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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대선 주자들 일자리-노동 공약, 정책선거 가늠자 되나?

등록 2017-02-20 16:33수정 2017-08-01 11:48

[HERI 쟁점진단]
수치까지 제시하며 일자리 창출 자신
비정규직·최저임금·근로시간 다양
진보-보수 정책노선 차별성 드러내
민주당 경선따라 선거구도 갈릴 듯

지금의 시간은 탄핵정국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전도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광화문으로 향하지만, 어느새 우리는 여의도에도 눈길을 주고 있다.

각 당의 대선 예비주자들은 대학로에서, 어린 시절 다닌 공장에서, 국회에서 각자 출마를 선언했다. 중도에 출마를 포기한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인물들이 남아 있다. 그들의 출사표에는 몇 가지 정책공약들이 포함돼 있다. 아직 당내 경선이라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고, 정책 공약을 다 펼쳐 낸 것도 아니다. 초기 국면의 정책 공약 중에서는 단연 일자리와 노동 공약이 눈에 띈다. 국민의 일상적인 삶과 가장 밀접한 주제라는 점에서 일자리 노동 공약은 특히 관심을 모은다. 19대 대선의 초입에서 이 문제를 점검해본다.

박근혜 ‘중산층 70% 고용률 70%’ 공약 온데간데 없어

사실 탄핵심판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행복시대”를 표방하면서 일자리 공약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중산층 70% 고용률 70%”가 슬로건이었고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린다”는 ‘늘지오’가 구호였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주상품이었다. 야당 후보와의 차별성은 거의 없어지고 ‘의지와 결단의 지도자’를 믿어보자는 기대심리는 높아졌다.

하지만 정작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추진한 노동정책은 참담했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불법화가 단행됐고 민주노총 위원장은 구속수감 중이다. 비정규직의 차별과 불안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늘리고 파견을 확대하는 개악안이 제출됐다. 사용자단체의 요구였던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절차 완화는 정부 지침으로 전격 처리됐다. 박근혜 정권은 속도전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밀어붙이면서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에 매달렸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노동계를 향한 전면적인 압박이었다. 그 안에서 노동개혁은 경제살리기 법으로 둔갑해 최순실 게이트의 먹잇감과 재벌들과의 뒷거래에 이용됐다. 노사정 대화에 발을 담갔던 한국노총조차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정권퇴진 투쟁에 나서야 했다. 어떤 면에서는 이번 촛불항쟁은 2015년 말 노동계와 농민단체들이 중심이 됐던 민중총궐기 투쟁에서 그 불씨가 싹텄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촛불을 든 국민들의 분노에는 불안한 삶과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응집돼 있다. 그것은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의 이름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내용들은 무르익지 않았다. 지금이 탄핵정국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국민의 ‘삶의 문제’는 차기 대통령과 다음 정부의 색깔과 방향을 가늠하게 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각 후보들의 주요 공약을 먼저 살펴보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녹음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시각장애우를 위한 오디오북으로 제작하는 녹음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녹음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시각장애우를 위한 오디오북으로 제작하는 녹음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공공부문 81만개 시간단축 50만개 일자리 창출”

여론조사에서 단연 1위를 보이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18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제4차 포럼에서 일자리 공약을 제시했다. 그날 포럼의 주제는 ‘일자리, 국민성장의 맥박’이었다. 그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비상경제 조치 수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시선을 모은 뒤 공공부문에서 81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50만, 합해서 13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런 공약의 근거로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고용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3%에 한참 못 미치는 7.6%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면서 소방관과 경찰, 보육교사, 복지공무원을 늘려 공공부문 고용비중을 3%p 올리겠다고 밝혔다. 소방관과 경찰은 국민안전을 염두에 둔 것이었고, 보육교사와 복지공무원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복지정책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특히 사회복지공무원을 25만명 늘리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에 관해서는 주 52시간의 법정노동시간 상한을 준수하면 2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고 연차휴가를 모두 다 사용하도록 하면 30만개의 일자리가 더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이와 함께 대기업이 하청기업에 대해 정당한 납품단가와 적정이윤을 보장하도록 해서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대기업의 60%에서 80% 수준이 되도록 하고, 비정규직의 입구 규제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하고, 사내하청에 대해 원청 대기업이 공동고용주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의 점진적 인상과 더불어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가 이날 공약을 발표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별도의 공약발표를 약속한 것을 감안하면 노동정책에 관한 포괄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자리창출(공공부문-노동시간단축), 중소기업-비정규직 대책, 최저임금-자영업자 대책을 묶은 것이다. 현재 대선 후보군 중에서는 정책을 가장 분명하게 제시한 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이미 불출마 선언으로 후보군에선 빠졌지만 시기면에서는 가장 빠르고 포괄적인 정책비전을 제시했었다. 그의 정책은 다른 후보들에게 영향과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21일 국회의 한 토론회 초청 연설을 계기 삼아 ‘불평등과의 전쟁 선언’을 기조로 ‘우리 모두의 경제’라는 개념으로 ‘위코노믹스’(Weconomics)라는 개념을 제창한 바 있다. 그는 사실상의 대선 공약 기조로 평가받을만한 것으로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분야별 10대 과제’를 제시했는데 △재벌 계열분리명령제 실질화와 기업분할명령제 도입 △재벌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증여세 과세기준의 엄격한 적용으로 재벌 일감 몰아주기 근절 △중소기업, 중소상인의 집단교섭권 인정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 적합업종제도 강화 △비정규직 채용 시 정규직보다 고임금 지급 △노동조합 강화로 노동조합 조직률 30% 도달 △노동이사제 도입과 산별교섭 보장 △공공부문 100만 일자리 창출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 등을 담았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복지서비스, 보건, 돌봄, 교육, 소방, 경찰, 환경, 문화 등의 분야로 제시했다. 박 시장은 특히 ‘선성장 후분배’는 낡은 구호에 불과하다며 소득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소득증대와 재분배를 통한 소득주도 성장전략으로서 위코노믹스 개념을 제시한 점이 주목을 받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1월23일 오전 자신이 12살 때 노동자로 일했던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오리엔트시계 공장 마당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성남/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재명 성남시장이 1월23일 오전 자신이 12살 때 노동자로 일했던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오리엔트시계 공장 마당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성남/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재명, 어린 시절 일했던 공장서 출마 선언

이재명 성남시장은 1월23일 자신이 어린 시절 일했던 성남의 제조업 공장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그는 자신의 정책을 ‘이재명식 뉴딜성장정책’으로 명명했다. 그는 이날 선언문에서 “노동을 탄압할 게 아니라, 노동자 보호와 노동3권 신장, 임금인상과 차별금지로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장시간노동 금지로 일자리를 늘려 노동자 몫을 키우고 중산층을 육성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금융노조와 성과연봉제 폐지를 약속하는 협약식도 가졌다. 하지만 이날 출마선언에서 정작 주목받은 것은 기본소득 공약이었다. 그는 국가예산 400조원의 7%인 28조원으로 29세 이하 청년과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연 1백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전국민에게 30만원씩 토지배당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기본소득과 토지배당은 지역화폐로 지급해서 영세상인들을 살리는 정책이 되도록 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재명 시장의 노동공약은 친노동 색깔을 분명히 하고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비판하면서도 정책 면에서는 ‘복지’에 훨씬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월15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충청향우회 신년교례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월15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충청향우회 신년교례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안희정 ‘대화와 협치’ 강조, 중도노선으로 차별화

안희정 충청남도 지사는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로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근로능력을 잃었을 때 인간적 품위를 지켜줘야 하지만 시혜와 포퓰리즘은 청산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성실한 근로나 노동의 가치가 억울하게 착취당하지 않도록만 해도 일자리 문제나 청년실업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대폭적인 노동 공약이나 복지 공약과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저임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하면서도 “액면가로 승부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거나 “산업구조 개편 때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없으면 많은 기업들이 가라앉게 된다”며 시장경제 질서를 원칙으로 한 공정경쟁 측면을 강조했다. 이러한 안 지사의 정책기조는 시장을 중시하면서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정책공약에서는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 아이템을 특정해서 제시하는 않았다. 마치 그런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을 자신의 차별성으로 부각하려는 듯했다. 대신 그는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 정치에서의 대연정 필요성과 협치를 강조했다. 이전 정부들의 경제정책의 장점을 계승하겠다는 측면에서도 그는 정부의 인위적인 목표설정보다는 안정과 조화의 가치를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월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정의당 19대 대선후보 선출 보고대회에서 후보 수락연설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당원들에게 두 주먹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월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정의당 19대 대선후보 선출 보고대회에서 후보 수락연설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당원들에게 두 주먹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심상정, 노동자 경영참가 등 가장 진보적 공약

노동운동가 출신이면서 노동계와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정당인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는 1월19일 출마선언에서 “노동개혁을 정부의 제1의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우선 정부 조직에서부터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노동부총리제를 도입하고 고용노동부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대통령 직속으로 노동시간단축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 주 40시간제를 완전히 정착시키고 연간 180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임기 내에 전 국민 월급 300만원을 실현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최저임금 1만원, 최고임금제, 실업급여 확대를 모두 추진하겠다고 했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3대 정책으로 노동시장 안에서는 최저-최고임금제를 실시하고 대중소기업간 초과이익공유제를 실시하고 아동-청년-노인 기본소득제를 실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노사정위원회를 해체하고 ‘노사정 전략대화’라는 명칭의 사회적 대화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약속도 냈다. 정의당의 노동공약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출마선언 내용과 함께 수위 면에서는 다른 어느 후보들보다도 친노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경제정의가 살아 있는 공정한 시장경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경제정의가 살아 있는 공정한 시장경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유승민 ‘육아휴직 3년, 칼퇴근법’ 따뜻한 보수 노선

한편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은 1월26일 출마선언을 통해 비정규직의 차별을 시정하고 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며 비정규직 자체를 근본적으로 줄여나가는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부담하는 4대 보험료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해서 그만큼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복지, 노동, 교육, 보육, 주택, 의료 분야에서 과감한 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의 정책공약은 노동분야와 관련이 있으면서도 여성과 저출산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특징를 보였다. 그는 3년까지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 등 육아에 필요한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또 근로시간 단축에 있어서도 ‘칼퇴근’을 정착시키고 퇴근시간 직전이나 심야시간, 주말에 업무지시를 하는 '돌발노동'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노동자 지원은 중소 영세기업에 대한 고용보험 재정 지원을 주로 강조했고,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 창업지원을 주된 수단으로 언급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월20일 낮 서울 중랑구 망우로 한국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장을 방문해 교육을 받고 있는 청년들과 일자리 관련 고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월20일 낮 서울 중랑구 망우로 한국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장을 방문해 교육을 받고 있는 청년들과 일자리 관련 고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철수 “공정-자유-책임 기반 격차 없는 사회”

끝으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아직 노동 공약으로 부를 만한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안 전 대표는 가장 최근인 2월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교육개혁에 관한 정책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자신의 정책비전을 포괄할만한 가치로서 공정-자유-책임을 내세웠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수출-내수-일자리-인구-외교 등의 위기를 ‘5대 절벽’으로 부르고 미래의 기회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일자리 문제도 미래를 대비하는 데서 온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중요한 계기로 삼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인재양성과 기술기반 확보, 산업구조 개혁과 표준화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개혁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으로 학제 개편을 과감하게 들고 나왔다. 유치원 2년을 의무교육 기간으로 편입하는 것을 전제로 현재 ‘6+3+3’으로 돼 있는 학제를 ‘5+5+2’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창의교육을 근간으로 사교육의 혁명적 축소를 대안으로 내걸었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창업을 위한 공정한 시장 질서의 확립을 강조했다. 앞으로 노동분야 공약을 따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별도로 하더라도 미래지향적이고 혁신과 공정을 강조하는 안 전 대표의 특징이 일자리와 노동정책에서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 둘러싼 논쟁 가열

예비주자들의 일자리-노동 공약을 보면 크게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중소 영세기업 대책, 노동시간 단축 등의 주제들이 눈에 띈다. 기본소득 공약들도 일자리 위기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문재인 대표는 공공부문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13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을 정책수단별로 나눠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다른 후보들은 숫자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중도 포기한 박원순 시장도 공공부문 1백만개 일자리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문재인 후보와 유사한데 보건복지 분야와 안전 분야를 주된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이러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은 숫자가 제시됐다는 점에서 근거를 논박하는 비판이 나오기도 쉽고, 가뜩이나 공무원 취업에 목을 매는 현재 풍토에서 국민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안이한 정책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이같은 인식을 고려한 것인지 안희정 지사와 유승민 의원은 공정한 시장환경을 조성하고 혁신경제를 통한 창업활성화로 일자리 창출 약속을 대신했다. 안 지사의 대화와 타협 강조나 유승민 의원의 따뜻한 시장경제론은 노동정책의 목표를 정부가 미리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사정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간의 협의를 통해 목표를 설정해 나가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창업을 일자리 창출 정책의 주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중도성향의 후보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의원, 안희정 지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후보 가운데 숫자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이재명 시장이 내건 기본소득 액수이다. 청년과 노인에 대해 모두 28조원으로 1인당 1백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고, 토지배당은 모든 국민 1인당 30만원을 제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전국민 300만원 월급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이런 공약도 수치를 제시하면 비판이 따른다는 징크스를 안고 있다. 숫자로 제시된 만큼 기억하기 쉬운 데 반해 근거가 무엇이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 실현한다는 구체적 방법이 미비돼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나오기 마련이다.

수치 내건 공약들 선명하지만 신뢰성 의문

뜨거운 쟁점이자 노동정책의 주요 화두인 비정규직 문제는 대부분의 후보들이 차별 해소를 내걸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입구규제와 정규직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모두를 약속했다. 심상정 대표도 거의 동일하다. 두 후보가 더 전향적인 공약을 낸 편이다.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에 있어서도 다른 후보들과 공통사항 외에 임금 격차를 80%까지 축소하겠다든가, 초과이익공유제를 실시하겠다는 명시적인 공약을 낸 점이 다르다. 유승민 의원은 영세기업의 사회보험료를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는데 비정규직의 상당수가 영세기업에 분포한다는 점에서 공약 내용으로는 획기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심상정 대표가 1만원이라는 노동계의 공통요구를 숫자로 명시했고 최저-최고임금제 연동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살찐 고양이법’이라는 네이밍에도 공을 들였다. 문재인 전 대표는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의식해서 최저임금의 점진적 인상과 자영자 지원대책을 병행한다는 논리구조를 갖췄다.

근로시간 단축은 심상정 대표가 주 40시간, 문재인 전 대표가 주 52시간 상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유승민 의원은 근로시간 자체보다는 육아휴직 기간 확대와 칼퇴근법을 공약해 일·가정 양립쪽에 무게를 뒀다.

정책노선 급진성, ‘심상정-이재명-문재인-안희정-안철수-유승민’ 순

한편 각 후보 진영의 정책전반의 기조를 알 수 있는 ‘정책슬로건’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후보의 이미지와 정책이 동시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국민성장을 표방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성장과 분배의 양면이 함께 표현돼 있다. 문 후보는 ‘소득주도성장’이라고 보충해서 설명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복지서비스 일자리 공약이나 비정규직 정책에서도 이런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기본소득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듯이 ‘이재명의 뉴딜성장정책’으로 포장했다. 대공황 시기의 미국의 뉴딜정책이 과감한 정부의 역할을 통해 실업자를 구제했다는 점을 연상시키고 있다. 이 시장은 정책면에서 노동조합과의 친화성이 문재인 전 대표 이상으로 높은 점도 눈에 띈다. 그는 금융산업노조와 성과연봉제 폐지 협약식을 가졌고 공무원조조와도 협약식을 가졌다. 이재명 시장이 기초단체장이라는 약점을 극복하는 데도 전국적인 노동조합 조직을 강력한 우군으로 삼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안희정 지사의 캐치프레이즈는 ‘협치’에 두고 있다. 그는 민주주주의자로서 자신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는데 일자리와 노동정책에서도 민주적 협치를 통한 접근법을 강조하고 있다. 충남도의 노사민정협의회가 서울시와 함께 활발히 운영됐다는 점도 이를 입증한다.

유승민 의원은 ‘따뜻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내걸고 있다. 우파정당의 정치인으로서 공동체를 강조하는 것은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를 주도한 기민당의 노선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을 갖고 있다. 시장경제의 공정성과 약자보호의 정신을 노동정책에도 구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같은 경향은 안철수 전 대표의 정책 기조에서도 나타난다. ‘공정-자유-책임’을 내건 안철수 노선은 중도우파의 전형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정책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통한 혁신경제와 창업혁명을 강조하고 있어 IT업계 출신으로서 자신의 강점과 중도노선을 적절히 결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상정 대표는 정의당이 민주노총과 가장 밀접한 정당이라는 점에서 노동정책의 진보성과 적극성이 가장 두드러진다. 노동개혁을 ‘국정 제1과제’로 삼겠다는 것이 슬로건이자 특징이다. 심상정 후보 스스로 금속노조 사무처장 출신이고 오랫동안 국회 환노위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본인의 전공분야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노동문제를 깊이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자리·노동정책 공약이 ‘정책노선’ 구분 가늠자

아직 공약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후보들도 있고 탄핵심판과 연계된 대선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긴 하다. 각 후보들은 우선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체로 이번 대선에서 일자리와 노동정책이 어떻게 제시될 것인지 방향을 가늠해 보기에는 충분한 상태에 있다.

문재인 후보는 노동계가 요구해온 노동정책의 주요 꼭지들이 대부분 포함된 ‘만물상’이라고 할 수 있고, 심상정 대표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급진형’이며, 이재명 시장은 화끈하고 야심찬 공약과 더불어 조직노동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파격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안희정 지사와 안철수 전 대표, 유승민 의원은 중도를 표방하고 안정감이나 조화를 주된 정책의 컬러로 삼는 ‘중도형’으로 부를 수 있다.

일자리와 노동정책은 정치인의 이념과 노선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노동과 자본이라는 계층문제가 노선의 분기점이 되고 성장과 분배라는 가치 중 어디에 무게 중심이 쏠리느냐 하는 것도 여기에서 상당부분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자리와 노동정책은 향후 대통령 선거의 ‘구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좌에서 우로 정책의 급진성 측면에서 이념 노선을 배열해 본다면 심상성-이재명-문재인-안희정-안철수-유승민의 순서가 대체로 적절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민주당의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나 이재명 시장이 승리한다면 안철수, 유승민을 포함한 좌-중도-우의 노선 경쟁이 본격적으로 치러지는 대선이 될 것이고, 안희정 지사가 승리할 경우에는 중도 정당 간의 인물 경쟁이 훨씬 더 두드러지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책선거로 판이 짜일수록 일자리와 노동정책 공약이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박영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ys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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