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왼쪽)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사정위원회 제89차 본위원회에서 김대환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동안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노사정 대표자는 이날 회의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4월 노사정위 나오며 “5대수용불가”
7월 “일반해고·취업규칙 철회면 복귀”
8월 복귀하면서 “2개는 결사반대”
15일 합의문엔 핵심쟁점 그대로 수용
“정부 협박에 시달리다 야합에 가담”
외곽지원하던 민주노총도 비판 나서
7월 “일반해고·취업규칙 철회면 복귀”
8월 복귀하면서 “2개는 결사반대”
15일 합의문엔 핵심쟁점 그대로 수용
“정부 협박에 시달리다 야합에 가담”
외곽지원하던 민주노총도 비판 나서
한국노총의 무원칙한 노사정 합의를 둘러싼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한국노총이 무리하게 노동자의 고용안정성을 뒤흔드는 합의에 나선 배경에도 의문이 인다. 특히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8월27일 노사정 대화 복귀 뒤 핵심 쟁점을 제외한 나머지 사안은 미리 합의해줬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사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1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김동만 위원장이 복귀 뒤 열린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쟁점을 뺀 나머지 사안은 결렬 전 4월까지의 논의 초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논의 초안이란 한국노총의 4월8일 노사정 논의 결렬 선언 직후 노사정위가 “공감대를 이룬 내용”이라며 공개한 것이다. 노사정이 15일 서명한 합의문에서 일반해고·취업규칙·비정규직 대책 등 핵심 쟁점의 문구만 다르다.
이런 사정 탓에 한국노총의 상근자 대부분은 14일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핵심 쟁점 문구만 담아 전날 밤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합의됐다고 발표한 2쪽짜리 합의안이 회의에 의결안건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때 김 위원장이 “전부 잠정합의해줬다”고 정리했다고 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15일 “위원장이 전부 합의해주고 온 줄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번 노사정 논의 동안 한국노총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원칙을 잃었다. 한국노총은 4월8일 결렬 선언 당시 기자회견에서 5대 수용불가사항(일반해고·취업규칙·비정규직대책·임금피크제·노동시간 단계적 단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와 재계가 5대 수용불가사항을 완전히 철회하고 한국노총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면 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동만 위원장은 7월30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일반해고·취업규칙 문제만 철회하면 복귀할 수 있다며 5대 불가사항을 사실상 폐기했고, 아무런 사정 변경도 없이 8월26일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복귀를 선언할 때도 “목숨을 걸고 두 가지 핵심 쟁점은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노동자의 고용안정성을 뒤흔들 두 가지 핵심 쟁점은 합의문에 그대로 살아남았다. 14일 한국노총 중집에서 일부 참석자가 김 위원장한테 “할복하라”며 극단적인 폭언을 한 배경이다.
한국노총이 노동운동의 핵심 원칙을 지키는 듯하다 대의를 저버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12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 개정 논의 때도 반대 방침에서 하루아침에 합의를 선언하는가 하면 이듬해 5월에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각박하게 짠 타임오프 한도를 받아들이기로 해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1996년 정부의 노동법 개악 국면 때도 원칙을 저버리고 정부 손을 들어줘 ‘어용’이란 비난에 시달린 바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타임오프 합의 때도 원칙을 버렸지만, 그때야 노동자 10%에 해당하는 일이라 쳐도 이번엔 너무나 많은 노동자의 삶을 흔들 내용에 조직이 어떻게 합의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노총은 욕을 먹어도 싸다”고 말했다.
합의 전까지 노사정위 바깥에서 한국노총을 지원사격하던 민주노총은 15일 “그동안 정부의 협박에 시달리던 한국노총은 역대 최악의 야합에 가담함으로써 노동개악 공범으로 전락했고, 그 결과 탄생한 야합안은 쉬운 해고, 저임금체계 확산,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노동재앙을 불러들이는 정치적 명분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이슈노사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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