보면, 해고자들이 우울 및 불안장애를 겪은 비율은 75.2%로, 동료 복직자(30.1%)보다 2.5배, 일반 자동차공장 노동자(1.6%)보다는 무려 47배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관련기사=<한겨레> 쌍용차 사태 6년…해고자들, 정규직보다 우울증 ‘47배’
이번 조사에서는 ‘최근 1년간 우울 및 불안 증세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해고자의 88명(83%)이 ‘그렇다’고 대답해, 2년 전 같은 조사 때보다 꼬박 갑절이나 늘었다. 또 최근 1년간 항우울제·신경안정제·수면제 등을 복용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엔 응답자의 34%가 ‘그렇다’고 밝혀, 2년 전 22.1%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약물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전반적 건강악화는 자신감과 행복감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귀하 가정의 행복 정도는 1년 전보다 어떻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응답자의 대부분(89.5%)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또 귀하 가정의 경제 상황이 현재와 비교해 1년 뒤 어떨 것 같느냐는 질문에도 5명중 5명(80.2%)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1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해고자 인도원정 투쟁 기자회견’에서 천주교 수도원 성프란치스코의집의 서영섭 원장 신부(서있는 사람 오른쪽)가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왼쪽)에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연대의 뜻을 담아 모은 후원금을 전달한 뒤 발언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건강 및 경제사정 악화가 번번이 좌절되는 복직 희망과 해고 상태의 지속 때문임을 내비치는 답변도 눈길을 끈다. 쌍용자동차의 회사 상황이 ‘남은 해고자들을 전원 복직시킬 여력이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86.8%가 ‘(여력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쌍용차가 해고자들을 복직시킬 의사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없다(46.2%)’거나 ‘모르겠다(47.1%)’는 비관적 답변이 압도적이었으며, ‘(회사가 해고자들을) 복직시킬 의사가 있다’고 기대한 응답자는 6.6%에 그쳤다.
또 ‘복직이 기약 없이 미뤄진다면 귀하 또는 가족의 건강이 어떻게 될 것 같느냐’는 질문에는 ‘심각하게 악화(49)%’ 내지 ‘상당히 악화할 것(45.3%)’이란 답변이 전체의 94%를 넘었다. 희망 고문이 끝나고 본디 일터로 복직하는 게 최선의 해법인 셈이다.
한편, 2009년 봄 무더기 구조조정 이후 9년째 대량해고자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조 집행부는 1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쌍용차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 회장과 직접 ‘해고자 복직’ 문제를 담판 짓기 위해 무기한 ‘인도 원정 투쟁’을 떠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쌍용차 노조 “마힌드라 회장 못 만나면 돌아오지 않겠다”
글·사진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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