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18일 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두성산업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두성산업 급성 중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처음 확인된 직업성 질병에 의한 중대산업재해다. 사진은 이날 노동부 관계자가 두성산업으로 들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경남 창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은 최근 경남 창원의 에어컨 부품 제조 기업 ‘두성산업’ 직원 16명에게서 독성물질 급성중독에 의한 직업성 질병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해 18일 오전 9시부터 증거 확보를 위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일 조사에 착수해 작업환경측정과 보건진단명령 등을 실시한 결과 71명 임시건강진단 대상자 가운데 16명이 지난 16일 급성중독 판정을 받았다. 노동부는 판정이 나온 당일 두성산업 내 세척 공정에 대한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두성산업 대표이사와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조사도 착수했다.
엘지전자 사외 협력업체인 두성산업은 직업성 질병으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첫 사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시행령이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될 수 있다. 두성산업의 상시 노동자는 약 257명이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 급성 물질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있는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인 ‘트리클로로메탄’으로 확인됐다. 무색의 휘발생 액체인 트리클로로메탄은 주로 전자제품 부품 세척액으로 사용되며 일정 수치 이상 올라가면 간 수치 이상 및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노동부 조사 결과 이 사업장에서 검출된 트리클로로메탄은 최고 48.36ppm으로 확인됐다. 노출 기준 8ppm의 여섯 배에 달한다. 이 화합물은 휘발성이 강해 공기 중으로 흡수되는 경우가 많다. 두성산업 직원들도 에어컨 부품 세척액을 쓰는 과정에서 급성중독이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한 직원이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처음 증상을 발견했고, 병원이 급성중독 증세를 확인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서 직원 전체 조사로 확대됐다. 급성중독 질병 판정을 받은 직원들의 생명에 지장은 없으며 치료를 받고 있다.
급성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18일 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두성산업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두성산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세척력이 뛰어난 트리클로로메탄을 세척제로 사용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트리클로로메탄을 사용하는 작업장에 대해 작업환경측정을 통해 이 물질에 대한 노출 평가를 하고, 노출 기준을 초과하면 작업환경개선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사업자는 특수 검진을 통해서 노동자의 몸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화학물질이 공기 중에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두성산업은 지난해 10월 세척제를 바꾼 이후 작업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환기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번 사고는 단순히 두성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청업체인 엘지전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하고, 엘지전자와 모든 협력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두성산업 본사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파악하는 한편, 경영책임자가 안전 보건 조처 의무를 다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책임자가 직업성 질병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처를 다했는지 파악해 그렇지 않을 경우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산업재해에 대해 신속히 수사해 엄정히 책임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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