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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기타 대신 고추장 만들어 판 돈으로
콜텍 해고자들 세번째 원정투쟁

등록 2010-01-06 11:29수정 2010-01-06 15:16

독일·일본 이어 8일 미국으로
‘복직 촉구’ 캠페인·거리공연
기타 줄을 매던 손으로 밭에다 콩과 고추를 심었다. 기타 통을 매끈하게 사포질하던 손으론 호미를 잡고 김을 맸다.

기타 제조업체인 콜텍의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해, 통기타 대신 고추장을 담갔다. 이인근 콜텍 노조위원장은 “생계를 이어갈 길을 찾다 보니…”라며 멋쩍어했다. 2007년 회사 쪽의 직장폐쇄로 길거리에 내몰린 20명의 콜텍 해고 노동자는 회사가 교섭과 복직을 거부하자, 지난해 초부터 채마밭에 달라붙었다. 대전 변두리 비탈길의 버려진 밭을 개간했다. 농사는 다들 생전 처음이었다. 장마철에는 밭이 쓸려 내려갈까봐 “노심초사”하며 물꼬를 트기에 바빴다. 충북 영동에 있는 매실농장에서 품을 팔고 돈 대신 받은 매실로 즙을 짜 고추장에 넣었다.

지난해 9월 첫 고추장 제품이 나왔을 때는 “복직할 때까지 기댈 발판을 만든 것 같아 기뻤다”며 “다들 고추장이 맛있다고 평을 해줘서 상당히 뿌듯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손은 여전히 기타가 그립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타 제조업체인 콜텍과 콜트악기 노동자들은, 회사가 2007년과 2008년 정리해고를 하고 국내 공장을 모두 폐쇄한 뒤 일자리를 잃었다. 특히 콜트악기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모두 800억여원의 흑자를 냈지만, 2006년 단 한 해에 8억5000만원의 손실을 봤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복직 판정을 받고, 서울고법에서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 회사 해고 노동자들은 8일 미국으로 떠난다.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국제 악기쇼를 찾아, 회사 쪽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는 캠페인과 거리공연을 할 계획이다. 방종운 콜트악기 노조위원장은 “세계 바이어들과 소비자들에게 해고 노동자의 실상을 알리고, 회사 쪽에 빠른 해결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국외 원정 투쟁’은 독일과 일본에서 열린 악기박람회 참가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이번 미국 방문에선 세계적인 유명 기타리스트 그룹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톰 머렐로도 지지선언과 함께 공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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