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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정부 업무개시명령 혼란…효력 없는 문자 보내거나 엉뚱한 송달

등록 2022-11-30 17:49수정 2022-11-30 21:57

시멘트 화물기사 “강제노동 단호히 거부”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30일 광주 광산구 한 레미콘 업체에서 생산 차질로 인한 레미콘 차량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30일 광주 광산구 한 레미콘 업체에서 생산 차질로 인한 레미콘 차량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9일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시멘트 운송 화물기사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주먹구구 집행에 나서며 현장에서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명령 이행 당사자인 화물기사가 아닌 운송회사 사무원에게 명령서를 전달하거나, 명령서를 사진으로 찍어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등 송달 방식이 법률적으로 유효했는지를 놓고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멘트 화물기사들은 업무복귀를 거부한 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30일 국토부는 “전날 오후부터 시멘트 운송업체 총 201곳 중 78곳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쳤다”며 “이 가운데 40개 회사에서 운송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운송사 차원에서 운송을 거부한 21개 회사에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했다. 또 나머지 19개 회사에서 운송을 개별적으로 거부한 화물기사(차주) 445명 명단을 확보해 명령서를 현장 교부하고, 그중 163명에게는 우편송달을 마쳤다. 현장교부란 업무개시명령 송달 대상을 만날 수 없어 행정절차법(제14조 제2항)에 따라 운송업체에 명령서를 전달했다는 뜻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참가자 신원을 특정하고 이들의 주소지 파악에 나섰지만, 상당수 운송업체가 주소·연락처 등 화물기사 개인정보 제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현장조사에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 정부가 송달 대상자 주소지를 요구하고 운송사가 이를 제출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송달이 유효한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송달하는 장소에서 송달받을 자(화물기사)를 만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사무원에게 문서 교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운송업체’ 사무원을 화물기사의 사무원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연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화물기사가 운송업체 직원이 아닌 이상 운송업체 직원을 화물기사의 ‘사무원’으로 볼 수는 없다”며 “행정절차법에 따라 효력이 인정되는 송달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한 조합원이 문자로 전달받은 업무개시 명령서 사진. 화물연대 제공
화물연대 한 조합원이 문자로 전달받은 업무개시 명령서 사진. 화물연대 제공

일부 화물기사는 사진으로 촬영한 명령서를 문자메시지를 통해 받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조합원이 국토부 조사관에게 사전 동의 없이 이러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항의하니 이런 식의 통보는 효력이 없음을 인정하며 등기 발송 전 확인차 보낸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원칙적으로 업무개시명령서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당사자·동거인 등에게 우편, 교부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 같은 방법으로 정식 전달하고, 당사자가 받았음을 확인해야 효력이 인정된다.

업무개시 대상이 아닌 화물기사에게 명령서가 전달돼 취소된 사례도 있었다. 인천지역본부 레미탈지회 조합원 김아무개씨는 “29일 운송사로부터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받았다. 운송사에 시멘트가 아닌 레미탈인데 왜 명령서가 온 거냐 물었더니, (운송사에서) 오늘 오전 명령 취소 메시지를 보냈다”며 “운송개시명령을 어떻게 누구한테 보내야 할지 정리가 안 돼 혼란스러운 게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레미탈은 시멘트와 모래가 섞인 건축 재료다.

시멘트 화물운송 기사들은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오남준 화물연대 비시티(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분과장은 이날 인천 한라시멘트 앞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화물노동자에게 강제노동을 하라는 것”이라며 “화물연대는 강제노동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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