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득영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이 1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방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경찰과 지역 공무원 등 아동학대 의심 사건을 조사하는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고, 가정에서 분리된 아동을 보호할 시설과 위탁가정 확충, 입양 전 사전 위탁 제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에서 드러난 부실한 초동 대응 실태를 개선하려는 시도다.
정부는 이날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만든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논의해 발표했다. 방안을 보면, 전국 299개 시·군·구에 올해 중 배치 완료되는 664명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에 대한 직무교육 시간이 기존 2주·80시간에서 4주·160시간으로 두배 늘어난다. 17개 광역 시·도에 있는 경찰청 18곳에는 ‘여성청소년수사대’가 신설돼 13살 미만 아동 학대 사건 전체를 전담 수사한다. 그동안 시·도 경찰청은 중요 아동학대 사건만 수사해왔다. 아동학대 현장조사 때 경찰 등이 출입할 수 있는 범위는 ‘신고된 장소’에서 ‘학대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확대하고, 조사 거부 때 과태료를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올리는 동시에 업무수행 방해죄도 적용한다.
올 3월30일부터 시행되는 즉각분리 제도에 앞서 쉼터 등 보호 인프라도 늘린다. 즉각분리는 1년 안에 2회 이상 신고가 접수된 아동을 시설이나 위탁가정, 개인에게 맡겨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설치 예정인 15개 쉼터에 더해 지역별로 14개 쉼터를 추가 확충하고 시·도별 최소 1개 이상 일시보호시설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전문 교육을 받은 뒤 0~2살 학대피해 영아를 돌볼 보호가정 200여곳도 새로 발굴한다.
입양기관, 절차에 공적 개입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입양기관에 외부위원이 포함된 결연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도록 하고, 결과를 복지부에 분기별로 보고하게 할 예정이다. 입양 전 위탁을 제도화하고, 아동과 예비 양부모 간 적응을 모니터링하는 내용의 입양특례법 개정도 추진된다. 고득영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입양 전 위탁은 예비 부모에 대한 최종적 평가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나온 대책은 지난해 10월 숨진 ‘정인이 사건’이 올해 들어 다시 사회적인 눈길을 끌자 2주 만에 부랴부랴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창녕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자 7월에 지역별 정보연계협의체 구성, 즉각분리 제도 도입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인천 초등학생 형제 화재 사건’ 뒤에는 놓치고 있던 정서 학대, 방임 가정에 대한 대책을 뒤늦게 만들어 발표했다. 중대 사건이 생길 때마다 기존 대응 체계의 공백을 조금씩 메우는 ‘조각 대책 발표’로 일관한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의 김영주 변호사는 “이날 나온 대책이 정부의 위기아동 보호 대책의 완성본인지 묻고 싶다”며 “문제의 원인을 심층 분석한 뒤 중장기적 전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예산 규모와 일정을 함께 제시하는 대책을 고작 2주 만에 내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 행위자의 출소 시점 등 아동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경찰로부터 공유받지 못해 대비책을 세우지 못하는 등 대응 체계가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초기 대응뿐 아니라 사후 관리 때도 전담공무원,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한 팀이 되도록 할 종합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