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삼성전자 외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 자문업무를 하고도 취업승인을 받지 않은 데 대해 고의성은 없었다면서도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삼성물산 등 여러 계열사에 자문했으면서 왜 취업승인 신청을 삼성전자에 대해서만 받았느냐’는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삼성전자에서 매달 500만원을 받기로 해 삼성전자로만 취업승인을 받았는데 이번에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다른 기업도 취업승인 사안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일부러 숨긴 것 아니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 삼성그룹사에 자문한다는 것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취업승인) 신청을 했어야 한다'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책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이 후보자는 지난달 외부법인 등 활동을 묻는 국회 질의에 ‘삼성전자 자문그룹 위원으로 재직하며 월 200만원 급여를 받았다’고 국회에 회신했으나, 국세청 소득 신고 내역 확인 결과 삼성물산과 삼성글로벌리서치, 삼성전기 등 다른 삼성 그룹사로부터 총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후 이 후보자는 “월 500만원이 맞다”고 입장을 바꿨다.(
▶관련기사: [단독] 이정식 후보자, 삼성 1억 자문료…전자·물산 등 8곳 ‘골고루’)
이 후보자가 삼성 쪽에 자문할 당시 삼성 계열사가 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터라, 청문회에서도 ‘삼성에서 노조 대응을 맡은 게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이 후보자는 “현재 노사관계와 관련된 부분이 아니고 노사상생의 파트너십에 대한 중장기적 방침에 대해 자문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노동 정책과 관련해 이 후보자는 윤석열 당선자가 앞서 약속했던 ‘노동시간 유연화’나 ‘주 120시간 노동’ 발언과는 거리를 두고 “실제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포괄임금제가 (장시간 노동에) 오남용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실노동시간 단축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장관 취임 시 해결할 과제로 △일하는 모든 노무제공자의 노동권 보호 △산재사망사고 감축 로드맵 마련 △노사 상생 관계 구축 △맞춤형 취업 및 생애주기에 따른 직업능력개발 지원 △고용안전망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해서도 “이해관계와 쟁점이 다 다르지만 합리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에 속한 이상 이 후보자의 운신 폭이 좁을 것이라는 우려는 인사청문회 내내 제기됐다. 과거 중대재해처벌법의 존치를 요구했던 이 후보자가 최근 ‘법 보완 필요성’을 언급하거나 노동 개혁을 반대하던 데서 입장을 바꿔 ‘노동유연화’를 내건 데 대한 지적이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최저임금 등 노동 현안에서 윤석열 당선자의 노동자 배제가 보이는 만큼 후보자의 자기부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국정과제 수행은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국무위원이 된다면 책임있게 하는 것이 도리”라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윤석열 당선자가 공약했던 유연근무 활성화와 시간선택제 일자리, 직무·성과형 임금체계 도입에 대해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