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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정식 장관이 “노동운동 희망”이라던 그…경찰은 왜 난타했나

등록 2023-06-11 18:38수정 2023-06-12 10:43

[뉴스AS] 고공농성 김준영 사무처장 강경진압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왼쪽)과 이정식 장관. 한국노총 연합뉴스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왼쪽)과 이정식 장관. 한국노총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달 노동조합의 불법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뒤 이어진 경찰의 고공농성 노동자를 향한 강경 진압, 이에 반발한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불참 선언까지. 정부와 노동계 사이 대치 국면 한가운데엔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있다. 김 처장은 5월31일 새벽 전남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망루에 올라 원청에 하청노동자와의 교섭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다 경찰 곤봉에 맞아 피를 흘리며 끌려 내려와 지난 2일 구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 처장의 인연도 주목받고 있다. 이 장관이 한국노총 사무처장을 지낸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김 처장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장과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거치며 함께 일했다.

김 처장은 부천지역노동조합 위원장 시절인 2013년 4월 <동아일보> 위원 336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10년 <동아일보>가 창간 90주년을 맞아 선정한 ‘2020년 한국을 빛낼 100인’, 2011년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도 꼽힌 적이 있다. 이 장관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으로 일하던 2013년 4월 <동아일보>에 게재한 ‘동료가 본 노동운동가 김준영씨’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 처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대단히 합리적이고 유연하며 많은 대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사용자의 불법 및 비리에는 추상같이 대응했다.”

이 장관은 기고글을 통해 “(김준영은)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어디서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 김준영이 노동현장 여기저기에 많이 있다. 그게 운동의 희망이다”라고도 했다.

지난 2014년 4월 17일 4·19혁명 기념식에 함께 참여한 이정식 당시 한국노총 사무처장(첫째 줄 제일 왼쪽)과 김준영 당시 한국노총 전략기획본부장(둘째 줄 제일 오른쪽). 한국노총 제공
지난 2014년 4월 17일 4·19혁명 기념식에 함께 참여한 이정식 당시 한국노총 사무처장(첫째 줄 제일 왼쪽)과 김준영 당시 한국노총 전략기획본부장(둘째 줄 제일 오른쪽). 한국노총 제공

이 장관이 10년 전에 언급했듯 김 처장은 ‘대화’를 중시하는 인물로 꼽힌다. 경기도 부천 지역에서 활동가로 일하며 20년 전 지역 노사민정협의회 시작을 이끌었다. 부천시 생활임금조례 제정에도 중대한 역할을 했다. 이번 사태에서 한국노총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 또한 “교섭 구조 복원을 요구하며 대화하고 싶어했던 사람이 폭력 진압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김 처장이 지난달 31일 망루에 오른 것도 400일 넘게 이어진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포운 노동자들의 원청을 향한 단체협상, 노동권 보장 요구가 진척될 기미가 없자 대화와 협상을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박용락 한국노총 금속노련 상임 부위원장은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하청노동자들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400일 넘게 농성을 해도, 금속노련 위원장과 사무처장이 교섭에 들어와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투쟁만큼이나 대화와 협상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준영 처장을 8.5m 철탑 위로 올라가게 만들었다”며 “사회적 대화는 상대방에게 대한 신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노동부를 앞세워 노동개혁을 시도하는 정권과는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순천교도소에 갇힌 김 처장의 처지는, 풀릴 기미가 없는 노사 갈등을 풀어보려는 의지마저도 ‘노사 법치주의’ 칼을 뺀 정권 앞에서 무력화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 처장은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머리에 피를 흘리는 부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다 6월 2일 구속됐다. 지난달 29일 망루에 오를 때부터 지금까지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고 항생제 치료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국노총 쪽 설명이다. 이 장관은 8일 <한국경제 티브이(TV)>와 인터뷰에서 노정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민주국가에서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집회의 자유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는 노동현장에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노사의 불법행위, 부당 관행, 편법 등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는 등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왔다”고도 했다. 김 처장에 대한 강경 진압을 ‘노사 법치주의’ 확립 과정의 일환이라는 이 장관의 소신을 보면 향후 노정 간 대화의 창은 열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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