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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창원 ‘급성중독’ 세척액 냄새 심해…방독마스크 없이 작업”

등록 2022-02-18 15:54수정 2022-02-18 17:03

‘두성산업 건강진단’ 진행 병원 관계자 증언 나와
“세척액 바뀐 뒤 냄새 더 심해졌다고 직원들 말해”

다른 독성물질로 바꿨는데도 서류 검증조차 안해
노동자 호소에도 조처 안했다면 중대재해법 적용
급성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18일 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두성산업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두성산업 급성 중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처음 확인된 직업성 질병에 의한 중대산업재해다. 사진은 이날 노동부 관계자가 두성산업으로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급성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18일 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두성산업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두성산업 급성 중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처음 확인된 직업성 질병에 의한 중대산업재해다. 사진은 이날 노동부 관계자가 두성산업으로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경남 창원의 에어컨 부품 업체 두성산업에서 직원 16명이 독성물질에 의한 급성중독 판정을 받은 가운데,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에어컨 부품 세척액 냄새가 평소에도 심했으나 사업주가 직원들에게 방독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두성산업 노동자들의 급성중독 건강진단을 맡았던 병원 관계자는 1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임시 건강진단을 받은 노동자들이 ‘세척액이 바뀐 뒤 냄새가 더욱 심해졌다’, ‘방독 마스크 없이 일반 마스크를 쓰고 일했다’고 일관되게 말했다”며 “독성물질을 다룰 때는 방독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환기시설인 국소배기장치는 공장 내에 왜 설치하지 않았을까 의아했다”고 말했다. 급성중독 판정을 받기 전에도 세척액 냄새나 노동자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뜻이어서, 사업주가 문제의 징후를 사전에 포착했을 가능성이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공장에 방독 마스크를 비치하긴 했으나 그것을 쓰도록 사업주가 관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공장에 국소배기장치가 없었던 것도 맞다”고 밝혔다.

엘지(LG)전자에 에어컨 부품을 납품하는 두성산업은 지난해 10월 독성물질 ‘트리클로로메탄’이 든 세척액으로 바꿨다가 해당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노출되면서, 지나 16일 직원 16명이 무더기로 급성중독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모두 조기에 발견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6일 두성산업 대표이사와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트리클로로메탄은 공기 중에 휘발되어 호흡기로 인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기준치 8ppm(법적 기준치 10ppm에서 짧은 근로시간 감안해 낮춰 계산) 이상 노출되면 간 수치 이상 및 간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두성산업의 검출치는 48.3ppm으로, 기준치의 여섯 배가 넘었다.

중소기업의 부실한 독성물질 관리 역량도 이번 사고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독성물질을 새로 사용하는 사업장은 산안법에 따라 한 달 내에 작업환경을 측정하고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세척액을 납품한 업체가 독성물질 성분을 트리클로로메탄이 아닌 다른 독성물질로 안내했고, 두성산업은 납품처의 서류를 검증하지 않은 채 엉뚱한 물질에 대해 작업환경 측정을 했다. 두성산업은 그마저도 특수건강검진은 실시하지도 않았다. 직원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약 5개월 간 독성물질이 든 세척액을 사용해야 했다. 고용노동부는 세척액 납품처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다.

급성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18일 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두성산업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급성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18일 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두성산업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트리클로로메탄은 산안법상 ‘유해인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업주가 노출 농도를 허용 기준 이내로 관리하지 못했다면 산안법 위반이다. 또 급성중독 발병 이전부터 노동자들의 문제제기를 보고 받았거나 문제의 징후를 포착했는데도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면 중대재해법으로도 처벌될 수 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에게 노동자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예산 등을 집행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의무를 지웠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두성산업에서 급성중독 판정을 받은 인원은 16명으로, 중대재해법상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환자가 3명 이상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한다. 또 두성산업은 상시 노동자가 257명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기준인 50인 이상 사업장에도 해당한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성명서를 내어 “지금까지 대부분의 화학물질에 의한 급성중독 사례에서 확인되듯 안전보건관리체계가 형식적으로 운영됐거나 환기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작업환경측정은 사업주 눈치를 보느라 형식적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고용노동부는 소규모 사업장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사고 조사에 노동계 참여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본부는 또 두성산업이 엘지전자의 사외 협력업체라는 점을 들어 “원청인 엘지전자의 책임 소재를 밝히라”고도 요구했다. 중대재해법상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한 장소에서 하청 노동자가 일한 경우, 원청도 하청 노동자 보호 의무가 있다. 엘지전자가 두성산업에 대해 이런 지배력을 가졌는지 파악해 달라는 요구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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