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기업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해 온 전북지역 낙농가들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에서 사쪽의 무성의 한 대책에 항의하며 상경시위를 벌이다 회사 정문에 우유를 던지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노조와 1차 면담을 통해 ‘공장 매각’ 등을 통한 상생안을 찾겠다던 푸르밀 본사가 돌연 희망퇴직을 받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직원들의 반발을 무마해 투쟁의 힘을 빼는 한편, 정리해고의 법적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28일 푸르밀 노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는 이날 희망퇴직 신청자 모집공고를 냈다. 신 대표는 회사 게시판에 공고문을 게시해 “다음 달 9일까지 일반직·기능직 전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위로금, 퇴직금, 연차수당 등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위로금은 통상임금과 상여금을 합쳐 2개월분이며, 미사용 연차수당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노조와 상생안을 논의하던 푸르밀 사측은 28일 돌연 사내게시판을 통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푸르밀 노조 제공
이에 대해 노조는 신동환 대표가 앞과 뒤가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직원 전체를 정리해고 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사측에 대한 투쟁에 나서자, 직원들의 반발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한 편으로는 법적으로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전에 필요한 조처를 했다는 형식적인 정당성을 얻기 위한 조처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4일 1차 면담 당시 공장 매각 등을 통해 회생에 나서는 등 노조와 상생안을 찾아가기로 해놓고, 31일 2차 면담을 앞두고 돌연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직원들을 기망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판정을 받은 만큼, 1인시위는 물론, 상경시위, 대표이사 집 앞 시위, 생산 전면 중단 등의 방안을 놓고 조합원들과 투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푸르밀은 지난 17일 다음 달 30일자로 사업을 종료하고, 전 직원을 일괄 정리해고 한다는 내용을 이메일로 일방 통지해 논란을 빚었다. 정리해고 전 50일 고지 의무를 지키지 않은 데다 노조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고, 해고 회피 노력 등이 없었다는 점에서 위법 논란도 일었다.
푸르밀의 갑작스러운 영업종료에 협력업체·대리점은 물론 원유 독점 납품을 하는 낙농가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푸르밀에 납품하는 20여개 농가는 지난 25일 푸르밀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였으며, 26일에는 노조원 100여명이 시위에 나섰다.
사회적 비난이 확산하자 신동환 대표 등은 지난 24일 푸르밀 노조와 본사에서 만나 상생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으며, 오는 31일 2차 교섭이 예정된 상태였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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