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다리 앞에서 ‘비정규 노동자 행진,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행진에 앞서 약식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노동공약 가운데 특히 쟁점이 되는 것은 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노무제공자의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공통적으로 약속한 것이다. 노동계는 입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법 취지를 살리려면 법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근로기준법은 해고 제한을 비롯해 노동권 보호 조항을 망라한 법이지만, 적용 요건이 엄격해 법 밖의 사각지대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법원이 근로자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여부’는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등 다양하게 변화하는 노동형태를 다 포괄하지 못했다. 이에 더해 여러 사업주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 본사에 종속되는 프랜차이즈 사업주의 법적 보호 문제까지 등장하면서 기존의 노동법 보호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행 근로기준법 밖의 노동자를 보호하는 통칭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제각기 노동조건이 다른 이들을 하나의 법으로 묶고 권익 보호 조항을 담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포함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약집을 보면, 별도의 플랫폼종사자보호법 없이 ‘플랫폼 종사자’와 ‘1인 자영업자’를 하나의 법으로 보호하도록 돼 있다. 대선 캠페인 당시 국민의힘이 <한겨레>에 보낸 답변을 보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하고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기본적 권리와 공정한 계약조건을 정한 기본법 제정을 통해 최소한의 노동규칙을 마련하겠다. 동법 제정을 통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과 개인정보의 보호, 사회적 괴롭힘과 성희롱으로부터 적절한 보호, 모성 보호 및 육아 관련 보장, 개인의 선택권 존중, 적절한 권리구제 방법 등을 규율하겠다. 업종별 조직을 통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해 대변과 단체교섭권 부여 등도 검토할 것”이라고 돼 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법 밖에 있는 여러 고용형태의 노동자를 법 안으로 끌어들이는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국회에 발의된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의 보호 수준으론 안 되고 최소한 일하는 자들이 단체에 가입할 권리와 직업 권리에 관한 협약을 체결할 권한 정도는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때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플랫폼종사자보호법 논의 역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한 종류로 논의됐으나,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노동조건 협상 권한을 주지 않는 등 보호 수준이 낮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법 제정으로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아야 할 이들까지 되레 권익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특수고용직 가운데 노동자임이 명백한 이들은 이 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야 한다”며 “이런 사람들까지 별도 법을 적용받아 권익이 후퇴하지 않도록 법 적용 대상을 명확히 구분할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승용 민주노총 정책국장도 “새로운 법을 만들어 제3지대를 만들려 해서는 안 되고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적용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약 설계에 관여한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노동3권을 다 적용하려고 하면 경영계와 합의를 이루기가 어려워 계속 논의가 뒤로 밀리므로 우선 사회보장제 중심으로 회색지대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근로자성 판단에 대해선 “노동위원회가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되 예산, 인력 등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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