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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유레카] 칠순 맞는 근로기준법과 꽃다발 / 전종휘

등록 2023-02-01 16:56수정 2023-02-02 02:38

근로기준법 70년. 김재욱 화백
근로기준법 70년. 김재욱 화백

한국 노동 질서의 바탕을 이루는 근로기준법은 한국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53년 5월10일 제정됐다. 휴전을 두달 앞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국회의원들이 한데 모여 만들 만큼 당시 꼭 필요한 법이었다. 그 근로기준법이 앞으로 석달 남짓 뒤면 70살 생일을 맞는다.

제정 당시 근로기준법도 하루 8시간 노동을 내세웠다. 당시 법은 42조에서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단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1주일에 60시간을 한도로 근로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말에 그쳤다. 1976년 해태제과 여성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하며 노동청에 제출한 탄원서 내용은 이랬다. “하루 12시간만 일하도록 해주십시오.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인 것을 알고 있지만, 회사가 일이 바쁘다고 하니 하루 12시간까지는 우리가 참고 일하겠습니다.”(구해근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 그들은 일주일에 하루는 쉬게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1970년 전태일이 외친 것과 같은 내용이다.

근로기준법은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 과정에서 수많은 부침을 겪었다. 1997년 3월엔 다시 제정되는 수준의 큰 변화를 겪었다. 이후의 개정 방향은 사용자에 대항해 노동조건을 강화하는 방향과 동시에 “꾸준하게 유연화의 길을 걷고 있다.”(하갑래 <근로기준법>)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는 것은 물론 탄력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간주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처럼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잇따라 도입됐다. 노동시간 단축과는 거리가 멀다.

70년 세월 동안 근로기준법은 노동법 질서 안에서 수많은 관련 법을 낳았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직업안정법’ 등 근로기준법 체계 안에서 한번에 담기 어려운 내용이 별도 법률로 떨어져 나가거나 새로 생겼다.

노동조합을 적으로 내세우고, 노동시간과 산업안전 문제에서 계약의 자유와 자율 규제를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의 질주가 거침없다. 올해 안에 1주일에 80.5시간을 일해도 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려 한다. 근로기준법의 고희 잔칫상에 축하의 꽃다발을 놓기 어려운 까닭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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