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50)씨 빈소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회사와 노동자들의 원만한 다리 역할을 해주고 전임비 등도 원만하게 지급되었습니다. (…) 이들의 처벌을 원치 않습니다.”
지난 1일 건설노조에 대한 무리한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 끝에 숨진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과 관련해, 강원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양씨 등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양씨가 건설현장에서 업체들을 상대로 민주노총 조합원의 채용을 강요했다는 등의 혐의(공동공갈)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정작 해당 업체들은 “업무에 방해된 사실이 없다”며 처벌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지역 건설업체 여러 곳의 관계자 15명은 지난달 말 법원에 양씨 등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ㄱ업체 현장소장은 양씨가 숨지기 3일 전인 지난달 28일 “인력투입 협의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집회를 한 사실은 있으나 그로 인해 업무에 방해된 사실은 없다”며 “전임비 지급은 단체협약이라는 중앙 임단협과 노사 간의 약속과 현장관례에 의한 지급이었고,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로 알고 있다”고 적었다. 이 현장소장은 “민주노총 소속 간부들을 구속하거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 바, 위 사람들에 대해 선처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강원 지역 건설업체인 ㄴ건설사의 현장소장 역시 “민주노총 소속 팀장이나 노조 전임자라는 사람들이 조합원들의 근무를 관리해주고,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그것을 노조 활동으로 보아 노조 전임비나 팀장 수당도 큰 문제 없이 지급했다”며 “별다른 마찰 없이 교섭을 통해 인력수급에 대해 논의했고 현장공사를 원만히 진행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와 같은 처벌 불원서를 적은 이들은 수사기관이 양씨로부터 피해를 받았다고 보고 있는 업체 3곳의 관계자를 포함한 15명이다.
앞서 양씨는 수사기관으로부터 “피해자 ㄱ업체를 공갈하여 이에 겁을 먹은 ㄱ업체로부터 노조전임비와 무노동 임금 명목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이에 대해 양씨는 노동절이던 지난 1일 강원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분신했다. 양씨는 분신 전 동료들에 남긴 유서에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혐의가)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네요”라는 내용을 남겼다.
노동계는 “윤석열 정권과 검찰·경찰의 노조 탄압이 건설 노동자의 분신을 부추겼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배 건설노조 강원지부장은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작 업체들이 나서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수사기관의 무리한 ‘기획수사’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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