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월2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이 10일 창립 77주년 기념식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비판하고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 모두 불법·부당 관행을 개선하는데 주력하자”고 강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13층 컨벤션홀에서 ‘창립 77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날’ 행사에서 “회계장부 제출 강요부터 주69시간 노동 착취 근로시간제까지 정부의 공격에 맞서 한국노총은 정면으로 투쟁하고 저항할 것”이라며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선이 끝난 지 1년 만에 우리는 한국 사회의 후퇴와 공동체의 붕괴를 목도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한국 사회의 미래와 희망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를 합친 것보다 더 참담한 역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직 내부의 자정 필요성 또한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조직 내부 소수의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단호하게 척결하며 당당한 혁신의 길을 가겠다”며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전면적인 한국노총 조직혁신위원회 활동을 통해 상반기 중으로 구체적 결과물을 국민과 조합원들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최근 조합원 채용 강요와 금품 갈취 혐의로 구속된 한국노총 산하 한국연합건설노조(연합노련)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제명 조직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강아무개 전 수석부위원장에 대해선 진상조사위를 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한국노총 창립 7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한국노총 제공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정부와 경영계·정치계는 노사가 상생을 위해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축사에서 “70년 전 공장법 시대의 낡은 노동법·제도를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바꿔나가고, 합리적 노사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노사 모두의 불법·부당한 관행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노사 모두 불법적인 관행을 덜어내고, 갈등과 반목 대신 상호 신뢰와 존중의 파트너십에 기초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데 힘써달라”고 말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노동개혁 화두에 대해 기업인들은 기대하는 게 사실이다. 노동계에서는 우려가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일부 노동자들은 일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대리기사, 배달기사 등 투잡을 뛰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축사 대독으로 “일본에겐 설설 기고 재벌 대기업들에게 퍼주지 못해 안달인 이 정권이 노동자에 대해선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현재도 OECD 평균보다 200시간이나 노동 시간이 긴데 주당 노동시간을 69시간으로 늘리면 국민은 일하다 죽으라는 말이냐”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무능한 대통령이 오로지 노동 탄압이라고 하는 수단을 통해서 자신의 국정 지지율을 뒷받침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노동자와 노조를 이간질시키고 국민으로부터 노조를 고립시켜 노동시장을 기업가의 입맛에 맞춰나가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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