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의 한 병원 독감 예방접종 창구 앞. 연합뉴스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뒤 사망 신고된 사례를 조사하고 있는 질병관리청(질병청)은 “지금까지 검토한 46건 모두 사망과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26일 밝혔다. 질병청은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독감이 예년보다 늦게 유행할 가능성이 크지만, 여전히 독감 유행 최고조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만큼 기존 일정대로 예방접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아나필락시스 없고, 같은 백신 맞고 중증 이상반응 없어”
질병관리청은 이날 0시까지 독감 예방접종이 1468만건 이뤄졌고, 이상반응은 1231건 신고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사망 사례는 59건이다. 60대 미만은 5건, 60대 2건, 70대 26건, 80대 이상 26건이었다. 이 가운데 20건에 대해 질병청과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25일 열린 회의에서 사망과 백신 간 인과성을 검토했다. 앞서 26건을 검토한 데 이어 20건을 추가 검토한 것이다.
그 결과 질병관리청은 “독감 백신 접종 뒤 급성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는 없었고, 같은 의료기관에서 같은 날짜에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을 맞은 뒤 중증 이상반응을 보인 사례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개별 사례들을 보면 기초·역학조사 단계에서 심혈관계 질환, 뇌혈관계 질환, 당뇨, 간경화, 부정맥, 만성폐질환, 악성 종양 등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거나, 부검을 통해 백신과 무관한 명백한 다른 사인들이 발견됐다”며 “백신 재검정이나 국가예방접종사업 중단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신고된 사망사례와 관련한 백신은 총 7개 제조회사의 37개 제조번호였다. 이 가운데 같은 제조번호에서 2건 이상 사망신고가 있는 것은 총 14개 번호(사망 인원 36명)였다. 이에 대해서도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은 “현재는 인과성을 배제할 수 없는 2건 이상의 중증 이상반응이 한 제조번호에서 나와 접종을 중단해야 할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질병청은 앞으로 주 3회 피해조사반 회의를 열어 사망 신고 사례들을 추가로 검토한 뒤 공개할 계획이다.
질병청은 싱가포르 정부가 “한국에서 백신 접종 뒤 사망 사실이 보고된 데 따른 예방적 차원”이라며 중단 권고한 백신 2종 가운데 한국산 백신은 1건이라는 점도 밝혔다. 나머지 1건은 외국 제조사의 백신으로, 질병청은 제조사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 만 62∼69살 무료접종 시작…낮 1시까지 26만3241명 접종
만 62∼69살 대상 국가예방접종 사업이 시작된 이날, 낮 1시까지 총 26만1787명이 무료접종을 맞았다. 이들과 달리 1454명은 이날 유료 접종을 선택해 이날 중에만 총 26만3241명의 62∼69살 노인이 접종을 마쳤다. 이에 앞서 지역 특성이나, 당일 진료 등 예와가 인정돼 무료접종 시작 전 접종을 한 62∼69살은 52만8817명이다.
질병청은 “예년보다 독감 유행 수준이 낮고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접종을 너무 서두르지 말고 건강상태 좋은 날에 예방접종을 받아달라”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너무 추운 날씨에 아침 일찍부터 접종을 하러 밖에 나오기보다, 좀 더 기온이 올라간 시간대를 이용해달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 11∼17일 한주간 외래환자 1천명당 독감 의사환자(38.0℃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과 기침 또는 인후통이 있는 자)수는 1.2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4.6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 일정을 일시 중단하는 등의 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질병청 관계자는 “유행시기가 예년보다 늦어진다면 1주일 뒤에 접종을 다시 시작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피크(유행 최고조 시기)가 언제 올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현재 일정대로 어르신들이 빨리 항체를 형성하는 게 좋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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