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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지진은 어떻게 ‘시급 6060원 노동’을 찾아냈나

등록 2017-03-24 20:26수정 2017-03-24 23:07

[토요판] 이문영의 恨국어사전
(4) ‘지진의 경로’ 6개월
코레일 하청업체 ㅅ사의 대기실(경북 칠곡군 코레일 약목기지 안) 복도에 야간 선로 보수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안전모와 작업화가 놓여 있다.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난해 9월 이 업체 노동자 2명이 고속선로에서 케이티엑스(KTX)에 치여 사망했다. 이문영 기자
코레일 하청업체 ㅅ사의 대기실(경북 칠곡군 코레일 약목기지 안) 복도에 야간 선로 보수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안전모와 작업화가 놓여 있다.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난해 9월 이 업체 노동자 2명이 고속선로에서 케이티엑스(KTX)에 치여 사망했다. 이문영 기자

▶ <한겨레> 토요판이 독자들과 <恨국어사전>을 편찬합니다. 국가가 국민의 표준을 지정할 때, 표준에서 배제된 국민에게 ‘韓국’은 ‘恨국’이 됩니다. 韓국어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라 쓸 때, 恨국어는 ‘뼛가루들의 고통’이라고 읽습니다. <恨국어사전>은 표준에게 외면당한 표정 있는 언어들(은어·속어·조어)로 ‘恨국의 다층’을 봅니다. 독자들의 恨국어 제보(moon0@hani.co.kr)를 기다립니다. 그 언어들이 모이고 쌓여 ‘韓국이 가린 恨국의 정면’이 포착되길 기대합니다.

작업원

[사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운영 및 철도시설관리와 관련하여 공사와 계약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의 직원.”(‘철도사고조사 및 피해구상 세칙’ 제1장 제3조 10항) 하청 노동자를 별도로 구분해 지칭하는 코레일 용어. 코레일 직원이 되지 못한 사람 또는 코레일 직원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

가해자

[사규] “철도사고 등을 유발한 사람 또는 기관 중 한국철도공사 직원이 아닌 경우.”(세칙 제1장 제3조 14항)

[사용례] 땅이 구겨지고 있을 때 땅을 디딘 삶도 얇은 순서대로 찢겼다. 쉽게 구겨지는 땅과 쉽게 찢기는 삶을 찾아내는 눈이 지진에겐 있었다.


2016년 9월12일 19시44분32초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에서 지진(규모 5.1)이 일어나 동서로 달리고 남북으로 번졌다. 북위 35.75, 동경 129.19의 진동이 한반도의 단단한 믿음(지진 안전지대)을 흔들었다. 북서쪽으로 직선거리 81㎞ 떨어진 집(칠곡군 약목면)에서 최정기(가명·47)도 흔들리고 있었다.

19시50분 코레일 철도교통관제센터(서울 구로구)가 지진 피해 시설점검을 지시했다. 오송고속철도시설사무소(충북 청주시 흥덕구)에서 직원 6명이 2개 조로 파악에 나섰다.

20시32분54초 경주시 내남면 화곡리에서 지진(규모 5.8)이 일어나 “세상이 무너지는 공포”(주민)를 일으켰다. 1차 지진 발생지에서 1㎞ 곁이었고, 20㎞ 거리(양남면)에 6기의 원전이 있었다. 북서쪽으로 직선거리 83㎞의 집(칠곡군 북삼읍)에서 구철호(가명·50)도 흔들리고 있었다. 구철호가 흔들린 땅의 3㎞ 너머에서 최정기도 흔들렸다. 흔들면 흔들리면서 그들은 살아왔다. 흔들 때 흔들리지 않을 생활의 두께를 그들은 지녀본 적이 없었다. 화곡리에서 103㎞ 떨어진 김천경찰서에선 당직 경찰 박우현(가명)이 놀라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ㅅ사가 코레일의 하청업무(선로 보수)를 수행하기 위해 매일 밤 통과하는 모암고가(경북 김천시 성내동) 아래 출입문. 번호로 개폐하는 자물쇠는 코레일 감독만 열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계단 위쪽의 방음벽에 별도의 문이 있다. 이문영 기자
ㅅ사가 코레일의 하청업무(선로 보수)를 수행하기 위해 매일 밤 통과하는 모암고가(경북 김천시 성내동) 아래 출입문. 번호로 개폐하는 자물쇠는 코레일 감독만 열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계단 위쪽의 방음벽에 별도의 문이 있다. 이문영 기자

20시37분48초 코레일 관제센터 시설사령이 소속장과 팀장들에게 문자(136건)를 보냈다. “19시44분 경주 5.1. 20시32분 경북 여진 발생. 전국 관내 도보, 열차순회 시행 및 결과통보 요망.”

21시께 최정기와 구철호가 평소처럼 출근했다. 가족들도 평소처럼 그들을 배웅했다.

21시2분26초 시설사령이 2차 문자(31건)를 보냈다. “부사장님 지시사항. 전 소속장께서는 정위치 하시기 바랍니다.”

21시40분 최정기가 출근부에 출근 시각을 썼다. 21시45분 구철호가 출근부에 출근 시각을 썼다. 그들은 5분 차이로 고속철도 약목기지(칠곡군 약목면 복성리)에 도착했다. 그들의 일과는 매일 밤 10시에 시작했다. 대기실 복도에서 안전모를 찾아 쓰고 작업화를 찾아 신은 뒤 작업 지시를 기다렸다.

22시 상행선 케이티엑스(KTX) 182호 열차가 정해진 시각에 부산역을 출발하지 못했다.

22시30분 약목기지 사무실에서 코레일 직원 6명과 ㅅ사 6명(공구장 1명+작업반장 5명)이 작업회의를 했다. 지진으로 열차가 지연된다는 사실을 공유했다. ㅅ사가 회의를 마치고 돌아간 곳(코레일 사무실 뒷건물)에 최정기와 구철호가 있었다. 두 사람은 ㅅ사의 야간노동자였다. ㅅ사는 2016년 4월18일부터 2018년 7월31일까지 코레일과 ‘고속철도 선로 유지·보수 도급화 공사’를 계약(236억6023만3000원·투입인원 174명)했다. 오송~경주 관내 선로 유지·보수를 맡아 했다. 본사는 서울 강남에 있었고, 현장사무소는 충북 청주에 있었다. 약목기지엔 ㅅ사의 약목공구 대기실이 있었다. 작은 방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작은 휴게실에서 분말커피를 타 마신 뒤 ㅅ사 노동자들은 코레일 직원들이 하지 않는 일을 했다. 최정기와 구철호의 일터는 심야(22시00분~06시00분)의 고속철 선로였다.

23시 코레일 약목기지 전기 담당자가 시설 책임자 이동선(가명)을 찾아왔다. 지진으로 ‘단전’이 보류됐다고 전했다. 전기 차단은 작업 구간에 열차 진입을 막아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조처였다. 마지막 열차가 작업 구간을 통과해야 단전과 함께 선로 보수도 시작됐다.

23시06분 “케이티엑스 상행열차 지연되므로 야간 차단작업·운전협의 철저.” 코레일 오송사무소장이 에스엔에스(SNS) 대화방으로 지시했다. 소장의 지시가 당일 야간 선임장들에게 전파됐다. 코레일 관제센터→코레일 시설사무소장→코레일 공구별 사업소장→코레일 당무 선임장으로 내려가는 재난대응지침은 하청업체 앞에서 멈췄다. 하청은 재난정보 체계 밖에 있었다. 코레일 직원과 하청업체 공구장·작업반장을 다시 거쳐야 현장 노동자들에게 정보가 닿았다.

23시11분34초 182호 케이티엑스가 부산에서 발차했다. 전날보다 1시간11분34초 늦은 출발이었다.

23시14분 이동선이 코레일 내부 통신망으로 작업 변경(단전 지연으로 선로 진입 불가)을 요청해 승인받았다. 선로 침목 아래의 마모 자갈 회수 작업이 선로 순회와 인력 다지기(인력으로 철길 주변 다지기)로 바뀌었다.

23시19분 이동선이 김한식(가명)에게 전화해 변경 내용을 통보했다. ㅅ사의 약목공구 작업구간(서울 기점 223.85~254.00㎞)은 네 팀이 나눠 맡았다. 상행선 방향으로 밑에서부터 인평고가(칠곡군 약목면) 7명, 금오터널(구미시) 4명, 모암고가(김천시 성내동) 11명, 다수고가(김천시 평화동)에 7명이 배치됐다. 지점마다 고속철도 선로로 진입하는 출입문이 있었다. 철조망을 친 출입문엔 자물쇠를 채웠다. 궤도 유지·보수 작업을 하청은 수행하고 원청은 감독했다. 감독업무의 핵심은 ‘현장에 있는 것’이었다. 하청 노동자들의 선로 출입을 원청이 관리했다. 코레일 직원이 단전 뒤 자물쇠를 따줘야 노동자들은 선로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의적 판단에 따른 선로 출입을 막고 원청의 사고방지 책임을 강화하는 규정이었다. 열차 정보를 받고 묻는 무전기도 원청 감독만 휴대했다. 모암팀의 코레일 감독은 이동선이었고, 모암팀의 ㅅ사 작업반장은 김한식이었다. 모암팀이 현장으로 나갈 때 이동선은 지진 처리로 동행하지 못했다. 이동선은 “모터카를 타고 갈 때까지 출입구 앞에서 대기하라”(이동선 진술)고 김한식에게 지시했다.

23시20분 노동자 11명이 대기실을 나와 모암고가로 차량 이동을 했다. 최정기와 구철호도 모암팀이었다. 노동의 조건은 그대로인데 노동을 고용하는 원·하청은 서로를 저울질하며 계약을 연장하거나 종료했다. 고속선로 야간 정비로 밥을 벌어온 칠곡의 노동자들은 코레일의 하청이 ㅅ사로 넘어가면서 넉 달 전 고용승계됐다. 최정기의 선로 보수 경력은 5년10개월이었다. 구철호는 8개월째였다. ㅅ사 입사 경력은 전원이 동일했다. 코레일 하청 수행 첫날(2016년 5월1일) 근로계약서를 일괄 작성했다.

23시33분24초 케이티엑스 182호 열차가 울산역에 정차(23시34분12초 출발)했다.

23시45분 모암팀이 모암고가 아래 도착했다. 중식당과 찜질방의 공동주차장 끝에 고속선로 출입문이 있었다. 그들은 앉아 쉬거나 담배를 피우며 대기했다.

23시46분49초 신경주역을 나선 182호 열차가 00시23분05초에 대구역을 통과했다.

9월13일 00시27분 우우우우웅. 거대한 쇳덩이가 모암고가 위를 날아갔다. 하행선 마지막 케이티엑스가 맹렬하게 달렸다. 철커덕, 걸리고, 철커덕, 끊기는 기차바퀴 소리는 고속열차의 것이 아니었다. 평시 상·하행선 최종 열차 통과시각은 23시31분·00시19분이었다. 상행선 케이티엑스도 이미 고가를 지나갔을 것이라고 노동자들은 생각했다. ㅅ사 공구장과 작업반장은 열차 지연 사실을 팀원들에게 공지하지 않았다.

00시30분 약목기지에 남아 있던 이동선이 관제센터에 케이티엑스 상행선 막차의 위치를 문의했다. 칠곡 지천을 지나고 있다고 관제센터는 확인했다.

00시31분24초 모암고가 선로 방음벽의 문(잠금장치 없음)이 열렸다. 문을 지나 선로 쪽으로 진입하는 노동자 11명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혔다. 방음벽은 철조망 출입문을 통과해 계단을 올라가야 나왔다. 출입문 자물쇠(번호키)는 김한식이 땄다.

00시32분03초 방음벽 안으로 들어온 노동자 2명이 트롤리(선로용 밀차)를 들어 상행선(T2)을 건넜다. 하행선(T1) 선로 위에 트롤리를 놓은 뒤 동료들과 방음벽 문 주위에서 대기했다.

00시37분10초 규모 3.1의 지진이 경북 경주시 남쪽 6㎞ 일대(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를 흔들었다. 살 오르지 않는 인생을 무언가 흔들 때마다 그들의 노동도 흔들려 뼈만 남았다. 코레일의 하청을 딴 ㅅ사는 작업 공구 부근의 노동을 모아 헐값에 사용했다. 최정기와 구철호는 ‘일용직’(고용 형태)과 ‘보통인부’(직종)로 분류됐다. ㅅ사와의 계약 기간은 8개월(2016년 5월1일~12월31일)이었다. 그 시간조차 근로계약서는 보장해주지 않았다. “위 기간 내에라도 해당 공종 종료, 발주처의 공사 중단, 설계 변경, 계절적 공사 축소 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경우에는 그때를 계약 만료일로 한다.” 기본시급은 6060원이었다. “1주 8시간 연장근로 동의”를 전제한 시급이었다. 연장근로·개근을 조건으로 산정한 포괄임금 9만3천원이 근무일수에 곱해져 월급이 됐다.

00시40분 “감독이 없으니 전화로라도 승인을 받으소.” 작업을 시작하려는 김한식에게 동료 ㄱ이 말했다. 김한식이 이동선에게 전화했다. 통화 대화를 복기하는 두 사람의 기억은 5분 뒤부터 책임을 다투며 대립했다. 그들이 전화기를 붙들고 있을 때 부산발 케이티엑스는 김천구미역에 닿았다(00시40분51초).

작년 9월 경주 강진 때 사망한
KTX 선로 보수 하청 노동자들
코레일 감독 현장 동행 안 했고
하청 반장은 열차 지연 안 알려
하청은 기소되고 원청은 불기소

재난이 불편부당했던 적 없었다
불안정 삶 목표로 정확히 타격
끝없이 반복되는 앙상한 죽음들
가장 얇은 삶을 가장 먼저 찢는
‘죽음의 구조’는 처벌받지 않아

00시41분15초 하행선에 둔 트롤리를 노동자들이 옮겨 상행선 위에 올렸다. 가로 1.7m×세로 1.3m 크기의 트롤리(35㎏)에 투광기 3대(51㎏)와 마대·삽·갈퀴 등이 실렸다.

00시42분16초 90㎏ 넘는 트롤리가 하행했다. ㄱ(왼쪽 선로 밖)과 ㄴ(오른쪽 선로 안) 등 3명이 트롤리를 밀었다. 최정기와 구철호가 ㄴ의 뒤를 일렬로 따랐다. 구철호의 왼쪽 선로 안쪽에 ㄷ이 섰다. 김한식은 트롤리 앞에서 걸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김천의 습도(13일 00시~01시 99%)가 치솟았다. 다습이 공기를 뭉개 가시거리(12일 20시 14.2㎞→23시 7.5㎞)를 잘랐다. 13일 자정 전후로 시야(00시 2.7㎞ 옅은 안개→01시 0.23㎞ 짙은 안개)가 급격히 흐려졌다.

00시45분45초 우우우우웅. 선로 맞은편에서 안개를 뚫고 소리가 날아왔다. “열차다.” 누군가 외쳤다. “트롤리 치워.” 누군가 외쳤다. 열차 불빛을 봤다 싶었는데 ‘쿵’ 소리(코레일은 00시47분으로 발표)가 났다. 불빛 확인 뒤 4~5초 사이였다. 기관사가 급제동했다. 시속 194㎞의 열차는 1080m 전진해 멈췄다. 누군가 외쳤다. “사람이 없어.” 최정기와 구철호가 없었다.

00시48분 119구급대에 신고가 접수됐다. 진앙의 생명들을 지나쳤던 지진이 케이티엑스 182호를 타고 서울 기점 227.68㎞까지 달려와 사람을 치었다. 김천구미역으로부터 5.3㎞ 북상한 지점이었고, 방음벽 출입구로부터 189m 남하한 거리였다. 최정기·구철호는 충돌 장소에서 10여m 떨어진 수로에서 발견됐다. 김천소방서가 두 사람의 상태를 구급증명서에 기록했다. “심정지·호흡정지.” 맹수에게 뜯긴 것처럼 작업복이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00시51분 김천경찰서 상황실에 사고가 접수(119에서 통보)됐다. 당직 경찰 박우현이 출동했을 때 최정기·구철호는 병원으로 실려 간 뒤였다. 부상(경상)을 입은 ㄴ과 ㄷ이 현장에 남아 있었다. 불빛을 피한 사람들은 생존했으나 트롤리를 내리던 최정기·구철호는 불빛에 덮였다. 트롤리가 열차 밑에 깔렸다면 탈선할 수도 있었다. 열차엔 34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01시10분 최정기를 태운 구급차가 김천의료원에 도착했다. 01시11분 구철호가 구급차 안에서 사망(직접 사인 흉부손상)했다. 2분 뒤 주검으로 김천제일병원에 도착했다. 유족으로 아내와 남매가 있었다. 01시29분 최정기가 사망(직접 사인 중증 뇌손상)했다. 유족으로 아내와 형제가 있었다.

기관차 불빛을 밝힌 케이티엑스(KTX) 고속열차가 한 역의 승강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기관차 불빛을 밝힌 케이티엑스(KTX) 고속열차가 한 역의 승강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02시00분38초 김천구미역으로 되돌아간 케이티엑스가 대구에서 보낸 열차로 교체됐다. 환승한 승객들은 지진 없던 날보다 2시간42분08초 늦게 역을 떠났다.

03시48분 이동선이 휴대전화 문자로 오송사무소장에게 사고 경위를 보고했다. “00시40분경 김한식한테서 전화가 와서 막차 통과했는데 들어가도 되냐고 하길래, 지금 막차 지천 올라왔다고 하니까, T1으로 가까요, 그러기에 무슨 소리냐고, 좀 있다 전화하면 T2 선로변으로 이동하라고 했습니다.”

04시06분51초 케이티엑스가 종착지 행신역(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도착했다. 2명의 사망자와 2명의 부상자를 내고 2시간47분51초 연착했다.

9월13일 오전~ 이동선의 보고를 토대로 오송사무소가 ‘작업원 사상사고 발생보고’를 작성했다. “승인 전 선로 무단진입에 따른 작업원 4명이 케이티엑스에 치여 인근 병원 긴급 이송.” 코레일 정규직이 공사 ‘직원’으로 ‘순직’할 때 하청 노동자는 ‘작업원’으로 ‘사망’했다. 그들의 신분은 용어에서부터 구별당했다. 최정기·구철호는 죽어서 코레일의 가해자가 됐다. 그들의 사망 책임을 둘러싸고 원·하청의 진술(00시40분 전화통화 내용)이 어긋났다. 김한식은 선로 진입을 허락받았다고 했고, 이동선은 욕을 하면서까지 불허했다고 했다. 김한식이 동료들을 이끌고 출입문을 통과한 시각(CCTV 녹화 장면)은 작업 여부를 묻는 전화통화 전이었다. 막차가 끊기지 않았다는 정보를 접한 하청업체 작업반장이 원청의 지시를 어기고 선로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경찰도 이해할 수 없었다. 반드시 원청 관리장만 열 수 있는 자물쇠를 하청 작업반장이 딸 수 있었던 까닭을 경찰이 질의했다. 상황에 따라 하청이 열고 들어갈 수 있도록 작업 협의가 돼 있었다고 원청은 답했다. 관리장이 부재한 채로 선로 작업을 한 적이 전에도 원·하청 간에 있었다. 때때로 지켜지지 않는 규정이 때와 때를 만나면 죽음을 불렀다. 코레일 관리장이 동행했던 현장은 무사했다.

10월28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보낸 ‘재해조사의견서’를 근로복지공단이 접수했다. 사고 당일 현장조사와 양쪽 주장을 검토한 공단이 ‘재해발생 원인들’을 정리했다. “작업과 관련한 정보를 공사 감독에게 국한되도록 하여 발주자의 지휘권은 높으나 안전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내려주어 작업자와 공유되지 않는 등 승인·지시 과정에서 혼선 또는 오판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내재됨.”

11월10일 경찰이 ㅅ사 공구장·김한식과 코레일 이동선을 불구속 기소(업무상 과실치사·치상) 의견으로 송치했다. 껍질 얇은 삶일수록 천재지변과 고속으로 만났다. 최정기와 구철호의 근로계약서엔 “붙임서류(야간근로자용)”가 존재했다. “정당한 작업 지시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거부한 때”와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주도하거나 불법 집단행동에 적극 가담한 때”가 8가지 해고 사유 중에 있었다. 최정기·구철호의 마지막 월급명세서엔 102만3310원·73만9170원이 찍혔다. 10일치·7일치 급여만 지급된 이유를 ㅅ사는 “중도 퇴사”로 기입했다. 검찰이 이동선의 혐의에 보강 수사를 요구했다.

2017년 1월4일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 이동선을 ‘혐의 없음’으로 재송치했다. 지진 발생으로 업무가 변경돼 현장 동행이 불가능했다는 코레일 쪽 소명을 검찰이 수용했다. ‘죽음의 구조’는 처벌받지 않았다. 최정기와 구철호는 거듭 죽어왔다. 2003년 신태인역(7명 사망)과 2011년 계양역(5명 사망)에서도 열차가 선로 보수 중이던 하청 노동자들을 타격(선로 진입 규정 위반으로 관련자 처벌)했다. 최정기·구철호의 목숨은 지진이 아니라 지진에 탑승한 ‘죽음의 외주’가 끊었다. 재난이 불편부당했던 적은 없었다. 가장 위험한 작업일수록 가장 취약한 노동이 하청받아 가장 먼저 죽었다. 재난은 불안정 노동에 정확하게 정차했고, 지진은 기어코 최정기와 구철호를 찾아냈다.

2017년 3월20일 06시20분 9·12 경주 지진의 596회째 여진이 발생했다. 규모 1.5~3.0 미만이 575회, 3.0~4.0 미만 20회, 4.0~5.0 미만 1회였다. 감각되든 감각되지 않든 지진은 계속되고 있다. 땅이 흔들리든 흔들리지 않든 ‘최정기들’과 ‘구철호들’은 계속 흔들리고 있다.

*다음을 취재·확보해 구성했다. ① 경찰의 사고 전후 시간대별 수사 결과 ② 182호 케이티엑스 시간대별 운행 기록 ③ 2016년 9월12~13일 기상청 시간대별 지진통보·지상관측자료 ④ 코레일 ‘작업원 사상사고 발생보고’ ⑤ 코레일 ‘철도사고조사 및 피해구상 세칙’ ⑥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재해조사의견서’ ⑦ 최정기·구철호 119구급증명서 ⑧ 코레일-ㅅ사 도급계약서 ⑨ 최정기·구철호-ㅅ사 근로계약서 ⑩ 2016년 9월 ㅅ사 출근부 ⑪ ㅅ사 ‘일용노무비 지급명세서’. ⑦~⑪은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코레일·국토교통부·대구지방고용노동청·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았다. 사고 발생·수습 시각은 조사 기관마다 달라 경찰이 파악한 시각을 기준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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