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에스피씨(SPC) 본사 앞에서 17일 열린 ‘제빵공장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사고를 규탄하는 손팻말과 펼침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노동자 사망 사고가 난 에스피엘(SPL·에스피씨 계열사) 빵공장의 교반기(재료 배합기)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 인증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선 공단의 허술한 안전 인증 제도 및 관리 감독이 도마에 올랐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어제(16일) 사고 현장 방문 결과, 다른 교반기는 뚜껑이 있고 그게 열리면 센서가 반응해서 작동이 중단되는데 사고가 난 기계는 센서와 뚜껑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다 비극이 생겼다”며 “사고 뒤 부랴부랴 센서가 설치됐는데, 센서를 떼어놓았다가 다시 붙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업장이 2016년 처음으로 안전공단의 안전보건인증시스템 인증을 받고 지난 5월2일 다시 연장하는 과정에서 공단 쪽이 제대로 된 검증 과정을 거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인증 시스템은 3년마다 연장된다.
이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에스피엘에서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5년9개월 동안 발생한 전체 산업재해 37건 가운데 이번과 같은 끼임 사고가 15건(40.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공단에 따르면, 교반기엔 뚜껑과 센서(물체 끼임을 감지해 기계를 멈추는 장치·인터록)를 장착해야 하는데 공단이 5월2일 연장을 위한 현장조사 당시 샘플 조사 땐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이번에 사고가 난 교반기는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 의원은 “5월2일 이를 발견해 안전장치를 마련했으면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종주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조치가 됐다면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인증 절차의 하자를 인정했다.
이 의원은 이어 에스피엘 쪽이 교반기가 회전할 때 덮개를 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을 어겼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경영책임자가 작업시간 단축 목적으로 센서를 고의로 제거하거나 2인1조가 안 됐다면 중대재해법 위반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류경희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위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번 사고 일주일 전 손 끼임 사고 발생 때 비정규직이라고 병원에 바로 데려가지 않고 혼만 냈다고 한다. 그때 제대로 조치했다면 이번에 사망까진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업의 책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기계 시스템에 작은 걸림이라도 있으면 기계가 멈추도록 하는 게 맞다. 인터록이 2대엔 있고 7대엔 없다는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냐”고 따졌다.
환노위는 이번에 사고가 난 에스피엘의 강동석 대표이사를 오는 24일 열리는 확인국감에 증인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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