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사흘 앞둔 지난 26일 아침, 서울의 한 택시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온 택시 노동자가 분신을 시도했다. 그가 1인 시위를 벌이며 내건 주장은 “법대로 택시 완전월급제를 시행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2년여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복직했다. 변하지 않는 택시 노동 현실에 복직 10개월 만에 분신을 택한 것이다.
공공운수노조와 노동당은 27일 서울 양천구 ㅎ운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택시 노동자를 분신으로 내몬 사업주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아침 8시26분께 이 회사 노동자 방영환(55)씨가 분신을 시도했다. 전신 73%에 화상을 입고 치료받고 있다. 노조는 “(방씨가) 매우 위중한 상태”라고 전했다. 방씨의 1인 시위가 227일째 접어든 날이었다.
방씨가 분신을 시도한 배경에 택시법 개정 이후에도 변형된 형태로 이어지는 ‘사납금제’가 있다는 게 노조 쪽 주장이다. 사납금제는 회사택시 기사가 당일 소득의 일부를 회사에 납부한 뒤 남은 초과금을 가져가는 제도다. 수입이 사납금에 미치지 못할 땐 택시기사가 모자라는 부분을 사비로 메워야 하는 데다, 이를 피하기 위한 과속 운전으로 이어지는 등 폐해가 불거져 2020년 1월 폐지됐다. 대신 회사가 택시기사의 수입을 모두 걷어가고 일반 회사처럼 일정한 월급을 주는 전액관리제(월급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방씨가 겪은 현실은 완전월급제와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방씨는 지난 7월 월간지 ‘정세와 노동’에 실은 글에서 “(월급제의 취지대로) 주 40시간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하지만 급여명세서를 확인해 보니 (회사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회사가 복직한 방씨한테 변형된 사납금 형태인 ‘기준운송수입금’이 포함된 새 근로계약을 맺자고 제안하고 방씨가 이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다. 회사는 매일 성과 기준(2019년 기준 19만3천원)을 두고 이를 세 번 연속 지키지 못하면 징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관계자는 “기준운송수입금을 충족하려면 하루 승객 25명을 태워야 한다”며 “사납금제처럼 무리한 운전을 부추기는 기준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했다.
방씨가 이런 내용으로 근로계약 맺기를 거부함에 따라 “방씨 임금은 해고 이전(2019년) 맺은 근로계약에 따라 하루 3시간30분만 소정근로시간(기간에 노동자가 일하기로 회사와 약정한 시간)으로 쳐 지급됐다”고 ㅎ운수 쪽은 설명했다. 현재 이 업체는 주 40시간(6일 근무)을 소정 근로시간으로 삼는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방씨는 결국 임금 감소를 각오하고 완전월급제 뜻을 굽히지 않은 셈이다. 그는 1인 시위를 하며 남긴 글에 “택시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싶다”고 적었다.
방씨가 택시 회사의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싸운 것은 2019년 동료들과 함께 노동조합을 설립하면서부터다. 이듬해 방씨는 회사에서 해고당했고 2년여 법정 싸움을 거쳐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회사의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복직했다. 복직 뒤 돌아온 회사가 해고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 분노한 그는 다시 1인 시위에 나섰다. 복직 당시 방씨는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전쟁터로 돌아가는 거죠. 그런데 이걸 극복하지 않으면 현장은 바뀔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ㅎ운수 대표 면담을 요구했지만 회사 쪽이 거부했다. 회사가 노조 쪽의 퇴거를 요구하고 경찰이 출동하는 과정에서 노조 관계자 4명이 연행됐다. ㅎ운수 쪽은 한겨레에 “기준운송수입금 기준조차 없다면 회사가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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