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이달부터 야간 가산료 적용시간을 두시간씩 앞당긴 것(종전 평일 오후 8시·토요일 오후 3시 이후→현행 평일 오후6시·토요일 오후1시 이후)에 대해 비판여론이 쇄도하는 이유는 뭘까.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치로 야간 및 휴일 진료기관이 늘어나 직장인들의 혜택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퇴근 뒤 병원을 찾는 서민들은 진료비 지출이 늘어난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가장 크게 꼽고 있다. 가산료 부가시간이 당겨지면 진료비는 30% 가량 늘어나게 된다. 환자들은 의료기관에서 2388(의원)∼4569(병원)원, 약국에서 684∼2340원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건강세상 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이번 조치로 의료비 상승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는 정책 결정과정에서 의약단체들의 의견만 수렴했기 때문”이라며 “실질적으로 돈을 내는 사람이 국민인데,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복지부가 국민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꼬집는다.
총진찰료(의원급)가 1만5000원 이내이거나 약제비가 1만원 이하일 경우 본인 부담금이 3000원, 1500원이 일률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환자 부담에 차이가 없다지만, 물리치료나 한의원 및 치과 진료 등 상대적으로 총진찰료가 높을 때는 해당되지 않아 진료비 지출이 늘 수밖에 없다. 또 진료비가 1만5천원 이상, 약값이 1만원 이상 나오는 중증 질환이 있을 때 퇴근 후 병원이나 약국에 가거나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나 낮에 병·의원에서 처방전을 받았다가 퇴근 무렵 약을 사러 갈 경우 가산료가 붙을 수 있다.
가산료 부가, ‘탁상행정’ 표본…실질적 진료혜택 있나? 복지부의 성급한 정책 결정 과정도 비판 여론의 한 축이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를 발표하기에 앞서 공철회 등을 통해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 또 설 연휴로 모두가 들떠있을 시점인 지난달 30일 오후 ‘무언가에 쫓기듯’ 갑작스럽게 시행 방침을 밝힌 뒤 이틀 후인 이달 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누리꾼은 탁상행정을 떠나 국민을 기만하는 짓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네이버>의 ‘yang210210’는 “회사 일찍 퇴근한 뒤 병원 가도 저녁7시인데, 직장인은 무조건 진료비 30%를 더 부담하라는 것이냐”며 질타했고,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조혜정씨는 “나처럼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병원에 다니라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정병구씨는 “직장 눈치보며 아파도 병원 못가고 참다가 (퇴근 후)늦은 시간에 병원에 가야 하는 사람 심정을 너무 모른다”고 개탄했으며, <네이버>의 ‘yunoh205’도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들이 아프면 퇴근한 뒤 가야 하는데, 갈 때마다 가산금을 물라는 얘기냐”며 “그렇지 않아도 아이 키우기 힘든데, 보건복지부 정신 차려라”고 맹비난했다. 가산료 때문에 야간 및 휴일진료 한다고? 또 가산료가 부가 시간이 2시간 앞당겨진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이유를 들어 진료·조제 시간 연장에 동참하는 의원이나 약국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누리꾼들의 비난은 극에 달하고 있다. 실제 복지부의 기대와 달리 가산료 몇푼 더 받으려고 진료시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들도 여럿 나오고 있다. 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야간 진찰료에 대해 가산료 부가가 동기부여는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료시간을 늘이는 병원은 특수한 몇 곳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모 의원의 의사 또한 “가산료와 별도로 야간 및 휴일 진료시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실실적으로 이런 혜택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간호사 등의 인건비, 전기·수도세나 냉방·난방비 등의 운영비 추가 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문을 여는 곳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가산료 부가 시간을 앞당기면서 “고용시장 불안, 맞벌이 가족 증가 등 직장인의 주간진료가 어렵지만 야간진료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야간진료가 활성화된다면 마땅한 의료기관이 없어 응급실에 가는 현상이 상당수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복통이나 급성기관지염 등 응급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바 있다. 의사들의 로비에 굴복? 특히 병의원이 밀집한 수도권의 경우 단골확보를 위해 가산료와 상관 없이 경쟁적으로 야간진료(8~9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이번 조치의 수혜자는 병의원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시민들은 이번 조치가 국민 정서와 상관 없이 의사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정책 결정 아니냐고 지적한다. 김영찬씨는 “아픔으로 고통받는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의사와 약사만 배불리겠다는 것인데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임수근씨도 “일반식당이나 슈퍼마켓에 물건 사러 밤에 가면 더 비싸게 받더냐. 왜 의사들에게만 야간수당을 더 얹어주느냐”며 “서민에게 부담이 되는 야간 가산료와 선택진료비 등을 당장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실제 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관계자는 “가산료 부가 시간 변경의 배경에는 병원과 약국 쪽에서 2002년 이전으로 환원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의원회 논의를 거쳐 시행하게 됐다”고 의사들의 ‘압력’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의협 쪽도 야간 가산료 시간 변경을 요구해 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가산료 부가시점이 앞당겨진다고 해서 의사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문제는 복지부가 국민의 여론수렴이나 정책 홍보 과정없이 성급하게 밀어붙여 비난여론을 자초하는 것 같다”고 한발 뺐다. 복지부, 국민을 위한 행정부 아니다! 건강세상 네트워크도 복지부의 이번 처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강 대표는 “이번 방침만 봐도 약국은 가산료가 8시부터 붙는 반면 의원은 6시부터 붙는다”며 “가산료 부과는 공공의료와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인데, 돈을 더 받겠다고 하는 의사들이나 이를 들어주는 복지부는 국민을 위한 행정부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도 “이번 조치로 수백억 정도의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생길 수밖에 없고, 6시 이후 진료를 받는 서민들에게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사실상 큰 병원보다는 의원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야간진찰료 가산시간대는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2001년 6월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에서 종전 평일 오후6시, 주말 오후 1시에서 ‘평일 오후8시, 주말 오후3시’로 늘린 뒤 2002년 1월부터 적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건보재정이 안정화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연장 근무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환원 필요성이 의료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고,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야간진찰료 가산료 부가시간 변경 방침을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가산료 부가, ‘탁상행정’ 표본…실질적 진료혜택 있나? 복지부의 성급한 정책 결정 과정도 비판 여론의 한 축이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를 발표하기에 앞서 공철회 등을 통해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 또 설 연휴로 모두가 들떠있을 시점인 지난달 30일 오후 ‘무언가에 쫓기듯’ 갑작스럽게 시행 방침을 밝힌 뒤 이틀 후인 이달 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누리꾼은 탁상행정을 떠나 국민을 기만하는 짓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네이버>의 ‘yang210210’는 “회사 일찍 퇴근한 뒤 병원 가도 저녁7시인데, 직장인은 무조건 진료비 30%를 더 부담하라는 것이냐”며 질타했고,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조혜정씨는 “나처럼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병원에 다니라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정병구씨는 “직장 눈치보며 아파도 병원 못가고 참다가 (퇴근 후)늦은 시간에 병원에 가야 하는 사람 심정을 너무 모른다”고 개탄했으며, <네이버>의 ‘yunoh205’도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들이 아프면 퇴근한 뒤 가야 하는데, 갈 때마다 가산금을 물라는 얘기냐”며 “그렇지 않아도 아이 키우기 힘든데, 보건복지부 정신 차려라”고 맹비난했다. 가산료 때문에 야간 및 휴일진료 한다고? 또 가산료가 부가 시간이 2시간 앞당겨진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이유를 들어 진료·조제 시간 연장에 동참하는 의원이나 약국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누리꾼들의 비난은 극에 달하고 있다. 실제 복지부의 기대와 달리 가산료 몇푼 더 받으려고 진료시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들도 여럿 나오고 있다. 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야간 진찰료에 대해 가산료 부가가 동기부여는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료시간을 늘이는 병원은 특수한 몇 곳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모 의원의 의사 또한 “가산료와 별도로 야간 및 휴일 진료시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실실적으로 이런 혜택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간호사 등의 인건비, 전기·수도세나 냉방·난방비 등의 운영비 추가 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문을 여는 곳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가산료 부가 시간을 앞당기면서 “고용시장 불안, 맞벌이 가족 증가 등 직장인의 주간진료가 어렵지만 야간진료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야간진료가 활성화된다면 마땅한 의료기관이 없어 응급실에 가는 현상이 상당수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복통이나 급성기관지염 등 응급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바 있다. 의사들의 로비에 굴복? 특히 병의원이 밀집한 수도권의 경우 단골확보를 위해 가산료와 상관 없이 경쟁적으로 야간진료(8~9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이번 조치의 수혜자는 병의원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시민들은 이번 조치가 국민 정서와 상관 없이 의사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정책 결정 아니냐고 지적한다. 김영찬씨는 “아픔으로 고통받는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의사와 약사만 배불리겠다는 것인데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임수근씨도 “일반식당이나 슈퍼마켓에 물건 사러 밤에 가면 더 비싸게 받더냐. 왜 의사들에게만 야간수당을 더 얹어주느냐”며 “서민에게 부담이 되는 야간 가산료와 선택진료비 등을 당장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실제 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관계자는 “가산료 부가 시간 변경의 배경에는 병원과 약국 쪽에서 2002년 이전으로 환원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의원회 논의를 거쳐 시행하게 됐다”고 의사들의 ‘압력’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의협 쪽도 야간 가산료 시간 변경을 요구해 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가산료 부가시점이 앞당겨진다고 해서 의사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문제는 복지부가 국민의 여론수렴이나 정책 홍보 과정없이 성급하게 밀어붙여 비난여론을 자초하는 것 같다”고 한발 뺐다. 복지부, 국민을 위한 행정부 아니다! 건강세상 네트워크도 복지부의 이번 처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강 대표는 “이번 방침만 봐도 약국은 가산료가 8시부터 붙는 반면 의원은 6시부터 붙는다”며 “가산료 부과는 공공의료와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인데, 돈을 더 받겠다고 하는 의사들이나 이를 들어주는 복지부는 국민을 위한 행정부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도 “이번 조치로 수백억 정도의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생길 수밖에 없고, 6시 이후 진료를 받는 서민들에게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사실상 큰 병원보다는 의원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야간진찰료 가산시간대는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2001년 6월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에서 종전 평일 오후6시, 주말 오후 1시에서 ‘평일 오후8시, 주말 오후3시’로 늘린 뒤 2002년 1월부터 적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건보재정이 안정화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연장 근무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환원 필요성이 의료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고,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야간진찰료 가산료 부가시간 변경 방침을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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