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0여개 이주 인권 단체 관계자들이 2020년 6월3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 모여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민들을 위한 지원 대책과 생존 대책 등을 요구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내년도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 규모를 16만5천명까지 확대하기로 했지만 향후 급격히 불어날 이주노동자들 처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해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중심으로 일하게 될 이들의 노동권과 안전을 보장할 방안 마련은 뒷전이라는 우려다.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27일 결정한 내년 외국 인력(E-9) 고용 한도는 올해 12만명보다 37.5%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고용허가를 한 배경으로 ‘빈 일자리’와 ‘현장 수요’를 들었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음식점업·임업·광업 등 인력난 심화 업종 실태조사를 거쳐 내국인 일자리 잠식 가능성, 외국 인력 관리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외국 인력 고용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식 음식점은 전국 100곳의 시군구(세종·제주 포함) 주방보조 업무에 한해서만 외국 인력 도입이 시범적으로 허용된다. 휴·폐업 비율이 높은 상황을 고려해 5인 미만 음식점은 업력 7년 이상, 5인 이상은 업력 5년 이상이어야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임업은 전국 산림사업법인과 산림용 종묘생산법인에서, 광업은 연간 생산량이 15만톤이어야 외국 인력 도입이 가능하다.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국내에 들어오기에 앞서 이들이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일하고 생활할 기반이 조성됐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많다. 정부는 이날 노동자 보호와 지원 조처로 △(신규 허용 업종에 대한) 전일제 고용 △근로시간 지도·점검 강화 △공공기숙사 활용 지자체에 대한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런 조처 대부분은 사업주나 지자체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고 근로감독 역량도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철효 경상국립대 교수(사회학)는 “열악한 사업장 특성상 지금도 임금 체불 문제 등이 심각한데 대규모 인력을 들여왔을 때 정부가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음식점의 경우 추가근로수당이나 노동시간 등에 있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도 고용허가 대상으로 포함된다.
그나마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실무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이영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장은 “이렇게 대규모 외국 인력을 도입하면서 민원 해결 전문성을 어떻게 갖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노동계에서 우려가 계속 나오지만 실무위원회에선 형식적 의견 수렴만 하고 정부가 무조건적인 밀어붙이기 정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취약 일자리에 대한 개선 없이 외국 인력으로 빈자리를 채울 경우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호텔·콘도 업종에 대해서도 고용허가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고령 여성 노동자 중심의 일자리였던 음식점·숙박 업종의 경우 더 값싼 노동력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고령화와 일손 부족의 대안이 무조건 외국 인력 도입으로만 귀결되는 정책 방향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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