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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신의칙 주장하는 사업주, 통상임금 소송 이기기 힘들 것”

등록 2021-12-16 17:26수정 2021-12-17 02:34

대법원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 파기환송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 기준 마련 긍정 평가

노동계, ‘제한적 파급력’ 예상
“작은 사업장은 소송 어렵고 대기업은 대부분 끝”
현대중공업 노조 쪽이 16일 대법원 앞에서 통상임금 판결에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법은 이날 노조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연합뉴스
현대중공업 노조 쪽이 16일 대법원 앞에서 통상임금 판결에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법은 이날 노조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16일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을 파기환송하면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할 때 ‘회복가능성’ 등 미래의 경영상황까지 살펴야 한다는 판결인데, 현재 상당수의 대기업 노동조합 통상임금 소송은 마무리된 상태라 이번 판결로 혜택을 보는 노동조합은 많지 않다.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노동자의 추가 수당 요구가 사용자에게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신의칙’ 법리를 제시했다. 그러나 개별 사건마다 ‘경영상 어려움’ 혹은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해석이 갈려 재판부마다 서로 다른 판결을 내놨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은 1심에서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조선업 불황이 심각했던 2016년 2심에선 신의칙이 적용돼 노조가 패소했다. 이후 대법원에서 다시 판결이 뒤집어졌다. 반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과 한국지엠(GM), 쌍용차의 경우는 대법원에서 신의칙이 적용돼 노동조합이 패소했다. 또 기아차 노동조합은 1∼3심 모두 통상 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을 적용 받지 않아 지난해 최종 승소했다. 이들 재판부는 대부분 소송 당시 경영 상황을 기준으로 신의칙을 적용할지 여부를 따졌다. 하지만 16일 대법원은 향후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할 여력이 있는지 등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구체적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 경영상 어려움 판단의 기준을 노동자 쪽에 유리하게 넓힌 셈이다.

노동조합 쪽은 그동안 원칙 없이 적용됐던 신의칙 법리 적용에 대법원이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건을 맡은 김치중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는 “재산권인 임금채권을 사업주 경영 사정에 따라 다르게 지급한다는 것 자체가 민법에 맞지 않고, 그간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이 적용되기 어렵다는 판례도 어느정도 형성돼 있었는데 여기에 힘을 싣는 판결이다. 앞으로 사업주가 신의칙을 주장해 소송에서 이기기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다른 소송에 미치는 파급력은 제한적이다. 지금까지 논란이 된 통상임금 소송은 2013년 대법원 판결 이전의 임금 지급분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대다수 기업의 소송이 이미 종결됐기 때문이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인 점을 감안하면 2013년 이전 임금분을 대상으로 한 추가 소송은 나올 수가 없다. 그나마 이번 대법원 판결의 영향을 받는 경우는 기아차 일부 노동자가 지난 2011~ 2014년 임금에 대해 추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정도다. 해당 소송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장석원 금속노조 대외협력부장은 “통상임금 소송 자체가 노조가 받쳐주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렵고 비용 감당도 안 되는 것이어서 작은 사업장은 진행하기가 어렵고 이미 노동조합이 있는 대공장은 지난해 다 정리했다”며 “대법원이 이번에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해도 그것이 추가적인 소송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더불어 대규모 통상임금 소송을 했던 현대자동차도 지난 2019년 고정성 결여(15일 이상 근무할 경우만 상여금 지급)를 이유로 2심까지 패소해 사쪽과 합의한 뒤 소를 취하했다.

과거 통상임금 사건을 대리한 김기덕 법무법인 새날 변호사 역시 “대법원이 새롭게 제시한 기준은 현재 사건이 진행 중인 일부 판결에만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앞으로 신의칙 적용을 할 때 어떤 기준을 차용할 것인지 정했다는 의미 정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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