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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청년 일자리 위해 노사정이 공정하게 책임·비용 분담해야”

등록 2015-09-06 21:23수정 2015-09-15 17:21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왼쪽부터),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신보라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노동개혁과 청년일자리를 주제로 한 ‘2+2 좌담회’를 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왼쪽부터),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신보라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노동개혁과 청년일자리를 주제로 한 ‘2+2 좌담회’를 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전문가들 긴급 좌담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둘러싼 의제들이 워낙 중대한데다 이를 대하는 각 사회 주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탓에 2일 <한겨레> 긴급좌담회 참석자들의 의견이 쉽사리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여러 쟁점에서 의견이 달랐지만, 특히 노사정위원회의 구실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노사정위의 역할은 끝났다”고 한 반면,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노사정위 합의 방식이 가장 좋지만 정부 말대로 10일까지 합의는 쉽지 않은 과제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게도 구럭도 놓치는 최악의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청년 고용난을 해소하려면 노동조합은 ‘세대 간 연대 정신’을 벼리고, 기업은 사내유보금을 풀고 임원의 보수 한도를 설정하며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고, 정부는 전체 일자리의 90%인 중소기업 등의 일자리 질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무엇보다 참석자들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노사정 3주체가 공정하고도 합리적으로 비용과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에 한마음이었다.

사회(이상호)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해 노동시장 구조개편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노사정의 동상이몽은 여전하다. 전망은?

박태주 정부가 노동계를 인정해서 한국노총의 복귀가 필요한 건지, 입법 과정에서 야당을 압박할 무기이자 들러리로 필요한 건지 의문이다. 이미 정부가 합의 시한을 못박고, 경영계는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법제화하자고 나선 마당에 사실상 노사정위 구실은 끝났다. 노동계가 제 목소리를 내면, 정부는 일방적으로 강행할 거다.

정준영 국장
정준영 국장
정준영 국장

해고 쉬워져도 새 일자리 안생겨
청년 일자리 문제 다룰
원포인트 사회적 협의체
노사정위나 국회에 구성을

김동원 청년실업 등 국민 여론 때문에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했다. 노사정위에서 합의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정부 말대로 10일까지 합의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차선책은 여야 합의인데, 정치인이 중심에 서면 합의는 쉽지만 정년 연장이나 공무원연금 개혁처럼 내용이 문제가 된다. 가장 안 좋은 경우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거다. 이는 개혁도 안 되고 노사관계도 악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사회 청년들의 의견은 어떤가?

신보라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이다. 20대 청년은 취업에 매달리고, 30대 초반도 비정규직을 전전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신으로 노사정위에서 전향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길 바란다.

정준영 정부가 일방적으로 압박하며 졸속으로 추진한 탓에 4월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논의를 중단했다. 그럼에도 한국노총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노사정위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노동개혁 대 재벌개혁이 충돌하며 노사정이 서로한테 책임을 묻고 있는데, 명분용으로만 활용하지 말고 진짜 논의를 청년 일자리 문제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 현재 노사정위 논의 의제는 △저성과자 일반해고 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비정규직 고용유연화 확대(기간제 노동자 고용 기간 2년→4년 확대 및 파견 허용 업종 확대) △노동시간 단축 △통상임금 요건 명확화 등이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박태주 교수
박태주 교수
박태주 교수

중소기업 저임금 문제 풀려면
불공정 원·하청 구조 해소해야
정부도 임금피크제 고통 분담을
노조 세대간 연대정신 키워야

5가지를 일괄 대타협 하는 건 어려운 과제다. 하나하나 차례대로 접근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사정의 의견이 접근됐고, 통상임금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으니 비교적 용이하다. 비정규직 문제는 극히 어려울 것 같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일반 해고 요건 완화는 노동계가 받기 상당히 어렵다. 근로시간 단축·통상임금부터 해결하고 비정규직, 취업규칙, 일반해고는 나중에 논의하는 게 합의하기 쉬울 것이다.

많은 이들이 ‘킬러 이슈’(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해고 요건 완화 가이드라인)는 빼고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자고 한다. 그러나 비교적 합의가 쉽다는 노동시간만 해도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의 중복적용 문제, 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문제 등 민감한 부분이 남아 있다.

사회 현재 노사정위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고 있다고 보나?

5가지 의제는 청년 일자리와 연결됐다고 본다. 임금피크제로 줄인 인건비가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한다면 한시적으로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자리가 늘어야 하는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해고를 쉽게 한다고 해서 새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과 주로 연결되어 있고 청년실업 해소 효과는 아주 크지는 않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장년층 월급을 줄여 청년한테 일자리를 주자는 건 제로섬 게임이다. 전체 일자리를 늘리는 정합게임을 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 등도 노사정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사회 정부는 임금피크제의 고용창출 효과를 강조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건가?

지난 12년간 한국 기업 중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9%뿐이다. 임금피크 적용 대상이 되는 순간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조직에서 업무 위상과 권위가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 되면서 임금피크제가 필요해졌다. 임금피크제로 몇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기는데 청년실업 해소에는 부족한 숫자다. 다른 대안과 같이 실시되어야 한다.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문제가 생기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신규 채용을 늘리라면서도 그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할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공공부문 노동자한테 책임지라고만 하지 말고 정부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사회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사정이 무엇을 어떻게 논의해야 하는가?

김동원 학장
김동원 학장
김동원 학장

근로시간·통상임금 먼저 해결
취업규칙·일반해고 등 나중에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과 연결
중소기업 근로조건 향상이 관건

지금처럼 단기적으로 ‘사람을 무조건 뽑아라’가 아니라 청년이 취업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데 노사정이 합의해야 한다. 교육과 중소기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5년, 10년 뒤 또 이런 토론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임금이 낮은 이유는 불공정 원·하청 구조에 있다. 재벌개혁으로 대기업이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게 할 수도 있다. 그동안 정부가 법인세를 깎아주고 노사관계도 지원했는데, 기업은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대신) 국외에 투자하고 비정규직 고용을 늘렸다. 실질적 고용 효과가 있는 청년고용할당제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공공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확대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청년 일자리 논의가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기존 일자리의 질 개선으로 확장돼야 한다. 20대 후반 청년은 실업 상태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얻으려 애쓰지만, 30대 초반이 되면 떠밀리듯 ‘묻지마 취업’을 하게 된다. 일자리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상위 10%인 대기업·공공부문 일자리만 주목하지 말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전체 일자리의 90%인 중소기업 등의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한다. 고용보험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나쁜 일자리를 만드는 데 블랙기업뿐 아니라 블랙노조도 일조한 측면이 있다. 임금피크제를 노동계가 받고 근로시간 단축은 경영계가 동의하면 청년실업의 단기 해법이 될 수 있다.

사회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데 현재의 노사정위 틀은 적합한가?

국회에서 추경 예산을 통과시키며 청년 일자리 예산 112억원을 삭감했다. 그런 국회에 우리의 문제를 맡기기 불안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논의를 이끌어온 노사정위의 구실이 존중돼야 한다. 다만 한국노총이 노동계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지 않는다. 청년·비정규직 등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면 좋겠다.

노사정위에서 그간 다뤄온 5가지 의제는 청년 일자리와 큰 상관이 없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원 포인트 사회적 협의체를 노사정위나 국회에 구성하고 청년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 한국노총은 현재 공공부문에 (3%) 적용되는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 기업까지 5%로 확대하면 23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청년고용할당제는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는 규제도 많고 투자 매력도도 낮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공기관도 못 지키는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 기업이 받을 수 있나?

청년고용할당제가 제기된 배경은 지금 노동시장 구조개편 논의가 노조나 노동자의 양보만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어서다. 노사정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책임을 지려면 기업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대기업 법인세 감면 등 각종 특혜를 주며 투자를 늘리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라고 했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았고 사내 유보금만 불어났다. 재벌 대기업 노동자 30% 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인데 그 숫자가 되레 늘고 있다.

사회 노사정의 청년 고용 책임을 확보하려면 노동계가 임금을 양보하면 사용자는 고용을 늘리고, 정부는 재정을 활용해 지원하는 등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지 않나?

한국노총이 제안한 ‘청년 고용 확대 및 질 개선을 위한 일자리 연대 협약’ 같은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기업은 임금피크제만 내세우지 말고 사내 유보금을 내놓고 고위 임원의 보수 상한제를 도입하고, 노조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합리적 임금조정을 수용하거나 정규직의 임금인상분 일부를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에 반영하는 연대임금정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업안전망 확대를 위해 노사가 기여하는 몫을 함께 늘리는 방안도 있다. 정부는 노사의 공동 노력에 합당하게 추가 지원해야 한다. ‘응능부담의 원칙’이란 말이 있다. 능력에 따라 합당하게 내놓으면 노사정 합의도 가능하다.

비용과 책임 분담 원칙에 따라 노동자와 사용자가 서로 양보할 수 있다고 본다. 노동자가 임금피크제를 양보하면, 기업은 고용창출형 투자를 늘려야 한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금 모으기 운동을 한 것처럼 지금 노사정이 청년 일자리 창출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양보와 타협으로 ‘골든 플랜’을 내놔야 한다.

신보라 대표
신보라 대표
신보라 대표

양보·타협으로 ‘골든 플랜’ 내야
임금피크제, 고용 한시적 늘릴 것
국회, 청년 일자리 예산 112억 삭감
청년취업 문제 맡기기 불안

사회 마지막으로 노사정 대표자한테 전하고 싶은 말은?

노사정위에서 청년 일자리 해법이 안 나오면 국민은 실망할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목표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대·중소기업 격차를 줄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신입 초봉의 최저·최고 상한선을 두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도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여력이 생긴다.

청년이 일할 수 없는 게 너무 안타깝다. 기성세대가 이런 청년의 상황에 공감해주기 바란다.

청년 실업 문제의 직간접적인 원인에 노사정이 집중해서 해결책을 내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우리의 호소에 답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답답하다.

현재 우리나라 노조는 연대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노동시간을 줄여 고용을 늘리자고 하지만, 임금 삭감은 안 된다고 한다. 임금피크제도 임금 축소라는 경제적 불이익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여론에서 밀리고 정부와 사용자의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995년 독일의 경기침체 국면에서 금속노조가 임금인상을 자제할 테니 기업은 청년 일자리를 더 늘리고 정부는 고용보조 및 직업훈련 등에 예산을 더 많이 지원하라고 제안했다. 우리의 노조도 독일 노조의 이런 세대 간 연대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정리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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