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조작 모든 저자 책임…기회줄 수 없어”
“인위적 실수냐 의도적 조작이냐에 상관없이 논문이 취소된 이상 책임은 모든 저자가 똑같이 나눠 져야 합니다. 이것이 세계 과학계의 확고한 관행입니다.”
황우석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 조작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조작 책임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데 대해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협동과정·사진)는 31일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냉정을 찾아 과학적으로 따져 책임을 묻는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근 한국과학문화재단 웹진인 〈사이언스 타임즈〉에 ‘황우석 박사에게 기회를 줄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려 네티즌 사이에 열띤 찬방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황 교수는 사이언스에 논문을 투고함으로써 세계 과학계의 검증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결과를 인정받으려 했기 때문에 과학계 관행에 따른 책임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학문적 범죄에 해당하는 논문 조작의 당사자에게 더이상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사법권이 없는 과학계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이 교수는 “우리가 국익을 위해 이런 관행을 무시한다면 우리 과학계 전체가 논문 조작의 공범이 되는 셈이어서 세계 과학계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며 “논문이 취소됐다는 것만으로도 중대한 일이고 25명 공동저자 모두의, 서울대만이 아니라 한양대·순천대 모두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익을 위해 황 교수의 실수를 눈감아줄 수 있지 않으냐’는 일부 주장에 대해 이 교수는 누군가가 사회에서 적극 도와주면 기업을 일으켜 사회에 좋은 일로 환원하겠다고 주장해 성원해줬는데, 기업 내부가 건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사회에 환원한다고 했으니 계속 지원을 해달라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 “법률적·사회적으로 원천기술이라고 부른다고 원천기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용화 여부가 중요하다”며 “반면에 황 교수의 연구가 성공 가능성이 낮아서 포기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많은 과학적 성과들이 애초 성공 가능성이 낮은 것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제 과학은 과학자에게 맡겨야 한다”며 “(일반 국민들은)과학계의 냉정한 판단을 믿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지혜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글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