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2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합원 대상으로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제공
전국공무원노조가 윤석열 정부 정책 관련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한 가운데, 정부는 현행법에서 금지하는 집단행동 위반이라며 징계와 처벌을 예고했다. 정부 정책의 직접 영향을 받는 공무원들이 파업이나 집회를 연 것도 아니고 단순히 조합원의 의사를 물은 것을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국제노동기구(ILO) 등도 공무원의 업무시간 외 정치적 의사 표현을 처벌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권고한 바 있다.
공무원노조는 28일 조합원 총투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의 처벌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정부는 이번 투표가 공무원의 근무조건과는 무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공무원노조법이 보호하는 노조활동과 무관한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한다. 공무원노조는 첫번째 문항인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파면·처벌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 “정부가 하위직에게만 책임을 전가해 공직사회의 심각한 자존감과 사기 저하를 불러왔고 실제 공무원노조 소속 소방공무원, 지자체 공무원과 관련됐다”며 노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윤 정부의 노동정책과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복지예산 축소와 관련 문항도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근무시간 증가, 인원 감축 등 조합원의 노동조건을 약화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조합원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투표를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등이 금지하는 집단행동에 해당한다며 처벌에 나선 대목도 국제 기준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교육부와 7개 보수단체가 세월호 참사 이후 전교조 시국선언과 교사대회 참여자를 고발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2020년 11월 전교조 집행부 26명과 청와대 게시판 선언 교사 6명 등 모두 32명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50만∼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동일한 혐의로 기소된 다른 전교조 교사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사건도 있어 대법원이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앞서 2017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도 박근혜 정부의 징계 조처가 기준 위반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위원회는 “교사들의 학교 밖, 방과후, 수업 외 정치적 의사표현을 이유로 차별이나 징계를 해선 안 된다”며 “공무원의 노조가 조합원의 이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사회적 정책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공공연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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