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S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검색창에 ‘에스레터’를 쳐보세요.
Q. 육아휴직 뒤 3주 정도 일했는데 갑자기 팀장이 업무를 배제하고, 탕비실과 비품 관리를 시키더라고요. 대표의 뜻이고 나가라는 의미라고 했어요. 녹음해서 대표에게 확인했더니 대표는 시킨 적 없다고 합니다. 권고사직이라도 해주면 나갈 텐데, 예전 동료처럼 제 발로 걸어 나오기는 너무 억울합니다.(2023년 3월 닉네임 처음이 엄마)
A. 팀장 뒤에 숨어 해고를 종용하는 사장이군요. 우선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로 볼 수 있어요.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고,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사장은 발뺌하겠지만 녹음 증거가 있으니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세요. 누리집에서 간단히 신고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업무배제와 해고 종용을 근거로 사장과 팀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세요. 둘 다 노동청에 신고하면 사장은 노동청이 직접 조사하고, 팀장은 회사에 공문을 보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대로 조사·조치하고 결과를 보고하라고 할 겁니다. 가해자들과 같이 일할 수 없으니 피해자 보호조치(유급휴가, 근무장소 변경)를 요구하세요. 10인 이상이면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명시해야 하는데, 안 했을 겁니다. 같이 신고하세요. 5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그런데 실업급여 때문에 권고사직이 필요하세요? 회사가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는 모양이네요. ‘나가라는 의미’가 해고나 권고사직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나가라? ‘웃기는 짬뽕’입니다. 고용보험 상실 사유를 비자발적 퇴사로 신고하면 정부 지원금에 불이익을 받으니, ‘니 발로 나갈 때’까지 괴롭히겠다니ㅠㅠ
괜찮아요. 직장 내 괴롭힘 인정되면 실업급여 받을 수 있어요. 다들 군말 없이 나가니까 회사가 마구 불법을 저지르는 겁니다. 가해자들 마주치기 싫고 정나미 떨어져서 실업급여 받을 수 있으면 때려치우고 싶다고요? 신고한 뒤 연차 쓰고 아이와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시면 회사에서 합의하자고 연락이 올 겁니다. 위로금까지 받고 그만두세요.
합계출산율 0.78명 세계 최초 ‘인구 소멸 국가’가 될 위기인데, 육아휴직 썼다고 불이익을 줘서 아이 못 낳게 하는 ‘반국가 기업’이 판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팔짱 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회사와 싸움을 포기하기 십상이죠. 정부가 출산휴가, 육아휴직 사용 뒤 1년 안에 퇴사자가 발생한 회사를 조사하면 바로 확인됩니다. ‘반국가 기업’이 다른 노동법은 잘 지킬까요? 근로감독 하고 사장을 처벌하면 해결됩니다. 그런데 정부는 왜 남의 나라 전쟁 구경하듯 할까요?
세계보건기구는 주 55시간 이상 근무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의 최저출산율이 긴 노동시간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이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으려면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몰아서 일하기’(정부 주 69시간, 노동계 추산은 주 90.5시간)를 강행하다 직장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습니다. 이 정부 왜 이러는 걸까요? 아예 아이 안 낳게 만들려는 걸까요? “멋지다! 연진아.”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직장갑질119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