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태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한겨레가 만난 사람] 손영태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공무원 6951명을 줄이겠다.” “머슴인 공무원이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서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면서 공직사회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작고 강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취지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밀어붙이기 행정에 대한 피로를 호소하기도 한다. 정부 조직을 가볍게 만드는 과정에서 행정 서비스가 희생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목소리의 중심에 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손영태 위원장을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동안 그의 눈빛은 두번 번쩍였다. “공무원은 머슴”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할 때와 앞으로 투쟁 계획을 설명할 때였다. 손 위원장은 “공적인 업무를 줄이면 공무원 숫자를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공익도 사라진다”며 “이명박 정권이 무리하게 인원을 감축한다면 투쟁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패 공무원 퇴출 등 내부 수술 필요해도
무능력은 교육·인사 시스템으로 해결 가능
“머슴 공무원” 인권 무시한 부적절 표현 이윤 우선하는 민간에 업무 위탁땐
효율 높아도 행정서비스 본래 취지 사라져
밀어부치기식 조직 개편땐 투쟁 불가피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이 많다. 공직사회의 반응은? “불안과 불만이 함께 있다. 정권이 들어서면서 약 7000명을 감축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3400여명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조직 개편으로 일자리를 언제든 잃을 수 있다는 생각도 팽배하다. 공무원 신분이 법적으로도 보장돼 있지 않다. 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을 보면 조직변경이 있을 때 직권면직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또 주 5일·40시간 노동 등 기본적 권리는 아예 무시되고 있다. 당연히 근무의욕이 떨어진다. 40시간 노동을 도입할 때 공직사회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공직사회가 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무원을 머슴에 비유하며 공직 사회 분위기 쇄신을 요구했는데? “(목소리를 높이며) 표현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 그 말 뜻이 무엇일까 싶어서 사전까지 찾아봤다. 머슴은 1970년대초까지 농가에서 머물면서 주인이 시키는대로 일하면서 새경을 받은 사람 아니냐. 산업화가 되면서 노동자가 나타나고, 1980년대 대투쟁을 겪으면서 공무원을 포함한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어느 정도 쟁취했다. 그런데 공무원더러 이제는 사장된 계층에 비유하는 것은 무슨 뜻일까. 대통령 입장에서는 공무원을 때리면 당장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겠지만, 그 표현은 적절치 않았다. 공무원 집단을 왜곡하고 공무원의 인권을 무시한 말이다. 공무원 사회에서의 반감이 크다. 대통령이 공무원을 정말 머슴처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이나 비효율에 대한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공무원의 퇴출에 대해서 여론도 호의적이다. “팔이 안으로 굽다 보니 공직 사회 내부에서 수술을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퇴출의 이유인 ‘무능력’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의 일이 다 다른데, 그것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있을까. 게다가 공직사회에서는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한 피드백 방식의 교육이 거의 없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세련된 인사 시스템이 정착한 것도 아니다. 이 상태에서 퇴출은 부적절하다.” -내부적인 수술이 필요했다는 말은 결국 퇴출이 필요하다는 뜻 아닌가? “일정 비율의 공무원을 인민재판 하듯이 퇴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나가야 할 사람들은 있다. 예를 들어서 뇌물을 받는 등 부정·부패를 저지른 공무원은 단호하게 퇴출해야 한다. 또 일보다는 정치권에 붙어서 승진이나 바라는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능력의 문제는 교육과 적절한 인사 배치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정부 조직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1998년 전후로 공무원 10만~12만명이 한꺼번에 나갔다. 당시 지자체에서 공무원이 30% 정도 줄었다. 예를 들어, 내가 일하던 안양시는 인구가 48만명 정도일 때 직원이 2700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인구가 63만명인데도 공무원이 1800명에 불과하다. 이미 충분히 작은 조직을 더 작게 하면 국민에 대한 공공 서비스가 어디로 가겠나. 우리나라는 공무원 1인당 국민의 숫자 36명이다. 그런데 일본은 29명이고,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같은 나라도 12~14명 수준이다. 그런데도 행정안전부는 최근에 공무원수를 3~5%를 줄이라고 지방자치단체에 권고안을 보냈다. -민간 위탁 등의 방식으로 정부 조직을 줄이는 방안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안양시에서 운영하는 열병합 발전소가 있었다. 신도시에 온수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곳이었는데, 이곳이 민간기업으로 넘어가면서 한번에 요금이 30% 인상됐다. 인건비를 감축한다는 명목으로 민간 위탁을 했지만, 결국 그 부담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 것이다. 공적인 업무를 줄이면 공무원 숫자를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공익도 사라진다. 또 폭증하는 행정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공익근무 요원들을 많이 배치하는데, 과연 그게 맞는지도 다시 생각할 문제다.” -민간에 맡겼을 때 효율은 높아지지 않나? “기업과 공조직은 설립 목적부터 다른다. 기업은 이윤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패하면 폐업을 한다. 반면 공조직은 국민들에게 최대한 행정 서비스를 차별없이 제공하는 곳이다. 민간기업에 행정서비스를 맡기면 효율은 높아지겠지만 공공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정권에서는 인원 감축을 밀어붙일 태세인데? “공무원 인원 감축을 얘기하지만, 결국 대통령이 정치쇼를 하는 거다. 결국 정권 말기로 가면서 공무원의 수는 늘어날 것이다. 정권 초기에는 조직 장악을 위해 조직을 개편한다. 결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선거 때내놓은 공약과 정책을 누가 다 집행하겠는가. 결국 공무원들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 정권에서 무리한 인력 감축을 시도한다면, 사회단체 등과 연대해서 준법투쟁 등의 방식을 통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무능력은 교육·인사 시스템으로 해결 가능
“머슴 공무원” 인권 무시한 부적절 표현 이윤 우선하는 민간에 업무 위탁땐
효율 높아도 행정서비스 본래 취지 사라져
밀어부치기식 조직 개편땐 투쟁 불가피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이 많다. 공직사회의 반응은? “불안과 불만이 함께 있다. 정권이 들어서면서 약 7000명을 감축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3400여명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조직 개편으로 일자리를 언제든 잃을 수 있다는 생각도 팽배하다. 공무원 신분이 법적으로도 보장돼 있지 않다. 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을 보면 조직변경이 있을 때 직권면직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또 주 5일·40시간 노동 등 기본적 권리는 아예 무시되고 있다. 당연히 근무의욕이 떨어진다. 40시간 노동을 도입할 때 공직사회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공직사회가 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무원을 머슴에 비유하며 공직 사회 분위기 쇄신을 요구했는데? “(목소리를 높이며) 표현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 그 말 뜻이 무엇일까 싶어서 사전까지 찾아봤다. 머슴은 1970년대초까지 농가에서 머물면서 주인이 시키는대로 일하면서 새경을 받은 사람 아니냐. 산업화가 되면서 노동자가 나타나고, 1980년대 대투쟁을 겪으면서 공무원을 포함한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어느 정도 쟁취했다. 그런데 공무원더러 이제는 사장된 계층에 비유하는 것은 무슨 뜻일까. 대통령 입장에서는 공무원을 때리면 당장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겠지만, 그 표현은 적절치 않았다. 공무원 집단을 왜곡하고 공무원의 인권을 무시한 말이다. 공무원 사회에서의 반감이 크다. 대통령이 공무원을 정말 머슴처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이나 비효율에 대한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공무원의 퇴출에 대해서 여론도 호의적이다. “팔이 안으로 굽다 보니 공직 사회 내부에서 수술을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퇴출의 이유인 ‘무능력’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의 일이 다 다른데, 그것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있을까. 게다가 공직사회에서는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한 피드백 방식의 교육이 거의 없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세련된 인사 시스템이 정착한 것도 아니다. 이 상태에서 퇴출은 부적절하다.” -내부적인 수술이 필요했다는 말은 결국 퇴출이 필요하다는 뜻 아닌가? “일정 비율의 공무원을 인민재판 하듯이 퇴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나가야 할 사람들은 있다. 예를 들어서 뇌물을 받는 등 부정·부패를 저지른 공무원은 단호하게 퇴출해야 한다. 또 일보다는 정치권에 붙어서 승진이나 바라는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능력의 문제는 교육과 적절한 인사 배치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정부 조직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1998년 전후로 공무원 10만~12만명이 한꺼번에 나갔다. 당시 지자체에서 공무원이 30% 정도 줄었다. 예를 들어, 내가 일하던 안양시는 인구가 48만명 정도일 때 직원이 2700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인구가 63만명인데도 공무원이 1800명에 불과하다. 이미 충분히 작은 조직을 더 작게 하면 국민에 대한 공공 서비스가 어디로 가겠나. 우리나라는 공무원 1인당 국민의 숫자 36명이다. 그런데 일본은 29명이고,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같은 나라도 12~14명 수준이다. 그런데도 행정안전부는 최근에 공무원수를 3~5%를 줄이라고 지방자치단체에 권고안을 보냈다. -민간 위탁 등의 방식으로 정부 조직을 줄이는 방안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안양시에서 운영하는 열병합 발전소가 있었다. 신도시에 온수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곳이었는데, 이곳이 민간기업으로 넘어가면서 한번에 요금이 30% 인상됐다. 인건비를 감축한다는 명목으로 민간 위탁을 했지만, 결국 그 부담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 것이다. 공적인 업무를 줄이면 공무원 숫자를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공익도 사라진다. 또 폭증하는 행정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공익근무 요원들을 많이 배치하는데, 과연 그게 맞는지도 다시 생각할 문제다.” -민간에 맡겼을 때 효율은 높아지지 않나? “기업과 공조직은 설립 목적부터 다른다. 기업은 이윤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패하면 폐업을 한다. 반면 공조직은 국민들에게 최대한 행정 서비스를 차별없이 제공하는 곳이다. 민간기업에 행정서비스를 맡기면 효율은 높아지겠지만 공공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정권에서는 인원 감축을 밀어붙일 태세인데? “공무원 인원 감축을 얘기하지만, 결국 대통령이 정치쇼를 하는 거다. 결국 정권 말기로 가면서 공무원의 수는 늘어날 것이다. 정권 초기에는 조직 장악을 위해 조직을 개편한다. 결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선거 때내놓은 공약과 정책을 누가 다 집행하겠는가. 결국 공무원들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 정권에서 무리한 인력 감축을 시도한다면, 사회단체 등과 연대해서 준법투쟁 등의 방식을 통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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