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담당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지난달 17일, ‘가나초코우유’ ‘비피더스’를 생산하는 범롯데가 푸르밀이 ‘11월30일’에 사업을 종료하고 전 직원을 정리해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업 종료를 불과 44일 앞두고 한장짜리 공고문을 통해 전 직원에게 “회사를 나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건데요. 푸르밀은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으로 유가공업을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당장 직원 350여명, 협력업체 직원 50여명, 화물 배송 기사 100여명, 500여개의 대리점주, 24개 낙농가의 생계가 막막해졌습니다. 푸르밀의 일방적인 해고 통보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까요? 푸르밀은 이렇게까지 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법률원 문성덕 대표변호사와 푸르밀 본사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회사가 사업 종료를 하면서 모든 직원을 내보낼 거라고는 노동조합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절차에 문제가 없나요?
문성덕 변호사: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리해고를 하려면 여러 요건을 지켜야 하는데요. 그중 하나가
‘해고 50일 전’까지 노조에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푸르밀이 ‘해고 44일 전’에 통보했으니 이 요건을 지키지 않은 거죠. 문제는 이걸 위반해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거예요. 다만 푸르밀과 노조 간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해고 60일 전 통보’하게 돼 있거든요. 노동조합법에는 이 절차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조항이 있어요.
정리해고든, 징계 해고든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시기를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발생하는데요. 푸르밀이 일부에겐 이메일로, 일부에겐 공장장을 통해 통지했다고 해요. 그러면 효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The 2] 회사는 적자가 누적되고 매각도 어려워서, 정리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문성덕 변호사: 정리해고가 정당화되려면 모든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더라도, 그걸 재산 매각을 통해 회복시킬 수도 있잖아요. 지금처럼 전원이 아니라 일부만 해고할 수도 있고요. 또 유급휴직이나 무급휴직을 할 수도 있죠. 이런 조치들까지 다 해보고 난 뒤에 정리해고로 갈 수 있거든요. 그런데 푸르밀에는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으니까, 전원 해고해야 할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해온 낙농가들이 일방적인 사업 종료 통보에 항의하며 본사 정문에 우유를 던지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The 3] 정말로 11월30일 정리해고가 이뤄진다면 직원들은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문성덕 변호사: 지금 회사가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데요. 그 기간 안에 나가면
<두 달 치 월급의 위로금+퇴직금+못 받은 임금이 있으면 임금+미사용 연차수당>을 준다는 거예요. 그마저도 희망퇴직을 안 하면 안 준다는 거고요. 실제 해고가 단행됐을 때 노동자들이 받을 수 있는 건 이 정도에요. 혹시나 해고되면 그때 노동자들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민사법원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낼 수 있어요. 거기서 부당해고라고 구제가 된다면, 해고 기간에 못 받았던 임금은 받을 수 있겠죠.
[The 4] 왜 ‘폐업’이 아니라 ‘사업 종료’를 하는 건가요?
관계자: 말 그대로 우유 사업을 안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무래도 저희가 우유 사업이 전부니까 청산, 파산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사업체는 정리 안 하는 게 맞습니다. 지금까지 회장님이 사업체는 놔두고 거기(본사와 공장 부지 등)에 건물을 세운다고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사업체를 유지하는 게 세금이 감면되는 게 많다고 합니다.
[The 5] 토지도 많고 현금도 꽤 있는데, 당장 전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나요?
관계자: 저도 푸르밀 직원이고, 저도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어요. 저도 긴급하게 그런 통보가 나온 이유를 정확히 몰라요. 회사 지분 거의 100%가 오너에 있으니
회장님이 결정하시면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오너가 (자산은) 손해는 안 보고 판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구노력이라고 한다면, 사업을 정리한다는 말이 나오기 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LG생활건강, SPC그룹과 매각 이야기가 오갔었어요. 그런데 다 무산 됐죠. 또 우유 사업 대신 돌파구로 커피와 같은 신사업을 하려고 했던 건데 마음처럼 안됐어요. 매출이 너무 적게 나왔습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