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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6천억대 통상임금 소송…대법 “경영악화 일시적…지급해야”

등록 2021-12-16 12:37수정 2021-12-16 14:50

대법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 극복 가능성도 따져봐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2012년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 들머리에서 승소한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2012년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 들머리에서 승소한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최대 6000억원대에 달하는 추가임금 지급을 두고 9년 가까이 이어진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노동자들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노동자 쪽 추가수당 요구가 타당한지 판단할 때 기업의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뿐만 아니라 향후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할 여력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구체적 기준을 새로 제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노동자들의 추가수당 요구가 계약 당사자간 신뢰를 뜻하는 민법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되는지가 쟁점이었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소송 첫 판례를 통해 “노동자의 추가수당 요구가 사용자에게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신의칙 위배에 해당하므로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앞서 1심은 노동자 쪽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현대중공업 쪽이 내세운 신의칙 위배 주장을 받아들였다. 회사가 최대 6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임금을 추가 지급하면 경영상 어려움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의 경영 상태를 열악한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노동자들 요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있더라도, 향후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신의칙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추가 수당 요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세운 신의칙 기준을 노동자 쪽에 유리하게 좀더 구체화한 것이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재산정 결과 임금 인상률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중공업 경영성과 등에 비춰 보면 추가수당 지급으로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되거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 현대중공업 매출액, 영업이익(률), 당기순이익(률) 등 2007년 이후 연도별 경영지표를 두루 살폈다. △선박 가격의 지속적 하락 △유럽 경기침체 △중국 기업 성장 △동종업계 경쟁 심화 등으로 이익률이 감소했지만 경영 상태가 열악한 수준은 아니었으며, 이러한 국내외 경제상황 변동에 따른 위험은 오랫 동안 대규모 사업을 해온 현대중공업이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어 대법원은 “경영 상태 악화는 현대중공업 규모에 비춰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일시적 어려움”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경영 상태가 급격이 악화한 2014년은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1년 이상 지난 다음이다. 추가수당 지급 여부를 판단할 때는 일시적인 경영 악화만이 아니라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 경영상 어려움을 예견하거나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구체적 판단 기준을 새로 제시했다. 올해 현대중공업 3분기 연결 매출액은 1조8992억원, 영업이익액은 74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액(1조9254억원)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50억원)은 15배 이상 증가해 재계에선 경영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울산 현대중공업 해양공장 H도크에 설치되어 있는 2기의 1600톤급 골리앗 크레인의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울산 현대중공업 해양공장 H도크에 설치되어 있는 2기의 1600톤급 골리앗 크레인의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대법원은 또 회사 쪽 손을 들어준 원심이 명절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부분도 파기했다. 대법원은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특정 임금 항목(명절 상여)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있더라도 단체협약 등이 다른 내용을 정하고 있으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파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명절상여금 등을 지급일 이전 퇴직자에게도 근무일수에 비례해 일할 지급한다는 2012년 현대중공업 급여세칙을 인용했다.

통상임금은 각종 법정수당을 계산하는 데 기초가 된다. 통상임금이 오르면 수당도 인상된다. 이날 대법원 판결이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확정되면 2009년 12월부터 2014년 5월 사이 지급된 정기·연말특별·명절상여금을 추가한 통상임금을 바탕으로 각종 수당을 재계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 규모는 5천억원대(노조)~6천억원대(회사)로 추산된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는 조속한 시일 내에 미지급임금 지급계획을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당사 입장과 차이가 있다.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대법원 3부는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들이 낸 통상임금 소송도 같은 취지로 부산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관련기사 : 노동자가 받아야 할 임금, 현대중공업을 ‘위태롭게’ 할까요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33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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