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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스푸트니크 백신, 러시아와 계약만 하면 다음달 도입된다지만…

등록 2021-04-23 04:59수정 2021-04-23 13:22

아르헨 등 60개국 사용…유럽당국 승인은 기약 없어
전문가 “이상하게 적은 이상반응 보고”…신뢰성 관건
러시아에서 개발한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개발한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브이(V)’에 주목하면서, 이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은 공동으로 스푸트니크 브이의 제조 시설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조만간 스푸트니크 백신이 세계보건기구의 승인을 받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접종자를 관찰한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해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탓에 스푸트니크 백신으로는 당장의 백신 수급난을 타개할 대안이 되긴 어렵다고 말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유럽의약품청(EMA)도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에 대한) 허가 검토에 들어간 지 꽤 시간이 지나서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으로 안다. 여기서 나올 판단을 중요하게 참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문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스푸트니크 접종 사례, 부작용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해보라’고 청와대 참모진에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처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15일 외교부에 공문을 보내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을 접종하는 러시아, 멕시코 등 12개 나라를 대상으로 이상반응 등 백신 안전성 정보를 수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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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몇 주내 세계보건기구 사용 승인 이뤄질 것”

2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다음달 10일에서 6월 첫째 주까지 세계보건기구와 유럽의약품청이 함께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브이 제조 시설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약 4주 동안 두 기관의 공동 조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는 현재 유럽의약품청과 함께 스푸트니크V를 개발한 러시아 가말레야 국립 감염병·미생물학 연구소로부터 자료를 받으면서 이 백신의 임상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세계보건기구 조사팀의 방러 이후 스푸트니크 브이를 세계보건기구가 승인한 코로나19 대응 긴급 사용 백신 목록에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과정을 빨리 진행하면 수 개월이 아니라 수 주 안에 승인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감염병·미생물학 연구소가 개발해 지난해 8월 러시아 정부의 사용 승인을 받았다. 정부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으로는 전 세계에서 처음이었으나, 성인 76명만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시험을 바탕으로 내린 승인이라 신뢰성에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지난 2월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에 2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에서 91.6%의 예방효과를 보였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러시아는 지난 19일 2차 접종까지 마친 자국민 38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제 예방효과가 97.6%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의 승인을 받으면 전 세계 보급이 쉬워진다. 자체적인 의약품 평가 기능이 약한 나라들이 이를 근거로 신속한 백신 승인과 수입을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얀센 백신 등 3종에 대해 긴급 사용을 승인한 상태다.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은 현재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UAE), 이란, 인도 등 60개 나라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럽의약품청에선 현재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의 사용 승인을 검토하는 중이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통신사 <리아노보스티>에선, 세계보건기구 사무차장을 면담한 러시아 외무차관의 말을 빌어 세계보건기구가 몇 주 내로 긴급 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의약품청은 지난 1월 사용 승인 검토에 들어갔고,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헝가리는 먼저 접종을 시작했다. 유럽 주요국에선 독일 바이에른주와 프랑스의 광역자치단체인 프로방스알프코테다쥐르가 유럽의약품청 승인이 날 경우 각각 250만회분, 50만회분을 구매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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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까지 유럽 주요국 사용 어려워”

하지만 스푸트니크 브이 백신에 대한 유럽 규제당국의 결론이 언제 나올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이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에 “아직 (임상)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평가 과정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올해 말까지 유럽에서 스푸트니크가 사용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최근 <타스> 통신이 전했다.

다만 한국코러스 등이 꾸린 국내 바이오업체 컨소시엄은 러시아의 인허가 절차가 끝날 경우 이르면 다음달부터 백신 생산에 들어간다. 한국코러스가 자체 생산하는 1억5천만회분은 중동에 수출하지만, 공동으로 생산하는 5억회분은 아직 납품 국가를 정하지 않았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5억회분은 러시아가 지정한 국가에 보내줄 수 있어, 정부에서 러시아와 계약만 맺으면 이론적으로는 다음 달에도 국내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푸트니크 브이는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과 같은 방식의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라 ‘희귀 혈전증’ 부작용이 동일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유럽 주요국과 미국 등에서 대규모 접종을 거쳐 이상반응과 부작용을 관찰한 결과를 내놓은 적이 없다 보니 신뢰할 만한 안전성 평가 자료를 구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스푸트니크 브이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과 같은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이라 희귀 혈전증 등 동일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백신을 승인한 국가들이 접종자의 부작용을 관찰한 자료를 만들어낼 능력이 없는 곳들이 많다”고 짚었다. 그는 또 “유럽의약품청이 스푸트니크 브이를 승인한다고 해도 국내 허가와 계약을 거치면 3분기는 되어야 도입될 것이라, 당장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천병철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예방의학)는 “전문가들이 검토하는 학술지에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정부가 도입 후보로 올려놓고 검토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접종량에 견줘 이상반응 보고가 이상할 정도로 없어서 안전성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최현준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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