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엄마가 공장에서 일합니다. 날씨가 너무 더운데 이 공장은 습도가 80% 넘지 않으면 에어컨을 절대 틀어주질 않습니다. 저녁 7시30분에 퇴근하는 엄마는 항상 땀에 전 채로 귀가합니다. 점심시간은 45분이고 쉬는 시간은 8분이에요. 노조도 없는 회사인데, 엄마한테 피해가 안 가는 선에서 개선할 방법이 있을까요?(2023년 8월 닉네임 ‘선풍기’)
A. 전기료 아껴서 떼돈 벌려는 사장님, 부자 되겠어요. 폭염과 준비 부족으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도 철수했는데, 육체노동을 하는 직원들에게 에어컨을 안 틀어주다니, ‘사장놈’이라는 댓글이 딱 어울리는 회사네요. 그런데 당장 에어컨을 틀게 할 방법은 없습니다.
사무실이나 공장의 적정 온도를 규정한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5조 사업주의 의무에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 개선”이 명시되어 있지만, ‘쾌적한 작업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처벌 조항도 없기 때문에 사장이 무시하면 그만입니다.
정부는 최근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를 배포해 △작업자가 일하는 장소에 온·습도계 설치 △냉방장치 설치 또는 추가적인 환기 조치 △35도 이상일 때 매 시간 15분씩 휴식 제공 △무더운 시간대(오후 2~5시) 옥외작업 중지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오직 권장! 이동식 에어컨 구입 비용의 70%를 지원하고 있지만 50인 미만 건설·조선·창고업 등 일부만 해당되고, 무엇보다 전기료 보조는 없어요.
아마 사무실이나 사장실은 에어컨을 틀 거예요. 근로기준법 6조에 사용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고, 이를 위반하면 최대 5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생산직 노동자를 ‘사회적 신분’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처벌 사례는 거의 없어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해봅시다.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 청원’을 하는 거예요. 법정 휴게시간은 8시간에 1시간 이상인데 이를 지키지 않았고(근로기준법 54조), 폭염에 에어컨을 틀지 않아 쾌적한 환경을 보장하지 않았으며(산업안전보건법 5조), 폭염 가이드라인 위반, 직장 내 괴롭힘, 차별 대우 등으로 회사를 신고하세요. 개인 연락처를 써야 하지만 누군지 드러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그런데 고용노동부에서 근로감독을 할지는 모르겠어요. 처리 기간도 90일이라서 지금 신고하면 11월인데, 그땐 히터를 안 틀어주고 있겠군요. 아놔, 그래서 노조가 필요합니다. 공단에 노조가 만들어지면 주변 회사들 가장 먼저 바뀌는 게 에어컨과 식단이거든요. 증거를 잘 모아 언론에 제보하는 것도 생각해보시고요.
잼버리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에어컨 빵빵 나오는 호화 펜션을 통째로 빌려 썼다면서요. 대통령이 스카우트 옷 입고 ‘사진쇼’ 하는 대신, 단 하루라도 현장에서 보냈다면 어땠을까요? 고용노동부 장관이 쇼라도 좋으니 에어컨 없는 노동 현장에 가서 하루라도 일해봤다면? 신고센터 좋아하는 정부인데 폭염 무대책 신고는 왜 안 받는지 모르겠네요. 대통령이 외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위해 냉방버스와 얼음까지 ‘깨알 지시’를 하던데, 자국 노동자 온열질환은 관심 밖인가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직장갑질119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