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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확진 간호사, 일하다 쓰러져”…확진자 폭증에 혹사 당하는 의료진

등록 2022-03-24 16:35수정 2022-03-24 17:51

의료연대본부 기자간담회 열고
의료·돌봄 인력 실태 알려
23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간호사 ㄱ씨는 최근 병원 관리자의 코로나19 대응에 깜짝 놀랐다. 동료 간호사가 자가검사키트로 양성을 확인한 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겠다고 하자 책임 간호사가 “일할 사람이 없는데 검사를 받으면 어떡하냐”고 화를 냈기 때문이다. 책임 간호사는 검사를 받지 말고 출근하라고 재차 종용했고, 동료 간호사가 이를 거부하자 3일 연차를 쓰라고 했다. 동료 간호사는 복귀한 뒤에도 ‘다들 참고 일하는데 혼자 쉬었다’는 관리자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ㄱ씨는 “그 날 이후 자가키트 양성이 나와도 왠만하면 다들 근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하루 30만~40만명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돌봄 수요를 메우기 위해 병원이 노동자들을 무리하게 출근시키고 감염 위험에 내몬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정부는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델타에 견줘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의료 현장에 여력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선 최소한의 의료진 확진자 격리지침도 지켜지지 않고 ‘인력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간병인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겐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병원 내 차별도 심각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윤덕병홀에서 ‘보건의료·돌봄분야 현장실태 폭로 및 의료연대본부 긴급 요구안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료 및 돌봄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과로 및 감염 위험 사례를 공개했다.

의료 현장에서 ㄱ씨 사례를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김민정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은 “(병원이) 무증상 확진자에게 ‘격리하지 말고 바로 출근하라’고 하거나 보건소 관리감독을 피하려고 추가 검사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선 증상이 있는데도 격리기간이 단축돼 출근한 간호사가 근무 도중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의료진 확진시 무증상·경증인 경우 3~5일 격리 뒤 근무가 가능하도록 업무연속성계획(BCP) 지침을 내놓았는데, 이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의료진들의 과로를 종용한다는 것이다.

병원 서비스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특수고용직 등 고용관계가 불분명한 이들을 차별하는 관행도 심해졌다. 문명순 서울대병원 서울희망간병분회장은 “서울대 병원은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 확인이 있는 간병인만 병원 출입을 허용하면서도, 병원 선별진료소는 이용하지 못하게 해 간병인들이 매번 멀리 떨어진 보건소까지 가서 몇 시간씩 기다려 검사를 받아야 했다”며 “대구의 한 병원은 병원 직원들도 받지 않는 주1회 피시알 검사를 간병노동자에게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고 또 다른 병원은 병원 노동자에겐 비말차단마스크를 지급하면서 간병 노동자에겐 덴탈 마스크를 지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와 함께 코호트 격리를 했는데도 병원이 환자에게만 식사를 지급하고 간병노동자에겐 지급하지 않아 개인이 매번 음식을 싸 와야 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대해 서울대 병원 쪽은 “자가키트로 음성 확인된 간병인도 병원 출입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간병인은 직업소개소를 통해 환자를 연결 받고 병원에서 간병 서비스를 하지만 누구와도 고용관계를 인정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고용계약이 아닌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기 때문에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은 모두 정부가 지난 2020년 12월 ‘필수노동자 보호 지원 대책’을 내고 보호를 약속한 이들이다. 돌봄 수요가 폭증할 땐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마스크 등 방호물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으나 현장에선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의료연대본부는 △병원 인력 확충 및 의료·돌봄 노동자 건강 보호책 마련 △의료진 격리기간 단축 세부지침 마련 △요양병원 확진자 전원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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