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순·이유진 연구원은 서로 “내가 1번 줄기세포 수립”
황우석 교수팀 줄기세포 연구팀장인 권대기 연구원이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작성 과정에서 황 교수의 지시로 디엔에이 검사 의료용 시료를 조작했다고 서울대 조사위원회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서울대 관계자들과 조사위원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권 연구원은 서울대 조사에서 핵치환 줄기세포 4~11번 시료를 조작했다고 시인했다. 한 조사위원은 “권 연구원에게 ‘누가 지시했느냐, 강성근 교수냐?’고 묻자 권 연구원이 ‘아니오’라고 대답했다”며 “이어 ‘황 교수가 지시했느냐’고 물으니, 조그만 목소리로 ‘예’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서울대 조사위가 발표한 최종 보고서는 권 연구원이 시료를 조작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누가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종 보고서는 권 연구원이 논문을 작성하면서 체세포를 둘로 나눠 세포 침전물 상태의 시료를 만든 뒤 하나는 체세포 시료, 나머지 하나는 실제 만들어진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인 것처럼 꾸몄다고 밝히고 있다. 권 연구원은 이렇게 조작한 시료를 김선종 연구원에게 보냈고, 김 연구원이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황 교수가 조작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최종 보고서에 넣지 않은 것은 황 교수가 이 부분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해 진실이 무엇인지 속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 교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홍만표)은 이날 “2004년 논문 공동저자인 박을순 연구원과 이유진 연구원이 1번 줄기세포(NT-1)를 서로 자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조사위는 이유진 연구원이 버려진 미성숙 난자로 체세포 핵이식 실험을 하다가 우연히 1번 줄기세포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낸 바 있다. 또 이 줄기세포는 2004년 논문에 나오는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아닌 정체 불명의 줄기세포로 확인된 바 있다. 검찰은 두 연구원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대질신문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기원 이춘재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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