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한 임시선별진료소 바닥에 붙은 거리두기 안내문이 낡은 모습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21명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3월부터 시행하려는 집합금지를 최소화 거리두기 개편안을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단순화하고 격상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거리두기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외에도 ‘소셜 버블’(social bubble) 개념을 도입해 개인활동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18일 공개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 방향’에서 개인별 활동을 규제하는 방안으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외에 ‘소셜 버블’ 개념을 참고 사례로 언급했다. ‘소셜 버블’은 사람들을 비눗방울로 싸듯 집단화해 그 안에서는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바깥의 사람들에게는 엄격하게 거리를 두는 전략이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주로 10명 미만 단위로 묶어 이들만 만날 수 있게 한다. 유행 상황에 따른 적용 단계 변화로 가족, 친구, 연인, 직장 동료 등 집단에 포함되는 구성원은 달라질 수 있다. 단, 여러 버블에 동시에 참여해선 안 되고, 버블을 자주 또는 마음대로 바꿔서도 안 된다. 이 개념은 사회적 고립감으로 오는 심리적, 감정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스트레스가 누적돼 거리두기 수칙을 깨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코로나 청정국으로 꼽히는 뉴질랜드에서 적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보건복지부는 아울러 현행 거리두기 단계를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적용한 거리두기 단계에선 1.5단계나 2.5단계 등을 뒀으나, 너무 세분화되고 자주 변경돼 국민들이 혼란에 빠진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3단계로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앞서 지난 9일 열린 거리두기 개편 토론회에서 현행 5단계를 생활방역(0단계)과 1·2·3단계로 구성된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를 제안했다.
또한 거리두기 단계 기준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 거리두기 체계의 문제점으로 유행 사태를 감당할 수 있는 방역과 의료 역량이 성장했는데도 이런 점이 거리두기 단계 격상 기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격상 기준 중에는 2단계 전국 300명 초과, 2.5단계는 전국 400~500명 이상, 3단계는 800~1000명 이상 등을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현재 중환자 병상, 감염병 전담병원, 생활치료센터 등 모두 1만 병상을 확보하는 등 코로나 발생 초기보다 의료 대응 능력이 확대됐다. 이는 하루 1천명의 확진자가 20일가량 발생해도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검사 기관(46→142개소, 일 최대 2만→13만건)과 역학조사관(77→325명)도 지난해 2월에 견줘 크게 확충됐다.
중수본은 장기적으로 백신 접종과 치료제 사용으로 치명률이 1% 이하로 내려가면 거리두기 격상 기준을 더욱 완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에서 “치명률이 현재 1.8%에서 절반으로 떨어지면 하루 환자가 2500명~3000명 발생해도 중환자 병상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 재택 치료도 가능할 수 있다”며 “다만 백신 접종 결과를 봐야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렵고 5~6월께 기준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피해가 컸던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는 최소화하고,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역수칙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동일 업종의 모든 시설에 대한 일률적인 운영제한·집합금지 조처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됐던 사실을 인정했다.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 노래를 부르는 파티룸의 집합을 금지할 때 유사업종인 시설임대업까지 포함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 요양시설, 종교시설, 공장 등에서 다수 감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문제도 있었다고 짚었다. 방역당국은 다만 “감염경로 중 ‘확진자 접촉’(36%),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조사 중’(23%)도 가정,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을 통한 감염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인의 방역수칙 자율적 준수에 의존해 시설규제를 완화했을 때 감염이 확산될 우려”가 있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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