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환 열사 분신 사태 공동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가 1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6일 숨진 택시 노동자 방영환씨 사건 관련해 서울시와 노동부가 택시회사 관리 감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장현은 기자
“택시월급제법은 있지만, 서울에서 이걸 시행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노동위원회에서 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수차례 내렸음에도, 이를 관리해야 할 서울시는 감독도, 처벌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택시 완전월급제 도입을 요구하며 지난달 26일 자신이 다니던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앞에서 분신한 뒤 지난 6일 끝내 숨진 택시 노동자 방영환씨 사건 관련 11일 열린 기자 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의 이삼형 정책위원장이 말했다. 회견을 연 ‘방영환 열사 분신 사태 공동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는 방씨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택시기사 월급제가 현장에서 자리 잡지 못한 문제와 관련해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서울시의 책임이 크다고 짚었다.
방씨는 2020년 근로계약을 불이익하게 바꾸는 내용에 서명을 거부했단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된 뒤 2년간 법정 싸움을 거쳐 지난해 11월 대법원의 부당해고 인정 판결로 복직했다. 하지만 복직 이후에도 회사 쪽이 유사 사납금제 근로계약 서명을 요구하자 이를 거절했다. 이어 합법적인 근로계약서 작성과 주 40시간 근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방씨가 요구한 주40시간제는 법령에 이미 명시된 내용이다. 2020년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택시 사납금제는 금지됐다. 2021년 1월부터 시행된 개정 택시운수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은 택시 운송종사자의 노동시간이 1주 40시간 이상이 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택시 회사가 일정한 기준액을 정해 택시 노동자에게 운송 수입금을 받아서는 안되며, 택시 회사는 1주 40시간 이상(월 209시간 이상)의 임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률에 택시월급제나 완전월급제같은 명칭은 없지만 노동계는 해당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택시발전법, 최저임금법 조항 등을 묶어 ‘택시월급제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17만∼25만원으로 형성된 하루 기준금을 맞추지 못하면 기본급을 깎거나 실차시간(승객이 탑승해 운행한 시간)만을 임금 지급의 기준으로 삼는 변칙적 사납금제는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나홀로 ‘주40시간 근무’를 지켜온 방씨한테 주어진 임금은 월 100만 여원 수준이었다. 준비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방씨 임금명세서를 보면, 지난 3월 방씨의 근로일수는 26일인데, 인정받은 근로시간은 109시간에 그쳤다. 준비위원회는 방씨가 하루 19만7000원이라는 기준금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실차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시급에 미달하는 임금이 지급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성운수의 근로계약서에는 기준금에 미달할 경우 실차시간을 기준으로 하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전장호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해성운수는 부당해고, 최저임금 위반 및 임금체불뿐 아니라 노조활동 방해 등 노동탄압 사례가 잇따랐다”며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서울시와 노동부 등이 있었지만, 법을 만들어놓고 감독도 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사회 행정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 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위원회는 이날 택시발전법 등 법률 위반과 관련해 서울시에 택시사업장을 전부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유족에게서 방씨 사망과 관련한 법적 권한을 위임받은 준비위원회는 오는 13일 공대위를 공식 출범하고 택시기사 월급제 문제와 관련해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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