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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기간제 연장·파견업종 확대…새누리당, 합의안에 없는 내용 ‘불쑥’

등록 2015-09-16 19:53수정 2015-09-17 10:28

<b>찢겨지는 노사정 합의문</b> 16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산하 지부 조합원들이 노사정 합의를 “노동재앙을 불러올 최악의 합의”이자 ‘야합의 결과’라고 규탄하는 뜻으로 합의문 전문을 찢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찢겨지는 노사정 합의문 16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산하 지부 조합원들이 노사정 합의를 “노동재앙을 불러올 최악의 합의”이자 ‘야합의 결과’라고 규탄하는 뜻으로 합의문 전문을 찢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새누리당 발의 ‘노동 5법’ 보니
새누리당이 16일 정책의원 총회를 통해 확정한 ‘노동시장 선진화 법안’은 전날 노사정 대표자가 모여 서명한 합의안의 내용조차 제대로 담고 있지 않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많은 갈등을 예고한다. 노사정 합의안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당사자 및 전문가 의견 등을 충분히 들어 대안을 마련한다고 돼 있으나, 새누리당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안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개정안을 내놨다. 심지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안전판인 실업급여를 탈 수 있는 요건마저 강화하는 방향의 법개정안을 내놓는 등 이번 합의안을 무시하는 내용이 다수 담겨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이 이날 내놓은 법안 내용 가운데 가장 큰 사회적 논란을 부를 대목은 역시 기간제·파견 노동자의 사용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법안은 현행법상 2년인 사용기간 한도에 이른 이들 가운데 35살이 넘는 이들한테 “여기서 그만둘래, 2년 더 일할래?”를 물어 후자를 택한 이들은 2년을 더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2년이 넘게 기간제로 일한 노동자는 이미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 곧 정규직 노동자로 본다. 다만 지금껏 정부는 이를 ‘무기계약직’도 가능하다고 해석해왔다.

새누리당 법안의 논리를 따르자면 몇년 뒤에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 한도를 6년이나 10년으로 늘리자고 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 법안의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계속 늘릴 수 있고 이는 곧 상당수 정규직 일자리조차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사용자 논리에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의 이날 입법안 발의는 엊그제 노사정 대표가 서명한 합의문 가운데 “노사정은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하여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 의결시 반영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매우 악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정규직 관련 정부안 일방 반영
정규직까지 기간제로 대체 우려

실업급여 지급액·기간 늘렸지만
수급 요건은 대폭 강화 ‘눈속임’
휴일근로 가산수당도 되레 줄여

이날 새누리당의 발의 내용 가운데는 노사정 합의문과 거꾸로 가거나 아예 배경을 찾아볼 수 없는 내용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노동자가 토·일요일이나 공휴일 등 휴일에 일을 할 때 가산수당을 50%만 주겠다는 내용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을 토대로 판결을 하는 법원의 판례는 휴일에 일한 노동자의 8시간 통상임금이 10만원이라면 연장근로수당에 해당하는 50%에 휴일근로수당분 50%를 합한 100%를 더해 20만원을 주라는 것이다. 노사정 합의문은 이와 관련한 별도의 내용을 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날 낸 법안은 “휴일근로시 가산수당은 8시간 이내는 50%, 8시간 초과시 100%로 명시”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휴일인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일을 하더라도 8시간까지는 50%인 15만원만 주되 이를 넘어서는 시간에 대해서만 100%의 가산수당을 줘도 된다는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이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 별도의 가산수당 50%를 매기는 건 추가근로를 최소화하라는 뜻”이라는 법원의 판결 취지에 반한다. 어떻게든 수당을 적게 주려는 사용자 쪽의 편의를 봐주는 법안인 셈이다.

민주노총은 “새누리당 안은 직접적으로는 초과수당 및 임금총액을 낮추고 간접적으로는 사용자의 초과노동 사용의 유인을 높여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자기네가 내세우는 ‘노동개혁’ 목표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실업급여의 지급액을 현행 평균임금(통상임금+추가근로수당 등 임금총액의 최근 석달 평균치)의 50%에서 60%로 늘리고 최대 지급기간을 240일에서 270일로 늘리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손가락질을 받는다. 이 자체는 실업자의 생활조건을 다소라도 낫게 하는 방안인데, 여기에 독소조항을 심어서다. 현재는 최근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일한 노동자라면 누구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 입법안대로라면 최근 24개월 동안 270일 이상 일한 사람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 수준을 다소 높이되 대상자의 규모를 크게 줄이는 ‘조삼모사’ 식 꼼수다. 이는 실업급여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의 8월6일 담화 내용과 상충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어떤 근거에서 이런 개정안을 내놨는지는 그야말로 물음표다. 실업급여 관련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고위 관계자는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직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해보지 않아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노총은 이날 낸 성명에서 “새누리당은 구직급여 수급 요건을 오히려 지금보다 까다롭게 하고 구직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하향 조정했다”며 “이렇게 되면 단기간 근무하는 청년 아르바이트생과 단기계약 노동자들이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이는 실업급여제도의 보장성 강화를 약속한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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