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 아저씨~ 이제부터 철도공사 우편물은 수취 안 합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보낸 10월 급여명세서를 ‘특급우편’으로 받은 철도파업 참가자 가족들이 뿔났다. 서울 몇몇 철도노조 조합원의 집 대문과 우편함에 “국민피해 성과주의 반대. 아빠 힘내세요! ‘불편해도 괜찮아’ 철도파업 지지합니다. 우체부 아저씨~! 철도공사 우편물은 수취 안 합니다” “우체부 아저씨, 이제부터 철도공사 등기우편물은 수취 안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등이 적힌 스티커와 팻말이 붙고 있다. 파업 참가자의 가정에 ‘경제적 낭패감’을 주려던 코레일의 전방위 압박에 가족들이 ‘반송’으로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다수의 가족은 11월2일 열리는 제4차 ‘공공-화물연대 총파업 승리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에도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 교육선전국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1~3차 총력결의대회엔 평균 7000여명이 참여해왔는데, 이번 4차 대회엔 파업참가자 가족 포함 최대 1만여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지난 9월27일치부터는 급여가 한 푼도 없는 급여명세서를 파업참가 조합원 가정에 최근 개별 발송했다.(
▶파업 참가자 월급명세서 집으로 보낸 코레일) 명세서엔 “위 내역은 10월 말일까지 결근 시 예상 금액이며, 10월 중 복귀 시 가족·기술·위험수당은 모두 지급되고, 기본급은 근무일 수만큼 계산하여 지급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코레일은 파업참가자와 같이 살고 있지 않은 부모 집으로도 10여만원에 불과한 급여명세서를 보내기도 했다.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지금까지 코레일이 급여명세서를 집으로 발송한 적이 없었다. 특급우편 비용을 충당한 출처, 급여명세서를 굳이 출력해 우편으로 발송하는 불필요한 업무를 만든 점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따른 법적 조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철도파업 이후 코레일 일부 지방본부는 파업참가 조합원 가정을 방문해 가족들에게 긴급업무복귀 지시서와 홍순만 코레일 사장의 서한을 전달했다. 또, 코레일 서울지역본부는 올해 채용된 신입사원들에게 수차례 문자메시지로 ‘1200명 구조조정’ 가능성을 거론하며 복귀를 종용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전쟁 중에도 적장에 대한 예우는 있다”며 “홍순만 사장은 코레일 가족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신규 조합원들을 조롱했다”고 비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주 중 코레일 정규직 근로자 최소 500명 채용 공고를 내겠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철도파업 도중 기간제가 아닌 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사합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촉발돼 이날로 28일째를 맞은 철도파업은 철도노조 사상 최장기간 파업을 연일 경신 중이다.
석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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